벼랑 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후통첩

[현장] 비정규직법 시행 3일째... 불매운동·매장점거·무기한 단식까지

등록 2007.07.03 18:35수정 2007.07.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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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랜드일반노조는 3일 민주노총과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규모 계약 해지를 규탄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을 점거한지 4일째를 맞았다.

이랜드일반노조는 3일 민주노총과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규모 계약 해지를 규탄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을 점거한지 4일째를 맞았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a 전국철도노조 소속 KTX·새마을호 승무지부 노조원들은 3일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집단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전국철도노조 소속 KTX·새마을호 승무지부 노조원들은 3일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집단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사측은 오는 7일까지 노조와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에 나서겠다."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
"철도공사가 직접고용에 나설 때까지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 (서울역 광장)


비정규직법 시행 3일째인 3일. 법안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300여명은 이날 민주노총과 함께 사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는 이미 상암월드컵몰점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점거 농성 중이다. 이랜드 계열의 대형 유통업체인 홈에버가 비정규직 계산원들에 대한 대규모 계약 해지를 단행했기 때문.

KTX·새마을호 승무지부 소속 노조원 80여명 또한 같은 날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에 나설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홈에버 계산원] 불매운동, 매장 점거농성으로 최후통첩

이랜드 일반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이랜드)이 7일까지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8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측을 향한 노조와 민주노총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착취 자본의 대표를 자임한 이랜드가 비정규 노동자 1천명을 집단 해고하고 외주화하는 등 비정규직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있다"며 "이를 분쇄하지 못하면 860만 비정규 노동자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강력한 연대투쟁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용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계약직 노동자를 2년 이내 계약직으로 반복사용하거나 파견 노동자로 돌리는 순환채용방식을 취하면 '2년 초과시 무기한 계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비정규직 법안을 꼬집었다.

"2년씩 돌려가며 고용... 마지막 방법은 점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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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악질 자본 이랜드는 더 이상 비정규 노동자들을 죽이지 말라"면서 "사측(이랜드)이 7일까지 노조와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80만 조합원의 단결로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인해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에 비견될 만큼 비정규 노동자의 해고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정규직법안은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모는 출구를 만들어줬다"고 비난했다.

김경욱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점거뿐이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부터 시정해야 한다, 사측은 성실히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노조원들은 빨간색 대형 플래카드를 준비해 '일하고 싶다'는 글귀를 꽃으로 장식했다. 이들은 "앞으로 평화시위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꽃꽂이 퍼포먼스'의 배경을 밝혔다.

[KTX·새마을호 승무원] 무기한 단식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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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민정

비정규직 관련 해묵은 이슈인 KTX 여승무원들도 반대 투쟁에 동참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와 새마을 승무지부 소속 노조원들은 이날 무기한 단식 농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1명의 노조원(KTX 28명·새마을호 3명)들은 "철도공사가 정리해고 철회와 직접 고용 등을 받아들일 때까지 단식을 끝내지 않겠다"면서 서울역 광장에 단식 농성을 위한 천막을 세웠다.

1년 넘게 철도공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던 이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 우리의 문제가 제외돼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고, 철도공사 또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TX 여승무원들은 지난해 3월 파업을 시작해 파업 490일을 맞았고, 새마을호 승무원은 지난해 12월 철도공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는 등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철도공사 경영진만 승무원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며 "철도공사의 비정한 경영철학에 무기한 단식 농성으로 저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객 안전, 정규직 남자 승무원만 가능하다?"

민세원 KTX 승무지부장은 "무기한 단식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제 투쟁의 마지막 고비를 넘으려 한다"고 말했다.

민 지부장은 "심신이 많이 지치고 상처받은 노조원들이 어서 빨리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난해 해고 당시 280명 승무원들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남은 동지들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의 가족들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민 지부장은 "평소 원칙을 강조하는 이철 철도공사장이 승무원들에게 매표 등 다른 직군으로 이동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승무원들이 고객의 안전을 위해 열차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고객 안전을 위해 남자 승무원들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명백한 남녀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1일 상암동 홈에버 현장에 다녀왔다"며 "여성 노동자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찬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폐품인지 아니면 자본의 노예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8일 공덕동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 현장에서 부상한 주 위원장은 이날 병원복 차림으로 링거 주사를 꽂은 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주 위원장은 "비정규법안으로 많은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리는데, 병원에 가만히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중 정규직 전환 검토대상은 해당 사업장에서 직접 고용중인 비정규직에 한정하므로 애당초 KTX,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는 논의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다만 승무원 개개인에 대한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현재 철도노조측과 다양한 대안을 놓고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홈에버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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