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KAIST 통합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등록 2007.07.05 15:41수정 2007.07.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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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정보통신대학교

한국정보통신대학교 ⓒ 유원상


지난 6월 2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통합 여부를 놓고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이사회가 결정을 또 다시 유보했다. 대다수의 이사들이 양교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KAIST가 제시한 통합 후 발전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양교가 지향하고 있는 교육 및 연구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통합에 반대하였다고 한다.

IT 인재양성이라는 대의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들의 반대는 일리가 있다. 초기에 한국정보통신대학교를 설립하였을 때, 그 비전은 IT 인재를 양성하는 세계적인 IT 특화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설립 주체 중의 하나는 정보통신부였다. 그런데, 정보통신부는 한나라당의 문제제기에 휘말려 IT 인재양성이라는 비전을 스스로 꺾고 말았다. 정보통신부는 IT 인재양성이라는 비전을 놓지 말고 강한 의지로 추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정보통신부는 한나라당과 합의하여 ICU를 KAIST와 통합한다는 전제하에서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고, 정보통신부 장관은 ICU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장관이 ICU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낳아놓고 나몰라라 하고 개천에 버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부가 ICU를 설립하였다면 ICU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KAIST와의 통합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대다수의 이사들이 반대하고 있듯이 KAIST와의 통합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ICU의 비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ICU의 비전은 IT 인재를 양성하고 세계적인 IT 특화대학으로 성장하는데 있다.

KAIST와의 통합은 그것을 충분히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일까? KAIST의 태도로 볼 때 현재로서는 부정적이 아닐 수 없다. KAIST는 단지 규모를 크게 하기 위해서 ICU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모양새이고 ICU의 비전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 통합은 실패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ICU는 확실하게 민영화의 길을 가는 것이 나을 듯 보인다. 그것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지만, 세계적인 IT 특화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 KAIST와의 통합을 추진하고자 결단한다면, KAIST와 ICU의 비전을 어떻게 조합할 것이며 그것을 구체화할 것인지를 보다 명확히 하여야 한다. 단순히 ICU와 KAIST가 처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적 인재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비전 통합이 잘 이루어지고 양교 구성원간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다면, KAIST와의 통합도 ICU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부와 이사진들은 결정 유보가 아니라 양 방안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결정이 지체될수록 ICU의 대외적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할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 까닭이다. ICU의 정체성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wsgyou)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wsgyou)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 #ICU #KAIST #한국과학기술원 #ICU-KAIST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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