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종교인 과세 , 정부 결국 눈감나

[현장] 조세연구원,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 토론

등록 2007.07.13 22:05수정 2007.07.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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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조세연구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국제회의장에서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11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국제회의장에서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11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 한국조세연구원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종교단체는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에서 제외했다. 종교단체는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거두는 헌금(대부분 익명)을 기본재산으로 하는 특성상, 세법에 의한 사후관리와 증여세 추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가 전체 80%인데 왜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침묵할까.

종교인 과세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위적인 기부문화 확산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재정경제부가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연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 토론에서는 알맹이를 찾기 쉽지 않았다.

전체 기부 가운데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 비중이 무려 80%나 되는데도 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룬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종교법인의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종교단체 기부 80% 매우 높은 편

이날 토론에서는 공익법인의 기부금 내역 공시 등 운영의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한 중요성이 주로 토론됐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손원익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는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 규모에 대해 정확히 집계된 자료가 없다"며 "기부금의 규모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 연구위원은 "기부금을 수령하는 단체에 대한 주무관청이 일원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기부를 받는 단체 측면에서 기부금 규모를 집계하는 것도 곤란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개인기부가 작은 편"이라며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로 ▲매우 활발한 직계가족 또는 친인척간에 부의 이전 ▲종교단체에 대한 비중이 매우 큰 편(미국 35.8% 영국 11% 한국 약 80%)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사실상 종교를 제외한 비영리분야에 대한 개인의 기부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한국적 문화의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손 연구위원은 "기부 받는 단체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돼왔고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실효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기부자를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개인 기부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이런 측면이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사업의 특수성 감안해 종교법인 적용대상 제외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김진수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은 외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편"이라며 "공익법인 중에는 공익성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조세회피나 부의 세습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진수 연구위원은 "규모가 큰 공익법인부터 단계적으로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도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종교법인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연구위원이 종교단체의 사업적 특수성으로 꼽은 이유는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헌금(대부분 익명)을 기본 재산으로 하기 때문에 세법에 의한 사후관리와 증여서 추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별도의 기구인 공익인정위원회를 두고 공익법인의 공익성을 심사할 일본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공익법인의 기부금 사용과 운영의 투명성 감시를 위한 민간감시단체의 역할이 활성화되도록 인센티브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a 한국조세연구원이 13일 주최한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 토론회에는 많은 청중들이 참여해 최근 논란이 된 종교인의 과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대신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13일 주최한 '기부문화 활성화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방안' 토론회에는 많은 청중들이 참여해 최근 논란이 된 종교인의 과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대신했다. ⓒ 한국조세연구원


기부금 운영 투명성 믿을 수 있나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교재단을 이용해 장관급 국무위원이 10억원이 넘는 돈을 대가성으로 받은 일이 있는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공익법인이라는 이름을 걸지만 사실상 비리의 간접 경로가 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사회적으로 일벌백계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교수는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장관급 국무위원은 문제가 됐지만 실제 비리의 간접경로로 이용됐던 종교법인에게는 전혀 불이익이 없었다"며 "이런 방법이 계속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기부가 종교분야에 특정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하고 "종교단체의 기부에는 이타적 동기와 이기적 동기가 혼재돼 있어 그 밖의 다른 분야로 기부가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공익적 기부가 늘어나려면 기부문화 의식개선과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다수 국민들 사이에는 모든 단체의 기부금이 투명하게 쓰인다는 신뢰감이 없기 때문에 공익법인들에 대한 심사와 사후 통제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목상균 양영재단 상무는 "잘못 운영하는 공익법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큰 공익법인들은 세법 등 규제에 맞게 잘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사실 지금도 공익법인을 운영한데 정부 규제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목 상무는 "주식 출연 등 다양한 방법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기부자가 자식에게 주는 것은 부의 세습이지만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박두준 가이드스타한국재단 사무국장은 "공익법인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내부 감사는 물론 기부자와 언론, 주무관청이 수시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가급적 운영의 규제를 풀고 온라인상에 기부금 모집 등에 관해 공개하도록 하면 거짓 공개하는 공익법인들은 영원히 퇴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국장은 또한 "기부자와 일반국민들이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현황을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길이 없다"며 "1년 내내 후원자들의 기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비영리법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 등 소규모 공익법인에 공익감사제와 같은 방법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며 "대다수 회계를 잘 모르는 작은 시민단체에서 회계부정 같은 문제가 터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부당 영수증 발급 적발되면 의법조처 방식 전환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액 다수의 생활 속 기부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기부금이 기부자의 뜻대로 쓰일 수 있도록 공익법인이 기부자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인의 기부문화 활성화 찬성한다"면서도 "활성화 된 기부문화로 모인 공공재의 다양한 활용도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꼭 재산이 있어야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느냐"고 묻고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면 소득과 관계없이 증빙을 갖고 공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말은 기부의 대상을 재산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원봉사활동으로 넓힌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봉사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널의 다양화가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도형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은 "허위 기부금영수증 문제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좀먹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허위 기부금 영수증으로 소득세를 환급 받고자 하는 근로소득자의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국세청이 표본조사를 통해 부당한 영수증 발급사실이 적발되면 적절한 법률적 조처를 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교식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국장은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나서겠다고 하면 공익법인 현장에 있는 분들은 지금도 규제가 많은데 또 규제를 추가하려고 하느냐고 말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교식 국장은 "재난지역에서 봉사하면 하루 5만원씩 소득공제해주는 정책이 있다"며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자기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기부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공익단체들이 기부금을 낸 것을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국장은 "앞으로 국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관심있는 공익법의 사업내용과 기부금 현황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 같은 방향으로 세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GDP의 1%가 3대 종교단체 기부금"

청중 질문에 나선 김홍권 한국종교사회윤리연구소장은 "기부하는 우리 국민의 80%가 종교단체에 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냐"며 "3대 종교의 연간 예산은 7~8조원이며 이 액수는 보건복지부의 실제 복지예산과 거의 같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소장은 "한국 GDP의 1%를 차지하는 액수가 종교단체로 기부되고 있다"며 "정부가 미처 손을 대지 못하는 대북인도지원이나 대외원조 등을 종교단체가 상당부분 해결하고 있다"고 자찬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 부가가치 개념으로 봤을 때 종교의 사회연관효과는 40~50조원이 된다"며 "종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규제가 아니라 자율성으로 유도하는 정부정책을 쓰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이드 종교법인법 제정 추진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기부금을 내는 분들은 공익법인이 좋은 일을 하니까 돈을 내는 것"이라며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의 하나로 모인의 대표가 횡령이나 세습 등의 사회적 일탈을 했을 때는 기부금을 되돌려받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드 처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종교계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현 실체이자 한계로 보인다"며 "80% 이상 되는 기부금의 몸통인 종교계를 외면하고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종교인 과세 #한국조세연구원 #공익법인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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