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해체에 앞장서야"

[대선주자 릴레이인터뷰⑤] 추미애 전 의원 ② "분당은 분열세력의 얄팍한 주도권 경쟁"

등록 2007.07.17 17:46수정 2007.07.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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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통합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추미애 전 의원

통합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추미애 전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추미애 전 의원은 왕년의 동지였으나 2003년 11월 민주당 분당으로 길이 갈린 정동영 전 의장에게 "열린우리당 해체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분당의 과오를 씻으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질문에 여유있는 웃음과 함께 차분하게 답변하던 그는 질문이 분당과 관련된 주제로 가면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분당을 "분열세력이 권력을 놓고 벌인 얄팍한 주도권 경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규정하면서 "호남권력을 영남권력화 하려던 청와대 등 분열세력이 전체 민주세력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의 열린우리당 승계 주장도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4·15 총선에서의 '패장'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대선출마를 위한 명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패장으로서 말은 없을 수 있지만 저 스스로 민주세력의 부활을 위해 소중한 씨앗은 뿌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범여권 후보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서는 "왜 자신을 키워준 한나라당을 탈당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민주세력의 미래를 놓고 당당하게 겨뤄보겠다"면서도 "50년 민주세력의 정통성을 아무나 계승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추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손학규, 한나라당 탈당 이해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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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통합이 안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같은 생각인가.
"제가 남 이야기는 잘 안하는데, 물어주시니까…. 분열의 책임이 있는 분으로서 당연한 이야기다.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그동안 말씀하신 대로 열린우리당 해체에 앞장서야 한다."

- 민주당 분당 이후 서로 길이 달라졌는데, 정 전의장과 사적으로는 어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간적으로는 누구를 배척하거나 서운하다고 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인 감정과 정치적 명분과는 분리해서 살아왔다. 민주세력 대통합이라는 그 점을 놓고 보면 인간적으로 우리가 친소관계를 논할 때가 아니다."


- 서로 전화통화도 없었나.
"사실은 저 스스로 정치적 침묵이 필요한 때여서, 정치권의 분열에 책임있는 주체들이 반성과 대통합에 대한 절박함을 느낄 때까지 저 스스로 정치적인 접촉을 삼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느 누구와도 직접 전화를 한 바가 없었다. 6월 21일 박상천 대표를 만남으로서 공식적인 정치활동과 더불어서, 대통합의 중심에 서고 민주세력의 대표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서 제 모바일폰(휴대전화)도 해제가 됐다."

- 손학규 전 지사의 대통합 신당 및 국민경선제 참여에 대한 입장은?
"그 분이 왜 15년동안 자신을 키워준 한나라당을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국민경선 나온다면 국가의 미래와 민주세력의 장래를 놓고 당당하게 겨뤄보겠다."

- 경선에 불복하고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인제 전 경기지사와, 역시 경선이 불리하자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 진영에서 대선 후보로 경쟁하는 것은 한편의 코미디 아닌가?
"(웃음) 제가 사람을 정치적인 것을 떠나 개인적으로 낯가리거나 하지 않는다. 순혈주의도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50년 민주세력의 정통성을 아무나 계승할 수 있는 것인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저는 그 부분에서 어느 누구와도 당당하게 겨룰 자신이 있다."

"민주당 잔류가 아니라 통합 비전을 선택한 것"

- 2003년 민주당 분당 및 신당 창당 당시 신당(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민주당 잔류 결정을 내린 정치적 이유는?
"그 당시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글 형식으로 분열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권력 따라갔으면 편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차세대 지도자감 1위로 인정받았다. 제가 불편하고 힘든 길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민주당 잔류가 아니라, 민주세력이 통합해서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 후보찬조연설을 해준 모든 분들이 태평양시대가 온다면서 '유라시아로 가는 관문을 만들겠다, 이건 반평화세력인 한나라당은 할 수 없다, 노무현 후보가 할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뒤에 한 일은 그런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역세력으로 폄하해서 권력을 잡은 분들끼리 새집 짓기에 몰두한 것이었다.

저는 거기에 크게 우려했다. 전체 민주세력을 분열시켜서 많은 일을 해야 할 역량을 분산시킨다는 우려였다. 저는 분열세력이 권력을 놓고 얄팍한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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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민주당 분당이 이후 어떤 결과를 초래했다고 정리하고 있나.
"영남 민주세력과 호남 민주세력을 분열시켜서 전체 민주세력을 희생시키는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지금도 그런 주도권을, 권력측면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주도권 다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제가 '역사적 과오청산을 위해 열린우리당 정치적 해체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정도이고 순리이고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 예로 열린우리당 창당 전에 제가 민주당 잔류를 굳히고 있으니까 청와대의 어떤 분이 찾아와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다, 이길 계산이 서 있다'고 협박했다. '수도권은 양당제로 갈 건데, 권력을 잡은 쪽이 대표성을 갖고 갈 것이다, 빨리 건너오라'고 했다. 그런데 거기 무슨 명분이 있나. 저를 협박하기 전에 제 마음을 들여다봐 달라고 말했다. 당시 민주세력이 분열했고, 지금도 다시 모이지 않으면 또 다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은 단순한 민주당 잔류가 아니라 모두가 통합해 한 길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권력을 쫓아 부나방처럼 달려가는 것은 추미애의 본 모습이 아니다. 정의는 언젠가 분열을 심판할 것이라는 역사적 확신이 있었다. 이제 그 확신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

저는 열린우리당에 계시는 분들 개인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오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잘못은 다른 누구도 씻어낼 수 없다. 스스로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 그런 말을 한 '청와대의 어떤 분'은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급 인사인가.
"아니다. 그 급은 아니다. 나중에 노 대통령이 정치적 분석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많이 한 분이다. 지금은 현역 의원이다."

"패장이지만, 민주세력 부활의 씨앗 뿌렸다"

- 추미애 후보에 대한 일반대중의 마지막 이미지는 '옥쇄 파동'과 '3보 일배', 즉 '패장'의 이미지다. 따라서 3년여만에 현실정치에 복귀해 대선 출마를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계속 중요한 말씀을 드려왔다. '용광로'(대통합)도 말씀드리고 통합 3원칙(기득권 포기, 전체 민주세력의 결집, 전국정당화)도 계속 말씀을 드렸다.

제 별명이 추다르크인데,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제 고향 대구를 지키겠다고, 96년에 대구에서 몇 안되는 지지자들 이끌고 대구를 지키는 잔다르크가 되겠다고 '잔다르크 유세단'을 만들었다. 그 때 취재기자가 추다르크라고 불러줬다. 잔다르크나 명장 한니발이나 영웅 이순신이나 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역사에 정신을 남겼다. 저도 패장으로서 말은 없을 수 있지만 저 스스로 민주세력의 부활을 위해 소중한 씨앗은 뿌렸다고 생각한다.

총선이 끝난 후에 슬퍼하는 당원동지들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수선화 뿌리를 잘 갈무리하면 언젠가 좋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뿌리가 아무리 지역주의라고 밟고 폄하해도 살아남아서 이제 대통합의 씨앗이 되고, 민주세력의 산실이 되고 이제 꽃을 피우기 직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지킨 이 뿌리를, 이제 민주세력이 크게 꽃 피울 때라고 생각한다. 저도 미력이지만 제 모든 것을 걸겠다. 또 한 번 비전과 능력을 보인다면, 그것이 명분이 되는 것이고, 그 명분은 국민이 평가해주신다고 믿는다."

- 2004년 4·15 총선 전의 민주당 당권파와의 '옥쇄 파동'과 '3보일배'에도 불구하고 결국 민주당이 참패해 조순형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 몰락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조순형 전 대표와는 관계회복이 되었나.
"그런 점보다는 어떻게 당 살리느냐에 입장 차이가 크게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청와대 있는 분이 와서 저를 협박할 때,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저는 민주당이 개혁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지지세력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조 대표님은 민주당 죽이기에 앞장 선 노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것이었다. 거기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것이 선거전략에 그대로 반영됐다. 저는 처음에는 탄핵에는 반대했지만 책임있는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당론 정해졌을 때는 당과 함께 가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조 대표님과 차이가 없었다. 조 대표님과는 당을 살리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다시 만나서 말하면 서로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정치에 복귀하더라도 민주당에서는 하지 않겠다'는 보도는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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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난해 이맘때 정계복귀가 거론될 때만 해도 "정치에 복귀하더라도 민주당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설도 나왔는데 이처럼 지난 3년 동안 민주당과 거리를 둔 것에 대해 서운해 하거나 기회주의라는 비판도 있던데.
"(웃음)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저는 엉뚱하다. 그런(민주당과 거리를 두려는) 생각 한 적도 없고. (현 정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장관직 제의를 세 번 받았을 때 당당하게 거절하면서 '민주당이 고통겪고 있는데 나 자신 편안한 길을 선택해서 민주당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누누이 말했다. 제가 한번도 민주당을 심정적으로 떠나본 적이 없다.

분당 직후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았던 이유로 (저는) 탄압대상 1호였다. 제가 (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역할 한 뒤에도 제가 그 작은 불씨라도 남겨놓았기 때문에 바로 비대위가 구성됐다. 비대위를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일체 정치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이 선거에 이겼을 때 몸은 멀리 있었지만 기뻐했고, 제 지역사무실도 그대로 유지했다. 저와 지역에서 당 생활을 같이 한 동지들은 열린우리당이 큰 차이로 3등할 때 비록 낙선했지만 2등은 다했다.

당시 보도는 익명의 당 관계자를 인용한 것이었다. 시부모님 편찮아서 잠깐 귀국했던 때였는데, (한국에) 남아있던 식구들이 '왜 본인 확인도 없이 썼느냐'고 문제제기 해서 해당 언론사가 기사는 삭제했으나 인터넷에서는 삭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떠다녔다. 그 때문에 오늘도 그런 질문이 나온 것 같다."

- 그런데 추미애 후보 자신이 이번 경선에서 대선의 흐름을 가름하는 '호남민심'에 가장 가까이 근접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과분한 일이지만 제가 정치적으로 걸어온 길이 호남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호남이 역사적으로 결단해 대통령이 된 노 대통령이 호남을 지역주의로 몰아붙였을 때 대구 출신인 제가 온몸을 던졌다. 그 진정성을 평가해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현 정부가 햇볕정책 버릴 때도 저는 온몸으로 지켰다. 그 부분도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지식자산중심 금융지원시스템을 공약으로 내걸겠다"

- 논란은 있지만,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같은 '추미애의 대표 공약'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백만 실업자가 방황하고 있는 가운데 500조원의 돈이 시중 부동자금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이것을 잘 결합시켜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발굴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20년 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산업화세력이 내놓는 운하나, 페리 같은 한두 건의 투자발상으로는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당면한 수백만의 실업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나.

그래서 저는 이 거대한 부동자금과 우리가 키운 고급인력을 어떻게 결합시킬지 해법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중소기업·개인도 도전정신 갖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마켓 오브 아이디어즈(market of ideas)' 즉, 지식시장 개념을 제기했다. 우리가 키운 두뇌, 인적자원을 투자의 대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경제적 가치가 부여된 지식과 두뇌들을 동원해 창업자원으로 활용하고, 국가는 이들이 과감하게 창업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한 예를 들자면, 물적자산중심 금융지원 시스템을 지식자산중심 금융지원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또 실패하는 개인이나 기업에게도 지원을 해서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대선 출마선언 때 공식적인 비전과 정책으로 만들어서, 대운하 발상에 맞설 수 있는 창조적 지식한국을 만들자고 제기하겠다."

- 홈페이지에 '지식경제가 민주세력의 블루오션'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같은 맥락에서 10년, 20년 뒤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가 지식경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왜 산업화세력은 한계가 있고 민주세력이 앞으로의 시대를 책임져야 하는가와 연결돼 있다. 이 지식경제의 동력이 상상력이고 끼이고 개성이다. 이것이 민주세력이 추구해온 가치다. 때문에 민주세력의 역할이 아직 끝난 게 아니고 미래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대통합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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