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굽이 돌고 돌아 하늘 문

[4박5일 중국여행기 ⑥] 가슴에 구멍이 뚫린 천문산

등록 2007.07.20 12:39수정 2007.07.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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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문산 천문동

천문산 천문동 ⓒ 이승철


"어르신들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그거야, 천문산 케이블카 아닙니까?"

천자산과 양가계를 돌아볼 때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질문이어서 대답이 너무 수월하게 나온 것이다.


시내 한복판에서 출발하는 세계 최장 케이블카

규모가 엄청나게 큰 용왕동굴을 둘러보고 마지막 코스로 찾은 곳이 천문산이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산을 오른다고 했는데 버스는 엉뚱하게 시골의 작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버스에서 내린 일행들은 주차장 옆의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또 물건 사라고 데리고 들어가는 건가. 이번엔 또 뭘 사라는 거야?"

영문을 모르는 일행 몇 명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빌딩이 바로 천문산 케이블카를 타는 시발점이었다.

"아니 무슨 케이블카를 시내 한복판에서 타게 만들어 놓았지?"


케이블카에 오르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세가 너무 험하거나 또는 관광용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산으로 연결된 케이블카는 대개 산 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상식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시내에서부터 올라가도록 시설을 한 것이랍니다."


아하! 그랬었구나. 세계 최장이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멀리 떨어진 시내에서부터 연결한 케이블카라니, 역시 중국인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 길이 7.45km에 표고 차이도 1297m나 되는 이 케이블카는 탑승시간도 왕복 1시간4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길이가 긴 만큼 중간에 57개의 지지대가 세워져 있고, 98개의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는 이 천문산 케이블카는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장의 케이블카였다.

a 하늘길과 땅길

하늘길과 땅길 ⓒ 이승철


a 굽이굽이 돌고 돌아 오르는 길

굽이굽이 돌고 돌아 오르는 길 ⓒ 이승철


"저 아래를 좀 내려다보세요? 이 케이블카가 마을과 지붕 위로 지나가네요."
"정말 그러네요, 역시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일 아니겠어요?"

우리들이 탄 케이블카는 정말 마을 위를 지나고 있었는데 바로 아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 지붕이었다.

만약 케이블카가 밑으로 추락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바로 밑에 있는 주택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을 판이었다. 그렇게 마을을 지난 케이블카는 마을 앞 낮은 동산과 논밭 위를 지나 서서히 높은 고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간간이 비를 뿌리기도 하는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농촌 모습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를 떠올리는 풍경이었다. 경지정리가 되지 않아 뱀처럼 구불구불한 논둑 길 옆으로 모내기가 끝난 벼논이 한창 푸르러가고 있었다.

농촌마을과 낮은 언덕지대를 벗어나자 저 멀리 앞쪽으로 희부옇게 솟아 있는 뾰족한 산들이 나타났다. 케이블카는 그 높은 봉우리를 향해 이어져 있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저 앞을 보세요? 저 아슬아슬한 바위절벽 위에 지지대를 세웠네요."

우리들이 타고 오르는 케이블카 선을 붙잡아 받치고 있는 지지대의 모습이 정말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그곳을 지나자 경사도 더욱 급해진다.

발밑을 보니 천 길 깊은 계곡이 현기증을 일으킨다. 쇠줄에 매달려 간다는 느낌 때문일까. 케이블카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비행기에서 보는 느낌과는 왠지 달랐다. 한층 더 아슬아슬하고 약간은 불안감마저 드는 것이었다.

a 향불을 피워 놓은 천문동 제단

향불을 피워 놓은 천문동 제단 ⓒ 이승철

a 천문동 광장 풍경

천문동 광장 풍경 ⓒ 이승철


하늘길에서 내려다 본 세상 "여기가 천국이야 지옥이야"

"히야! 저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좀 봐요? 참 기막힌 풍경이구먼."

뾰족뾰족한 봉우리와 절벽 사이를 뚫고 골짜기와 산허리를 감아 돌며 이어진 길이다. 하늘로 통하는 길, 통천대도였다. 하얀색으로 푸른 숲 사이로 이어진 길은 정말 장관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하늘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땅의 길과 골짜기, 발아래 펼쳐진 풍경이 눈을 돌릴 수 없게 한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아득한 천 길 낭떠러지 저 아래로부터 안개구름이 휘몰아쳐 올라오는 모습이 바라보였다. 다음 순간 그 짙은 안개구름이 순식간에 우리 케이블카를 휩쓸고 지나간다. 주변이 온통 희부연 어둠으로 휩싸였다.

"우와! 이거 여기가 어디야? 천국이야? 지옥이야?"

우리들은 모두 미지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자연의 경이로움이었다. 짙은 안개구름은 잠시 후 산꼭대기를 휘감아 돌며 사라졌다. 그래도 사위는 여전히 흐리고 희부연 풍경이다.

케이블카는 곧 정상부근에 도착했다. 정상은 해발 1518m, 그러나 그곳에서는 내릴 수가 없었다, 케이블카를 탄 채 다시 하강하여 중간 지점에서 내리게 되어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우리들은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하늘길에서 내려와 땅 위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는 것 같다. 180도의 급커브길이 있는가 하면 마치 사다리를 밟고 올라간 것처럼 아래로 층층이 내려다보이는 길이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런데 이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정말 대단하다, 날마다 수없이 반복 운행하여 아무리 익숙한 길이라지만 그 곡예라도 하는 것 같은 위험한 길을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무사히 올라가기만 바랄 뿐.

a 길과 봉우리

길과 봉우리 ⓒ 이승철


a 북과 피리로 우리민요 아라랑과 도라지를 연주하며 춤추는 현지인들

북과 피리로 우리민요 아라랑과 도라지를 연주하며 춤추는 현지인들 ⓒ 이승철

그렇게 산허리를 감아 돌기도 하고 수직절벽 낭떠러지 위를 비켜 돌기도 하는 길은 아흔아홉 굽이, 길의 모양이 마치 솟구치는 용의 형상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푸른 천문산 자락을 하얀 옥띠로 감아 두른 것 같기도 하다.

아찔아찔한 스릴을 만끽하며 아흔아홉 번째 굽이를 돌아들자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천연 석회동굴인 천문동 앞이다. 천문동은 산꼭대기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동굴로 남북방향으로 하얗게 뻥 뚫려 있었다. 그 높이가 130여m에 너비 57m라고 하는데 지난 1999년에 러시아 여류비행사가 비행기로 이 동굴을 통과하여 세계적 명소로 이름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천문동은 아직 아스라하게 높은 곳에 있었다. 천문동 앞 주차장은 상당히 넓었다. 광장에는 주차장 외에 매점과 쉼터가 자리 잡고 있었고, 광장 한복판에는 작은 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에게서 자릿세까지 받고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천문동 계단길에서 들리는 아리랑 가락

"저 계단을 어떻게 올라가지?"

이곳에서 천문동까지는 999개의 돌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몇 사람은 오르는 것을 포기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곳까지 와서 천문동 동굴에 올라보지 않고 내려간다면 그건 정말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자! 천천히 올라갑시다."

누군가 앞장을 서자 모두들 그의 뒤를 따라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돌계단 입구에는 작은 사당 같은 건물이 지어져 있고 커다란 향로에는 수많은 향이 피워져 있었는데 일부 관광객들은 그 앞에서 두 손을 합장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천문동을 오르는 계단길은 정말 쉬운 길이 아니었다. 워낙 급경사인 데다가 계단의 폭이 좁아서 더욱 힘들고 위험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손잡이도 양쪽에만 있어서 붙잡고 올라갈 수도 없었다.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며 조심조심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그렇게 10여분을 올랐을 때였다. 위쪽에서 북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곡조가 피리소리로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아리랑이었다. 피리소리도 구성졌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이국 땅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려오는 우리 민요 곡에 모두들 힘이 솟는 모양이었다.

a 위험천만인 천문동 돌계단

위험천만인 천문동 돌계단 ⓒ 이승철

a 안개 속에 희부연 천문동 원경

안개 속에 희부연 천문동 원경 ⓒ 이승철


역시 이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들이었다. 계단 옆에 만들어 놓은 쉼터 같은 곳이었다. 남자 한 명은 북을 치고 또 한 명의 남자는 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 옆에서 역시 그들 고유의상을 입은 여성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사이 아리랑이 끝나고 이번에는 도라지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나 춤, 모두 어설픈 솜씨였지만 우리 일행들과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행들 중에서 몇 명이 그들 속에 끼어들어 춤을 덩실덩실 춘다. 춤 솜씨가 소수민족 여성보다 월등히 좋다. 역시 우리 정서가 깃든 민요요 춤이라서 그런 것이리라.

우리 일행들은 그 소수민족들에게 고맙다고 몇 달러씩을 집어 주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우리 민요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이유도 어쩌면 돈을 주고 가는 한국인들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아무튼 중국 땅, 더구나 그들이 신성시하는 장소에서 우리 민요와 춤을 보고 듣는다는 것은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역시 하늘문에 오르기가 쉽지 않군."

다시 힘들여 계단을 올라 천문동에 이르자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일행 한 명이 푸념한다. 동굴 입구도 상당히 넓고 평평한 광장이었다. 동굴 천정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비가 아니라 이슬이 맺혀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 높은 산꼭대기에 이렇게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다니 정말 신비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동굴바닥에는 작은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을 뿐 특별한 시설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천문동은 정말 대단한 장관이다. 언제 누가 이렇게 큰 동굴을 뚫어 놓았을까?

이 산의 본래 이름은 숭량산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기 236년 어느날 밤 1000m가 넘는 높은 산 가파른 절벽에서 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큰 동굴이 뚫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양이 마치 환하게 열려있는 문과 흡사해서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천문산으로 이름을 바꿨다는 것이다.

천문동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계단길은 더욱 위험한 길이었다. 그러나 모두들 조심하여 다행히 넘어지거나 다친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소수민족 사람들의 아리랑과 도라지 연주와 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a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 농촌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 농촌풍경 ⓒ 이승철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서는 스치듯 나타난 원숭이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산 중턱에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버스에서 내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최초의 시발점인 시내로 내려왔다.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군, 그런데 저 케이블카를 과연 중국의 기술과 장비로 만들었을까?"

일행들 중 누군가가 아무래도 저 대단한 시설을 중국의 자체기술과 설비로 설치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 기술진의 설계와 설비로 제작되었다더군요."

가이드 대신 누군가가 대답을 대신한다. 장가계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는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어서 토가족의 전통공연을 관람하고 발해관에서 한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덧붙이는 글 | 6월초에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6월초에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천문산 #천문동 #케이블카 #석회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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