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시한' 세번째 연장... 탈레반 속셈 뭘까

한국정부와 '직접협상' 요구... 쉽지 않은 정부의 선택

등록 2007.07.24 00:44수정 2007.07.27 15:04
0
원고료로 응원
탈레반이 또 다시 협상시한 24시간 연장을 발표했다. AP·AFP·로이터 등 외신들은 23일 밤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시한을 다시 24시간 연장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3번째 '시한 연장'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협상시한'으로 알려졌던 23일 밤 11시 30분 직전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현재도 무장단체 측과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후에도 접촉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은 피랍자들의 신변에 이상이 없을 것이란 나름의 상황판단이 깔려있는 설명이다.

탈레반 측이 일부 외신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협상시한'은 일단 심리전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제 피랍자들이 살해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의 초점은 탈레반 측이 23일 처음으로 요구한 한국정부와의 '직접협상'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납치단체로부터 직접협상 제의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외신을 타고 전해진 탈레반 관계자들의 말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아프간 정부와 지원군 사이 균열 노려

현지 뉴스통신인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이날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며 직접 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칼리 유수프 아마디도 이날 AFP통신에 자신들과 접촉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대표단이 요구사항을 받아줄 만한 실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한국정부와의 직접협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탈레반 측이 이렇게 '직접협상'을 언급하고 나온 것은 한국인 피랍자들의 석방 조건으로 내건 탈레반 수감자들 석방 요구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한국정부를 통해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납치사건 때와 같이 한국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석방 압력을 가해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현 카르자위 정부 타도를 목표로 삼고 있는 탈레반으로서는 이를 통해 아프간 정부와 지원국들 사이의 균열을 기대할 수 있다.

테러범과의 타협은 향후 더 큰 테러를 부른다는 점에서 정부가 직접 테러범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 국제규범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탈레반의 이같은 요구는 한국정부에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자칫 협상이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프간 정부의 압둘 하디 칼리드 내무부 차관은 이날 탈레반이 제시한 탈레반 수감자 교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칼리드 차관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회견에서 아프간 정부가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법을 어기는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탈레반 측은 AP통신을 통해 가즈니주 내 수감된 탈레반 무장대원 전원을 풀어달라고 요구조건을 높이는 등 상황이 꼬여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속전속결 원하는 '초조감'의 발로일지도

그러나 탈레반이 이같이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한 이유가 '속전속결'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동안 탈레반이 자행해온 납치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사건이 장기화할 경우 인질 관리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는 게 이런 분석의 근거다.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AFP와 통화에서 "이런 상황에서 인질들을 돌보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인 만큼 우리는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잔의 대변인도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거듭 촉구하면서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초조감'을 드러냈다.

어떤 경우든 한국 정부로서 부담이 커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오후 비공식 브리핑에서 "납치단체로부터 아직 요구조건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납치단체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지 벌써 나흘째이고, 탈레반이 외신을 통해 한국정부의 협상자세를 평가하는 발언들을 하고 있는 상황과는 다소 동떨어진 설명이다. 당국자는 "아직 협상이라기 보다는 접촉 단계로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탈레반 측이 보이고 있는 '초조감'을 역이용하는 전략인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협상은 전 세계의 미디어를 활용한 치열한 심리전과 함께 전개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