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를 실천했다

"세종의 위기극복 리더십, 실록으로 읽는다" <세종실록학교> 열려

등록 2007.07.26 09:26수정 2007.07.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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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장헌대왕실록 표지
세종장헌대왕실록 표지국사편찬위원회
한국 역사에 있어서 세종만큼 뛰어난 성군도 없다. 그것은 훈민정음 창제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 세종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나라 운영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는지, 당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물론 세종실록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도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런데 이제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강좌가 생겼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가 주최하는 '세종의 위기극복 리더십, 실록으로 읽는다'란 제목의 <2007년 세종실록학교>가 그것이다. 지난 7월 19일(목) 개강하여 오는 8월 23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30분에서 5시 30분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강좌를 주로 진행하는 것은 그동안 세종 연구에 매진해와 이 분야 최고의 학자로 일컬어지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 및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연구실장인 박현모 박사이다. 이밖에 특강으로 '세종의 왕세자 교육'의 단국대 김문식 교수, '박연과 세종시대 예악정치'의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 '이천과 세종시대 천문학'의 서울대 문중양 교수가 같이 한다.

첫째 날(19일) 강연에서 특히 시선을 끈 것은 '국왕의 조건: 왜 양녕 아닌 충녕이었나'와 '세종 리더십의 첫 시험대, 강원도 대기근'이었다.

여의도공원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여의도공원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김영조
박 교수는 강연에서 세종이 국가 지도자로서 가장 뛰어난 점은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라고 생각했고 그를 철저히 실천한 점이라고 말한다. 세종 4년부터 기근이 들어 많은 백성이 굶어 죽는 지도력의 큰 시험대에 오르자 세종은 백성의 '밥'을 위해 '말'과 '일'을 적절히 섞으면서 회의를 진행했고, 현실화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였음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세종은 대기근의 와중에서 그저 구휼미를 나눠주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조사관 파견·과거시험에 대책을 묻는 문제 출제·신료들에게 직언 요청 및 검토·곡식의 새 품종 개량 보급·의창제도 개선안 마련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재정확보는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왕자와 왕손의 과전을 줄이기도 하였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대통령과 정부가 어려운 서민의 밥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비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노무현 정권의 실수는 '일'을 경시한 가운데 '말'을 앞세운 데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자칫 그 반동으로 '일'만 내세우는 사람이 뽑힐 수 있는데, 그러면 역시 삭막한 정치, 황폐한 행정이 될 것이며, '말과 일의 균형'을 잡으면서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는 지도자야말로 '세종형 지도자'임을 이야기한다.

강좌를 하는 박현모 교수
강좌를 하는 박현모 교수김영조

세종실록학교의 모습
세종실록학교의 모습김영조
이밖에 첫날 강좌에서는 왜 양녕대군이 아닌 충녕대군이 태종의 뒤를 이을 수 있었는지를 제시한다. 태종은 양녕 대신 충녕을 선택한 까닭을 총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했으며, 정치의 대체를 알아 뛰어난 의견을 제시하곤 했음은 물론 왕위를 계승할 아들이 있음을 꼽았다. 그만큼 세종은 준비된 임금이었다는 것이다.


이후의 강좌에서 귀담아들을 부분은 경연에서 '말'과 '일'을 엮는 '세종식 어전회의법', 세제개혁을 위한 17만 명의 여론조사, 노비의 남편에게도 산후 30일의 휴가를 주는 등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 등과 비밀프로젝트 훈민정음 창제과정은 물론 세자빈 폐출 사건과 세종의 불교관과 내불당 논쟁을 통해 본 세종의 인간적 고뇌 등이다.

우리는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나라의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만 간다. 어쩌면 이 강좌는 그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답이 될지도 모른다. 가장 뛰어난 성군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는 노력이야말로 세상에 우리를 자랑스럽게 내놓는 모습이 아닐까?

세종은 정조가 가장 존경하고, 배우려 한 임금이었다
[대담] 세종실록학교를 여는 박현모 교수

▲ 대담을 하는 박현모 교수
ⓒ김영조
- 왜 세종에 몰입하게 되었나?
"나는 정조로 서울대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조가 가장 존경하고 배우려 한 임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도대체 어떤 임금이기에…'하고 세종실록에 4년간 몰두했는데 역시 세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세종이란 걸출한 임금이 나온 데는 사실 태종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태종을 좀 더 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세종을 공부할수록 태종의 위대함을 느낀다. 펄펄 살아있는 권력을 아들에게 계승할 수 있는 자기 절제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또 세자를 양녕에서 충녕으로 바꾸는 결단력도 역시 대단하다. 위대한 세종이 나온 데는 태종의 '킹메이커'가 그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 태종을 더 조명할 필요가 있다."

- 세종임금이 천재였지만 인간으로서의 고뇌는 누구보다도 심했으리라 본다. 세종의 천재성 못지않게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 요즘 세상에 더 큰 교훈이 되지 않을까?
"'아우 성녕대군 및 형 양녕대군에 대한 따뜻한 형제애, 소헌왕후 심씨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후궁 신빈 김씨까지도 감동시키는 자상함은 세종의 인간성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뒤안에서 장인의 죽음과 세자빈의 폐출 등 고뇌도 컸을 것이다. 그런 고뇌 속에서도 큰 공적을 세운 세종의 지도력은 요즘 세상에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세종, 그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 세종의 천재성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발휘되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세종은 '백성에게 밥은 하늘이다'라는 생각으로 실천했는데, 곧 이 이야기는 천재성은 그 사람의 바탕에 따라 전혀 다르게 구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종을 조명하는데 천재성보다는 백성 사랑에 더 큰 의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백성 사랑의 핵심은 '백성들의 혼란과 원망을 막기 위해 임금 세웠고, 따라서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는 국왕은 임금 자격 없다'라는 세종의 정치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그것은 그 공동체에서 가장 약한 자를 우선 배려하는 자세로 나타났다. 물론 세종은 뛰어난 천재였지만 '백성사랑'이 없었다면 그 천재성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 어린이들에 대한 세종 교육은 나라의 미래로 볼 때 아주 중요한 일이다. 어린이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오는 8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간 경기도 안산 대부도 베르아델 승마클럽에서 평택시 청소년문화센터와 공동으로 제1회 <세종리더십학교>를 연다. 문무와 예악을 겸비한 세종대왕처럼, 초등 50명, 중등 50명의 어린이에게 승마, 세종리더십 공부(세종의 회의운영법, 황희와 행정가형 리더), 세종시대 과학기술(장영실과 과학자형 리더), 훈민정음창제(정인지와 학자형 리더), 활쏘기 체험, 우리가락 배우기, 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큰 주제가 세종대왕과 함께 놀자!"인 만큼, 청소년들이 세종을 최대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놀이와 모둠별 활동을 통해 세종 지도력을 체화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강사는 정윤재 교수, 한중연 교수, 박현모 교수, 문중양 교수, 최필곤 케이비에스(KBS) 피디 등이 맡을 예정이다."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종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세종실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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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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