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물음에 희망이 있다

[리뷰]〈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

등록 2007.08.04 20:11수정 2007.08.04 20:11
0
원고료로 응원
a 책 겉그림.

책 겉그림. ⓒ 초암

우리나라의 밝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학자들과 정치인들, 사회과학자들과 학교 선생들, 그리고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찾아보라 한다면 아마도 꿈 많은 청소년들이 있지 않겠나 싶다.

청소년들은 그 누구보다도 내일에 거는 기대가 많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야 주어진 현재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려 하지만 그들은 주어지지 않는 내일을 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할 게 있다면 주어지지 않는 내일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과 한국의 지성 12명이 만나 대화한 〈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도 그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모든 면에 있어서 개인의 인권과 개성이 획일화되어 있는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참되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것이 주된 내용이다.

"청소년들은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지식인은 마땅히 청소년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분들은 같은 의미를 다르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같은 얘기인 양 쏟아 놓기도 합니다. 때론 상반된 주장을 해 이 글을 읽는 독자, 특히 청소년들을 당혹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이 같은 당혹감을 넘어서기 위해 청소년들은 또 다시 물을 것입니다."(들어가는 말)

청소년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입시위주의 줄 세우기식 교육을 벗어나는 길, 두발을 제한하기보다 개인의 자율을 보장하는 삶, 언론보도의 획일화된 틀에서 좀 더 자유로운 창의성을 보도하는 모습, 책을 읽어도 시험 위주의 겉핥기식보다 좀 더 깊이 있는 비판과 성찰을 위한 느리게 읽기, 언제나 일등만을 기억하는 사회가 아닌 꼴지도 기억해주는 사회, 국가와 자본이라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되어 움직이는 사회가 되는 것 등이다.

한국사회를 학벌사회라고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방책이 뭐가 있을까? 수능 하나로 전체 인생이 평가 받는데, 그로부터 벗어는 길이 무엇일까? 진정 내일의 사회에서도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그에 대해 김상봉 교수는 공직자 할당제를 시행하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물론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고무적이다.

또 있다. 한국사회가 민주사회가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집단체제를 강요하는 면이 많다. 이를테면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도 그렇고 대학교에서 엠티를 가도 그렇다. 거기에서 뭔가 삐딱하게 나오거나 튀는 행동을 보이면 그야말로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개인은 없고 있다면 전체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권혁범 교수는 제도화된 틀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저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개인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헌신적인 삶은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떤 개인에게 집단에 대한 헌신이나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희생이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23쪽)

내일을 바르게 꿈꾸지 못하면 세상은 분명 요지경 속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어제 있던 판자촌이 어느새 우람한 주상복합단지로 온통 변해 있을 것이고, 바다를 메우고 그 위에 거대한 빌딩 숲을 만들기에 바쁠 것이다. 그로 인해 보이기에 좋고 편한 것들이 가득 채워지겠지만 생명의 가치와 인권의 존중, 그리고 개성의 다양성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때에 인권과 개인을 존중하고, 획일화되지 않는 다양성을 이룰 수 있는 참된 길을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과 지식인들의 대화야말로 귀중한 일이지 않겠나 싶다. 내일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청소년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분명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 - 청소년들이 만난 한국의 지성 12인, 푸른교양 001

논 편집부 엮음,
초암네트웍스, 2007


#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 #서평 #청소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