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업여성은 아프리카에서 무엇을 찾았나

[서평] 정은선 <우먼 인 아프리카>

등록 2007.08.29 12:17수정 2007.08.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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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먼 인 아프리카>

<우먼 인 아프리카> ⓒ 이가서

여행의 묘미는 어디에 있을까?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그 여행을 통해서 자신이 좀더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여행길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한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면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낯설고 말 안 통하는 곳을 혼자서 여행하다보면 무엇보다도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하는 여행'이 되는 것이다.


믿을 것도 자신밖에 없고, 아쉬워할 것도 자신밖에 없고, 대화를 나눌 상대도 자신 밖에 없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가급적 말 안 통하는 곳으로 혼자서 떠날 것,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 혼자 있는 동안 주로 생각을 할 것 등이다. 아니 낯선 곳을 혼자서 여행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무슨 생각? 주로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생각, 자신의 일에 관한 생각,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생각 등.

이렇게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아프리카를 여행한 사람이 있다. '영화마케터'라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정은선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어느날 아프리카로 떠났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시작한 여행은 나미비아의 사막과 보츠와나의 오지를 거쳐서 탄자니아로 향한다.

정은선씨는 왜 아프리카로 떠났을까? 그녀가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 것은 서른한 살 때였다. 남자건 여자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 할 나이가 바로 서른한 살이다. 미혼이건 기혼이건, 누구나 자신의 일과 미래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볼 때가 바로 서른한 살이다. 정은선씨는 아프리카로 떠났지만, 아프리카라는 지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을 여행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버린 것 서른 가지와 가져온 것 한 가지


정은선씨의 여행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가이드와 함께, 많은 외국여행자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서 트럭을 타고 투어를 떠난다. 소위 말하는 '트럭킹'이다. 이런 트럭 투어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러 국적, 여러 인종이 모여서 한 팀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은선씨가 속했던 팀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일본인, 영국인, 독일인, 미국인 등이 모여서 한 팀을 이룬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루 종일 차를 타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텐트에서 잠을 잔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생활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20여 일 동안 함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내다보면 자신의 감정이 격렬해질 때도 있다. 그 감정은 주위환경에 대한 짜증일 수도 있고, 타인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다.


정은선씨는 <우먼 인 아프리카>에서 이 모든 감정들을 하나하나 독특한 방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사막에서 원숭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영어 탓에 열등감을 느끼고,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를 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한다. 탄자니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헤매며 절망하고, 배낭여행의 경험 때문에 자만심을 갖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그녀는 <우먼 인 아프리카>의 매 장에서 여행 중에 느꼈던 이런 감정을 하나씩 표현하고 있다. 예감, 선입견, 내숭, 짜증, 스트레스, 두려움….

그리고 그 단어들을 자신의 과거와 연결시킨다. 영화를 공부했던 대학시절, 영화마케터로 일을 하면서 생기는 어려운 점, 노처녀로 살면서 친지들과 티격태격하는 이야기까지. <우먼 인 아프리카>에서 저자는 아프리카 여행과 30대 직업여성의 삶을 하나씩 교차시켜간다. 책을 읽다보면 별이 가득한 아프리카의 사막, 눈 덮인 킬리만자로가 떠오른다.

동시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전문직 여성의 내면과 소소한 일상까지 따라가게 된다. 저자는 무척이나 독특한 여행을 한 셈이다. 아프리카라는 장소가 독특한 것이 아니다. 여행의 하루하루, 그 중에서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자신의 과거, 자신의 직업과 연관시켜 간다는 점이 독특하다. 정은선씨는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서 서른 가지를 버리고 한 가지를 가져왔다. 무엇을 가져왔을까?

대한민국에서 직업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처녀로 살아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위의 시선과 선입견을 헤치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버려야 할 것들이 있고 꼭꼭 챙겨두어야 할 것도 있다. 저자는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서 버려야 할 것과 가져야 할 것을 구별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과거와 내면을 깨끗하게 들여다봄으로써 가능했을 것이다. 여행이 주는 이로운 점 한 가지는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거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우먼 인 아프리카> 정은선 지음. 이가서 펴냄.

덧붙이는 글 <우먼 인 아프리카> 정은선 지음. 이가서 펴냄.

우먼 인 아프리카 - 아프리카에 두고 온 서른한 살

정은선 지음,
이가서, 2007


#아프리카 #직업여성 #여행 #영화마케터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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