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이 삼각관계, 합의와 파기 갈림길에 서다

신당판 '10·4선언', 정동영 후보에게서?

등록 2007.10.04 14:08수정 2007.10.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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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원샷'경선으로 전면 수정된 신당 경선은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세 후보가 치밀하게 수 싸움을 하는 사이 당 지도부가 대내외에 공표한 '중대 결정'으로서 배수진을 치고 내놓은 일종의 승부수이다.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신당 지도부 뒤편에서 세 후보는 그야말로 분위기 역전 상황을 맞아 상대 진영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당 관계자 모두 서로서로 경계하며 의중 파악에 몰입해 있는 사이, 신당 경선을 지켜보는 이들 역시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못지않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일시에 뒤바뀐 세 후보 처지와 의중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신당 경선 상황을 일면 예측할 수 있다.

 

신당 지도부 권위에 순순히(?) 승복한 손학규와 이해찬

손학규-이해찬 연합 전선에서 제기한 부정경선 의혹제기가 받아들여진 이번 경선 일정 전면 수정 결정은 세 후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손학규 후보(기호3)는 이미 찢길 대로 찢긴 대세론 전략을 내버리지도 껴안지도 못한 채 경선 조기 탈락이라는 소문에 시달려 왔다.

 

그렇다고 손 후보가 정치적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경선 포기 선언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손 후보는 부정경선 의혹 제기에 동의해 온 이해찬 후보와 임시 연대 작전을 벌여 경선 판도를 일시에 바꾸어 잠시나마 숨을 돌릴 틈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획기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손 후보는 어찌됐든 한 숨 돌리게 되었다. 줄곧 1위를 해 온 정동영 후보(기호4) 당 지도부 결정에 혼자서 반대표를 던지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손 후보가 경선 과정 내내 속 앓이 해 왔듯, 이해찬 후보(기호5) 역시 속 앓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해찬 후보는 손 후보와 달리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물밑 지원을 받을 만한 유일한 신당 후보로서 사실관계 여부나 지원 폭을 떠나 절대적 우위를 지닌 후보라는 높은 위치에서 경선에 뛰어들었다.

 

여타 범여권 후보들이 올 해 초 후보 등록은커녕 시작도 못하고 줄줄이 고배를 마신 반면, 이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대선에 늦게 뛰어들고도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 온 것은 그만큼 그의 정치적 지지도 기반이 넓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마침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반길 사람 역시 바로 이해찬 후보일 것이다.

 

그런데도 경선 내내 실력과 다른 결과에 짐짓 놀랐을 이해찬 후보는 손 후보 못지않게 부정경선 의혹을 결코 좌시할 수 없었다. 설혹 손 후보에게 일정부분 이익을 나눠주는 한이 있더라도 한쪽으로 기운 경선 판도를 바꾸려면 이 후보로서도 손 후보와 일시 연합을 해서라도 뭔가 획기적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었다.

 

사실 도저히 연합할 수 없는 경쟁자들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단기간 연합을 시도하는 일은 충분히 예측도 수긍도 가능한 일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이 후보의 답답한 마음을 당 지도부가 흔쾌히(?) 받아들인 결과가 나오자 이 후보는 결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도 역시 정 후보만이 유일하게 거부할 수 있으나 절대 1위를 지켜 온 정 후보가 혼자서 반대한다면 어렵사리 지켜 온 경선 판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꼴이 되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사면초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신당 지도부 권위에 결단코 '도전'할 수 없는 정동영, 그의 선택은?


신당 경선일정이 '절대 1위 정동영'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을 때만 해도, 후반전 역시 정동영 후보의 독주로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손학규 후보 전략을 처음부터 무너뜨린 역대세론 바람이 갈수록 거세져 부정동원선거 의혹에도 경선 판도를 바꿀만한 뚜렷한 반전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경선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극심한 자괴감을 느낀 신당 관계자들이 '절대 1위'후보를 통해 실추된 명예와 실리를 만회하는 변칙적인 게릴라 작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작전이 정공법 아닌 변칙정공법(?)으로 일순간 탈바꿈한 결과물이 바로 '원샷경선'이다.

 

4일자 "'올인'경선을 시도한 신당 지도부, 지도부 권위를 시험하는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결정을 통해 신당 지도부는 지도부 권위를 스스로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손학규 후보와 이해찬 후보는 수용 의사를 밝혀 지도부 권위를 세워주면서 동시에 실리를 도모하는 전략을 택했다. 물론 그 실리가 정확히 무엇이 되고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작 불안해진 쪽은 ‘단독 1위’이자 ‘절대 1위’후보였던 정동영 후보 진영이다. 경선 흐름을 뒤바꾼 역대세론 바람에 힘입어 1등을 검어쥐었으나 다시한번 경선 흐름이 뒤바뀌면서 기존 1등이 도리어 타 후보들 꽁무니를 쫓아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정동영 후보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지금까지는 1위라는 이름표 자체가 큰 지원세력이었으나 이제는 도리어 그 이름표를 반납하는 게 나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므로, 지도부 권위에 홀로 도전하기 어려운 ‘단독 1위’ 정동영 후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전면 수정된 경선 방식을 받아들이되 부정동원선거 의혹에 관한 조사를 최대한 축소한다는 합의를 받아내는 일이며 둘째는 수정된 경선 방식을 거부하되 부정동원선거 의혹 조사 전면 파기를 선행 조건으로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변경된 경선을 받아들이는 변칙 대응이다. 기왕에 전면 수정된 새로운 경선을 수용할 바에는 ‘과거사’는 깨끗이 털어내고 가는 게 정 후보로서는 지금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든든한 지지 세력도 캠프 관계자들도 마다하고 홀로 고민에 빠진 정동영 후보의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고보니, 지금 예측한 두 가지 선택권이 어찌 보면 정동영 후보에게 현실적인 충고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의 선택을 기다려본다.

2007.10.04 14:08ⓒ 2007 OhmyNews
#신당 경선 #'원샷'경선 #부정경선 의혹 #200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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