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은 사교육을 죽어도 따라갈 수 없다

[주장]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갈 수 없는 네 가지 이유

등록 2007.11.05 14:35수정 2007.11.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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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교육 살리기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교육부에도 교육청에도 그리고 학교에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 같다.


그런데 실상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조차 정의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결국 학생들이 사교육을 배우고 학교에 와서 꾸벅꾸벅 조니까 분명히 공교육을 살리긴 살려야겠다 싶어서 막무가내 공교육에 뭔가 커다란 변화를 주자는 것이 그들의 취지가 아닌가 싶다.


공교육을 살리자고 하는 사람들은 사교육보다 공교육을 더 철저하게 해서 사교육을 망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교육을 살린다고 해서 사교육이 과연 줄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는 공교육을 살려놓더라도 한국의 학부모들의 과열경쟁 풍토 속에서 사교육을 결코 알파를 추가했으면 추가했지 결코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꼭 남보다 뛰어나야 행복하다고 믿는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은 계속 번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학원들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거기에 맞게 변화할 것이며,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온갖 홍보를 해댈 것이다.


정부가 공교육 살리기를 위한 비책의 하나로 내놓았던 '방과 후 학교'는 교사들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함으로써 사교육과 경쟁하고, 그리고 사교육이 없이도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준비였다고 할 수 있다.


2. "공교육은 사교육을 결코 이길 수 없다"


2년 전에 우리 학교가 '방과 후 학교'로 선정되었을 때의 일이다. 수학영재 교육에 투신해 오던 한 선배교사는 방과 후 학교를 계획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학원은 매일 가는데 일주일에 두 시간 가지고 학원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 해는 우리 학교에 '방과 후 교육'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였다. 그분이 방과 후 학교를 매일 하자는 취지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의 말은 하나의 거대한 진리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공교육은 사교육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들을 들여오고 아무리 교사들이 뼈 빠지게 노력한다고 해도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목적조차 다르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왜 공교육은 사교육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인지부터 설명해 보겠다.


첫째, 공교육 교사는 학생 수업에만 전념할 수 없다. 학교는 수많은 행사가 있고, 교육청과 교육부, 그리고 학교장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잡무가 많은 공교육의 시스템을 보면 공교육이란 결코 수업만을 위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수업만 잘하는 교사를 훌륭한 교사라고 말할 수 없다. 수많은 잡무가 있지만 그것들이 모두 필요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묵묵히 수행하라면서 사교육과 경쟁하라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 지시인가?


둘째, 공교육은 위에서 지적한 대로 시간이 부족하다. 사교육 교사는 매일 그 과목만 두세 시간씩 가르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나, 공교육 교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일주일에 많아야 서너 시간을 가르치며 각기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한다. 수준별로 수업을 한다고 해도 상황은 여의치 못하다. 교재선택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교과서를 주고 수준별 수업을 하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셋째, 학교는 교재선택의 자유가 없다. 사교육은 자기 스스로 개발한 교재나, 혹은 시중에서 아무리 값비싼 교재라고 해도 사게 해서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학교는 단원과 과로 정형화된 고착화된 교과서로만 수업을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레이저 총이 나와도 교사들은 언제나 활을 들고 사격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착화된 교과서는 공교육을 뒤떨어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학교는 국어나 사회, 도덕수업이 아니라면 한사코 정부가 정해주는 교재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 정부의 영향력은 일부 교과서에 국한되거나 아니면 교과의 일부 영역에 힘을 발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관습적으로 교과서에 들이는 정부의 노력은 매우 희박하다고 알고 있다.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명예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따라서 그 절차도 엄격하지 못하고 허술하다고 알고 있다.


넷째, 학교교육은 멀리 내다보고 가르쳐야 한다. 물론 학교에도 그런 교사들도 많지만 사교육의 목적은 당장 앞의 시험과 입시이다. 그러나 공교육은 절대 학생들의 입시를 최고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이 바라보는 곳은 대학 이후이며, 혹은 대학을 졸업한 그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공교육의 목적은 사고력과 창의성의 계발, 바른 인간성의 구현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제자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자기 제자가 대학에 많이 입학하도록 노력하는 교사는 결코 훌륭한 교사라고 볼 수 없다. 교사의 책임은 사고력과 창의성, 혹은 사회에 나가서 밑거름이 될 인성(사회성, 모험심, 도전정신, 인내력)을  길러주는 데에 있다. 그 사람이 세속적인 애국자라면 최소한 우리나라에 세계 100위 권에 드는 대학이 생기는 것에 목적으로 두거나 아니면 그 학생이 어디서 무엇을 하건 간에 30년 후의 모습을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공교육이 사교육화가 공교육 정상화는 아니다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결코 공교육이 사교육화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코 공교육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공교육은 그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바람직한 공교육의 모습은 결코 그것이 사교육화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교육이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공교육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바른 지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공교육의 개혁은 공교육의 목표와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평준화 때문에 사교육이 느느니, 공교육이 변화하지 못해서 사교육이 범람하느니, 하는 말들은 다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뜨거운 교육열에 돈이 생기니까 사교육을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사교육을 하니까 손해 보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사교육을 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과연 바람직한가? 결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이 공교육 살리기인가? 우리는 거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2007.11.05 14:35ⓒ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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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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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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