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돌고 돌아서 도로 민주당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바라보면 답답할 뿐이다

등록 2007.11.13 11:26수정 2007.11.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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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과 후보단일화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분당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지 4년여만이다. 결국 돌고 돌아서 2002년으로 시계를 돌려놓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당간의 연대나 합당등은 불법행위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모일 수도 있고, 또 필요하다면 갈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항상 정치적 집단행보는 적절한 명분이 있어야한다. 정치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내지 못하면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에 그럴싸한 명분이 보인다면 지지를 받아 성공할 수가 있다.

 

뭉치고 헤어지는 명분은 바로 정책적 지향점이다. 다른 정치세력이 같은 정책적 노선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 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합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지자들도 성향이 비슷해서 모이면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물론 지지자들의 성향도 지역주의적 지지가 아닌 정책적인 지지여야 한다.

 

그런데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전혀 정책적 유사성이 없다. 지지자들의 공유도 그 매개가 지역주의일 뿐 정책적 지향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래서 명분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한 비판은 곧 지지세의 확산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통합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지역구도를 완전히 복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2년까지 극심하게 영호남이 갈려서 각기 지역당을 만들고 대결하는 양상이었다. 그러한 구도는 수십년간 흔들린 일이 없었다. 항상 선거의 결과는 해보나 마나였다. 영남은 어떤 당, 호남은 어떤 당이 싹쓸이했다. 도무지 각 지역내에서 경쟁구도가 전무하였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병폐가 바로 그러한 지역별 독점의 문제였다.

 

그 것을 극복하자는 구호는 항상 난무하였으나 진정으로 극복을 추구했던 정치세력은 발붙일 곳이 없었다. 2002년 영남 출신 노무현이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집권한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이었다. 이제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고, 지역구도의 극복에 나서면 한국정치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러한 지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당을 지배하기 위한 다툼이 난무하였다. 선거과정에서 후단협 등 반칙행위를 했던 세력이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대선에 나름의 기여를 했던 세력은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노력하였다. 당연히 개혁을 위한 진도는 전혀 나가지 못했고, 결국 갈라서게 되었다.

 

분당의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정치인들에게는 불편한 일이지만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는 의미있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영남에서 70%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 호남에서 70%이상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 그리고 전국에서 골고루 30%선의 지지를 받는 열린우리당이 각기 지역마다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정당의 권력구조도 의미있는 발전을 보게 되었다.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들이 당의 리더들을 선출하는 상향식 정치가 그것이다. 이 것도 역시 정치인들에게 매우 불편한 제도였다. 공천장사도 할 수 없고, 공천을 무기로 정치인들을 줄세우는 것도 잘 안되는 상황이었다. 또 지역구도에 의존하여 쉽게 당선돼고 쉽게 정치하던 과거가 그리울 정도로 정치인의 미래는 불투명한 일이 되었다.

 

국민과 우리 정치사에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었으나 결국 정치인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는 매우 불편한 방향이었다. 불편함을 느낀 정치인들의 쉬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열린우리당은 무너지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 민주신당이 생겨났고, 또 다시 민주당과 합당에 합의를 한 것이다.

 

지역대결의 구도는 완전히 복원되었으며, 상향식 정치는 폐지된 상태이다. 이제사 마음놓고 정치인들이 지분나누고, 공천 팔고 하는 장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은 저질정치를 감내하면서도 좀처럼 정치권을 압박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정치가 수십 년을 퇴행한 것이다.

 

게다가 여전히 한나라당의 지지세는 강고하기만 하다. 과거 호남과 영남의 대결구도가 4:6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2:8로 입지조차 악환된 상황이다. 이러한 퇴행을 위하여 그 동안 그렇게 복잡한 길을 돌고 돌아서 온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양당 통합이 과거 민주당보다 진보한 것이 무엇인가? 일점 일획이라도 향상된 것이 있는가?

 

지금이라도 정치인들은 지지하게 정치발전을 목표로 명분있고 소신있는 행보를 해야할 것이다. 지역주의를 볼모로 세력을 모으고 그렇게 얻은 기득권을 서로 나눠갖는 정치는 오래갈 수 없는 법이다. 잠시의 기대를 모을 수 있을지 모르나 곧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정도를 지키는 정치세력만이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잠시의 고난과 어려움을 정도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세력만이 오래도록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다시는 명분없는 이합집산을 보고싶지 않다. 그 것은 정치자영업자들의 무원칙한 상행위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1.13 11:26ⓒ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신당-민주당 합당 #도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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