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이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

부부 교사가 소규모 전문 미술·상담 문화센터 열어

등록 2007.11.15 11:00수정 2007.11.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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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부가 직접 한달 반 걸려서 만든 실내 인테리어 공간

부부가 직접 한달 반 걸려서 만든 실내 인테리어 공간 ⓒ 송상호

부부가 직접 한달 반 걸려서 만든 실내 인테리어 공간 ⓒ 송상호

 

“아니 여기 이 실내장식을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하셨다고요?”
“아, 예. 우리 부부가 쉬엄쉬엄 한 달 반 걸려서 직접 만든 작품입니다.”
“우와. 이걸 말인가요. 정말 대단한데요. 그런데 비용은 얼마나?”
“그건… 재료값만 들었죠. 너무 적게 들어서 밝히기가 뭐 할 정도로.”
“이거 인테리어 업자가 하면 천만 원짜리 공사인 거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들었기에.”
“그 가격의 10분의 1 정도로 들었다고 해야 할 거 같네요.”
“예…. 그럼 9백만 원 버신 거네요. 허허허허허”

 

애초 텅 비어 있던 평범한 식당 공간을 이렇게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변화시킨 놀라운 공사가 시작된 사연은 이렇다. ‘쟁이마을(안성 고삼면)’의 부부 교사인 한정규 이은희 부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보리밥식당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 위기를 타개하려고 실내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했던 것. ‘쟁이마을’ 공간과 식당을 공동 운영해보고자 했던 당초의 계획조차 변경되어 지금은 ‘쟁이마을’의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내신 건가요?”
“폐목재(일명 파래트)공장에 가서 공장도 가격으로 싸게 사 100% 재활용한 작품이죠.”
“아니. 그럼 기획, 재료 구입, 제작, 도색 작업 등을 모두 직접 하셨다는 말인데…”
“서울에 있을 때 입시 미술학원에 17년, 인테리어 3년 정도 한 것이 도움된 거 같아요.”
“아하.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폐목재만으로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네요.”
“사실 애당초 이런 계획이 없었는데 어머니 때문에 시작된 거죠.”
“그러니까 역사가 그렇게 하게 한 거네요.”
“허허허허. 역사라고 하기까지야.”

 

a  그들 부부는 여기에서 소규모 전문 미술과 상담 문화센터를 이루어 갈 계획에 있다. 텅 비어 있던 평범한 식당을 야무지고 아름답게 꾸며냈다.

그들 부부는 여기에서 소규모 전문 미술과 상담 문화센터를 이루어 갈 계획에 있다. 텅 비어 있던 평범한 식당을 야무지고 아름답게 꾸며냈다. ⓒ 송상호

그들 부부는 여기에서 소규모 전문 미술과 상담 문화센터를 이루어 갈 계획에 있다. 텅 비어 있던 평범한 식당을 야무지고 아름답게 꾸며냈다. ⓒ 송상호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괜히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사실 이들 부부가 서울에서 안성으로 내려온 지난 5년 역사 동안 ‘쟁이마을’의 변신은 여러 번 있었다. 장소만 해도 미산리 자택에서 시작해서 아트센터 마노, 희망나무 공동체, 또다시 자택, 지금의 소규모 문화센터 공간까지. 1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했던 것.

 

이름도 ‘동화 속 미술나라’로 시작했다가 ‘쟁이마을 대안학교’에서 ‘쟁이마을 작은학교’로. 급기야 ‘쟁이마을’ 전문 상담·미술 센터라는 정체성까지. 하다못해 종전에 사용하던 홈페이지 주소도 이번에 옮겼다니 확실한 물갈이라 하겠다.

 

뜻을 두고 안성에 내려온 이들 부부에게 5년은 정신없는 세월이었다. 원래 돈이 없는 사람들이 뭔가 하려면 정착 못 하고 수년간 헤매는 게 공식 절차(?)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러고 보니 현대판 유목민입니다, 그려.”
“허허허. 그러네요. 그 말이 ‘딱’이네요.”

 

기자의 농담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부부. 사실 이번에 만든 공간도 3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전세 공간이다. 그들이 3년 뒤에 또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렇지만, 있는 동안에 최선을 다해서 자신들의 꿈을 향한 여정을 만들어 가는 것. 그 과정 자체가 그들에겐 의미가 있는 것이란다. 과정이 하나 둘 모여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몸담아 내고 있는 게다.

 

a  쟁이마을의 새 공간엔 차와 음악이 있다. 그래서 흡사 카페같다. 창 바깥으로 미리내 호수와 건너편 산이 보인다.

쟁이마을의 새 공간엔 차와 음악이 있다. 그래서 흡사 카페같다. 창 바깥으로 미리내 호수와 건너편 산이 보인다. ⓒ 송상호

쟁이마을의 새 공간엔 차와 음악이 있다. 그래서 흡사 카페같다. 창 바깥으로 미리내 호수와 건너편 산이 보인다. ⓒ 송상호

 

이런 그들에겐 꿈이 있다. ‘쟁이마을’의 꿈이 있다. ‘쟁이’란 원래 전문가란 뜻의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면, 미술과 상담의 ‘쟁이’들이 이루는 문화센터와 쉼터 공간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공간이 소규모 전문 상담 미술 문화센터의 첫 삽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여느 문화센터처럼 잡다한 분야가 아니라 그야말로 미술과 정신 상담 분야에 전문적인 곳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수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부부의 실력과 심층심리학 전공 대학원 수료를 앞둔 부부에게는 이제 실력과 노하우는 준비되어 있다. 미리내 성지와 미리내 호수라는 주변 환경이 어우러진 적당한 공간까지 마련되었으니 날개를 단 격이다.

 

잔치준비는 끝났다. 이제 손님만 맞으면 된다. 그동안 함께 해온 스무 명에 가까운 ‘아동반’ 아이들과 더불어 ‘청소년반’, ‘성인반’을 맞을 준비를 끝낸 것이다.

 

이렇게 2007년 ‘쟁이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의 역사가 지금부터 쓰여질 예정이다.
 

a  아이들과 수업중인 한정규 이은희 부부교사. 지금은 '아동반' 아이들을 지도 중이다.

아이들과 수업중인 한정규 이은희 부부교사. 지금은 '아동반' 아이들을 지도 중이다. ⓒ 송상호

아이들과 수업중인 한정규 이은희 부부교사. 지금은 '아동반' 아이들을 지도 중이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4일 새로 마련된 '쟁이마을' 문화센터에서 이루어졌다.  ‘쟁이마을’은 안성 고삼면 미산리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옆에 미리내 호수와 미리내 성지가 있어 전원 환경이 살아 있는 곳으로서 소규모 전문 미술 상담 문화센터이다.

2007.11.15 11:0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4일 새로 마련된 '쟁이마을' 문화센터에서 이루어졌다.  ‘쟁이마을’은 안성 고삼면 미산리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옆에 미리내 호수와 미리내 성지가 있어 전원 환경이 살아 있는 곳으로서 소규모 전문 미술 상담 문화센터이다.
#쟁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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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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