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게 살 만한 집을 부수라고?

천안 주택개발지구 일부 주민들 "정비구역에서 빼주세요"

등록 2007.11.29 16:25수정 2007.11.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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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동안 담장을 맞대고 오순도순 정겹게 지내오던 이웃들이 재개발 열풍에 떠밀려 본인 뜻과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내놓게 됐다.


정비구역안의 모든 건물을 헐어버리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재개발 사업에 반대, 마을의 존속을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충남 천안시 천안의료원 뒤편 봉명동 58-15번지 정수주택 일대 단독주택가에 거주하는 14세대 주민들.

 

a  주민들의 재개발 정비구역 제척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봉명동 정수주택 일대 모습.

주민들의 재개발 정비구역 제척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봉명동 정수주택 일대 모습. ⓒ 윤평호

주민들의 재개발 정비구역 제척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봉명동 정수주택 일대 모습. ⓒ 윤평호


이곳이 포함된 봉명동 62-1번지 일원 3만4610㎡는 현재 ‘봉명2주택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05년 4월 정비구역 지정 제안 뒤 시의회 의견 청취와 충남도 공동위원회 자문을 거쳐 지난 6월 20일 정비구역지정이 고시됐다.


지난 8월 21일은 추진위원회가 승인, 10월 12일은 시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조합설립인가가 승인되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밟아 공사 착공 및 분양이 이뤄진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봉명동 62-1번지 일원은 최고 지상 23층의 공동주택 606세대가 들어서게 된다.

 

"아파트 필요 없다. 이대로 살게 해 달라"

 

하지만 봉명동 정수주택을 비롯한 일부 단독주택가 주민들은 재개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주택을 신축한 지 20년이 경과했지만 보수와 관리를 통해 사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는 것. 재개발이 성사되면 살만한 집을 부숴야 하는 점 외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정수주택 주변 주택가 거주 주민들 대부분이 노령으로 세입자의 전세금에 생활비를 의존하고 있는 처지에서 재개발로 아파트가 지어져도 경제적 부담 탓에 입주하기 어렵고 생활은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수주택 일대 14세대 30여 명 주민들은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자신들 거주지를 제외해달라는 진정서를 지난달 시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노후·불량주택으로 일방적 규정된 자신들의 주택을 직접 현장조사 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a  정수주택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신축 보다는 지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잘 가꾸어진 주택에서 살기를 원한다.

정수주택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신축 보다는 지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잘 가꾸어진 주택에서 살기를 원한다. ⓒ 윤평호

정수주택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신축 보다는 지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잘 가꾸어진 주택에서 살기를 원한다. ⓒ 윤평호

 

주민들 바람은 성사되지 않았다. 천안시 균형발전팀 관계자는 “재건축은 노후·불량주택의 안전진단이 필요하지만 주택재개발은 등기부등본상 20년이 경과된 건축물은 노후·불량건축물로 규정된다”며 “현장조사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비구역 제척 요구도 주민들의 80% 이상 동의로 주택재개발이 추진되는 만큼 어렵다고 답변했다. 봉명2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이기세 추진위원장은 “정비구역에서 제척을 바라는 정수주택 일대 주민들 요구를 수용하면 비슷한 요구가 많아져 재개발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일대를 제외하면 정비구역 범위의 축소로 사업성도 약화되고 사업 추진도 더디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대상지 주민들의 80% 이상 동의가 충족되면 주택재개발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20%의 주민들은 재개발을 원하지 않더라도 사유 재산권을 침해받으며 재개발이 강제된다.


84년부터 정수주택에서 살고 있는 이현주(55)씨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완전히 묵살되는 방식”이라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7.11.29 16:25ⓒ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천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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