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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스토디예프의 <봄맞이 축제> (1916) ⓒ The State Russian Museum
▲ 쿠스토디예프의 <봄맞이 축제> (1916)
ⓒ The State Russian Muse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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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6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다녀왔다. 궂은 날씨였다. 일기예보는 눈을 예고했었다. 예술의전당 미술관을 나설 때 눈 대신 가는 비가 흩뿌렸다.
비를 맞으며 나는 무연히 러시아 꿈을 꿨다. 진눈깨비 나리는 모스크바 거리, 자작나무의 하얀 속살이 눈부신 여름 숲, 곰 같고 때로 불가해한 러시아인들, 길고 긴 겨울밤을 수놓는 공연들.
최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 전'이 개막했다. 서울 남쪽에 러시아 문화의 편린이 꽂혀 있다. 그곳에 가면 러시아와 통할 수 있다. 러시아의 혼이 그곳에, 지금 잠시 머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러시아 4대 미술관 중 두 곳인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러시아 박물관'이 엄선한 유화 91점이 전시되고 있다. 시기는 19세기 중반 사실주의부터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시대를 두루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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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비치의 <절대주의>(Suprematism) ⓒ State Russian Museum
▲ 말레비치의 <절대주의>(Suprema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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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에 칸딘스키, 말레비치, 레핀 등 아주 유명한 러시아 화가들부터 좀 덜 유명한 작가,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작품까지 다양하게 우리나라를 찾았다.
레비탄, 아이바조프스키, 페로프, 크람스코이, 먀소예도프, 라리오노프, 곤차로바, 수리코프, 마코프스키, 바스네초프, 네스테로프 등.
일반 관객들에게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러시아 회화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은 교과서에서 봐 온 그림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아는 화가가 하나도 없다 한들 대수랴. 19세기와 20세기 사이를 마치 금이라도 그은 듯 확연히 달라지는 화풍을 따라 전람회를 산책하다 보면 그림들 중 우리에게 자연스레 말을 거는 작품들이 있을 게다. 그리고 그를 따라 우리의 마음은 새로운 길을 낼 테니.
이 전시회에는 이국적인 풍광의 아름다움(풍경화)과 지성의 광채를 내뿜는 명민한 얼굴들(초상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삶의 밑바닥 풍경과 인생에 대한 긍정(풍속화), 그리고 20세기의 빼어난 실험(아방가르드)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민중 속으로, 자연 속으로,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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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어느날 홀연히 유형지에서 돌아온 여대생 혁명가를 가족들은 경계하며 바라본다. 그녀의 등장으로 가족의 삶은 또 어떤 풍파를 겪을 것인가? ⓒ State Tretyakov Gallery
▲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어느날 홀연히 유형지에서 돌아온 여대생 혁명가를 가족들은 경계하며 바라본다. 그녀의 등장으로 가족의 삶은 또 어떤 풍파를 겪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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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19세기 러시아 회화는 크게 보아 유럽 회화와 궤를 같이 한다. 19세기 사실주의의 뒤를 이어 20세기에 들어서면 미술의 새로운 언어를 찾아 전방위적 아방가르드 실험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러시아 특유의 정취도 듬뿍 담겨 있다.
특히 19세기 중후반 러시아 미술을 주도했던 사실주의 회화가 그렇다. 사실주의 화가들은 러시아의 혼을 찾아 고답적인 아카데미 아틀리에를 벗어나 민중 속으로, 또 러시아의 자연으로 향했다.
이번 전시회는 사실주의 화가들이 빚어낸 다채로운 러시아의 모습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초상화, 풍경화, 역사화, 풍속화. 19세기 사실주의 전시는 이렇게 네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풍속화는 이번 전시회에서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백미다. 사실주의 화가들의 주력 분야이기도 했다. 그들은 붓으로 당대 사회를 논했다. 사회의 모순, 그 안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백성의 삶.
거기에는 그 유명한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나 먀소도예프 작 <지방자치회의 점심식사>처럼 혁명적이고 사회 고발적 성격의 그림이 있는가 하면 <암산>처럼 웃음을 주는 그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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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즈네초프의 차이콥스키 초상 ⓒ State Tretyakov Gallery
▲ 쿠즈네초프의 차이콥스키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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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전시실에서는 차이콥스키, 톨스토이, 고골, 투르게네프를 비롯해 당대 러시아를 주름잡은 문화계 인사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내면세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풍경화들은 어떤가. 흰 눈이 덮인 러시아 겨울의 우아함. 눈이 녹고 봄이 찾아오는 무렵의 환희. 러시아의 자연 풍경이 생소해 보일지라도 화폭에 깃든 우수와 정취는 금세 우리 마음에 젖어든다.
그리고 20세기로 넘어가면 마치 금단의 선을 넘어간 듯 19세기 사실주의와 대비된다. 이제 회화는 본 것을 옮기는 것을 거부하고 정신과 사고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짧은 기간 내에 큐비즘, 수프레머티즘, 레이오니즘, 칸딘스키의 음악적 추상화 등 다양한 유파들이 독특한 회화 언어를 화폭에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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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르이니츠키-비룰랴의 <봄날> ⓒ State Russian Museum
▲ 발르이니츠키-비룰랴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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