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하일기>를 옮기고 엮은 고미숙.
김영조
인문학 책의 대가 고미숙씨와 대담을 시작하면서 먼저 대다수 인문학 책 작가들이 글을 어렵게 쓰는데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고씨는 명쾌한 대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많은 인문학 작가들이 어렵게 써야 더 전문적이거나 깊이가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물론 모든 대상을 독자로 붙잡아 둘 수는 없지만 작가는 독자와 소통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적인 책은 사실 전문가에게도 잘 소통이 안 된다. 옷을 잘 만들지는 몰라도 좋은 생활을 하고 있지는 못하는 일부 한복 전문가와 같은 이치 아닐까?"- 어떤 계기로 <열하일기>를 사랑하게 되었나?"대학 때 분과학을 넘어서 서양·중세·동양 사상을 함께 배우면서 텍스트를 통째로 만날 수 있었다. <열하일기>도 그런 방향에서 만나게 됐는데 지식의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연암은 내게 스승·친구·안내자가 되어 주었다."
- <열하일기>를 국역하면서 연암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연암은 작은 일도 이야기로 만드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고, 모든 것을 하나로 녹여 날마다 기록했던 대단한 사람이다. 또 연암은 최고의 고담준론을 나누는 것은 물론 사기 치는 모리배까지 사귐을 나눌 수 있었던 열린 사람이며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더욱이 그는 앎과 삶이 하나가 됐던 지식인이고, 아는 만큼 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연암은 비교적 조선 문화에 견주어 중국 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보는 듯했다. 특히 학자들이 온돌은 우리가 종주국이라고 하는데 연암은 중국 캉이 더 우수한 것으로 보는 듯 했다. 과연 그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당시 청나라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었다. 조선은 그에 견주면 외부와 교역이 차단되어 어떤 면에서는 낙후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백성의 이용후생을 위해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했다고 보아야 한다. 또 그는 시대적 조건에서 문화를 본 것이지 중국의 문화가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나 좋은 건 없다. 그는 모든 것을 보통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 이 책에서 <호질>은 연암의 작품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호질>을 왜 연암 것으로 보았을까?"한문은 중국뿐 아니라 조선과 일본이 다 같이 썼기 때문에 한문소설을 동아시아 공동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한문학은 오로지 중국 것이라는 민족적 열등감으로 논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호질>은 조선 소설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연암의 소설임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지 그렇게 않았을까?"
- 우리가 연암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종요로운 것은 무엇일까?"연암은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어느 곳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삶의 공간을 열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몸 건강하고 마음이 열려 자유 공간을 만들어 낸 다음 그 공간을 꽉 채우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 시대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 또 다른 책을 내는가?"영화에 관한 책을 탈고했으니 곧 선을 보일 것이다. 지금 노신을 공부하고 있으며, 근대 이후 우리 겨레에게 다산을 맹목적 우상으로 만들어 주었던 '다산학'에 대한 비판서를 쓸 계획이다. 다산의 지혜가 뭔지 제대로 알아야 한국학의 중요한 지점인 다산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고미숙씨는 모든 게 명쾌했다. 모든 질문에 한 마디 주저함 없이 생각을 털어놓았다. 내가 잘못 그에게 가졌던 선입관처럼 어려운 얘기도 하지 않았고, 그저 소탈한 얘기뿐이었다. 대담을 하고 오면서 나는 한편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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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상 - 개정신판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북드라망,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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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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