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탑’과 ‘오마이뉴스 대표’는 닮았다

요란한 색깔의 단풍보다 은은한 억새의 분위기 묻어나

등록 2008.10.21 08:24수정 2008.10.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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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매탑의 전설. 남매탑 안내판에 그려진 그림.

남매탑의 전설. 남매탑 안내판에 그려진 그림. ⓒ 이슬비


계룡산에 있는 남매탑에 아빠와 같이 갔다. 지난 19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산행에서다. 나는 계룡산에 가기 전에 집에서 아빠와 함께 계룡산과 남매탑을 검색해 보았다. 계룡산은 어떤 곳이고, 남매탑이 어떤 곳인지 알고 가기 위해서였다.


계룡산이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2호라는 것도 알았다. 계룡산에 있는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를 가보았지만 국립공원 2호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남매탑에 얽힌 전설도 알게 됐다.

남매탑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옛날 한 스님이 호랑이 목에 걸린 갈비뼈를 빼주었는데, 그 호랑이가 은혜를 갚는다며 한 여인을 데리고 와서 스님께 바쳤다. 그 여인은 소피를 보려다 호랑이를 보고 쓰러져 스님께 왔다는 것이다.

스님은 여인을 고향에 보내주려고 했으나 그 여인은 자신을 구해준 스님을 평생 지아비로 모시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님은 자신이 수제자라며 거절을 하고, 대신 남매 같이 지내자고 했으며 그 뜻으로 '남매탑'이 생겼다고 했다. 그날 이후부터 여인들은 호랑이가 무서워 소피를 보러 밖에 나가지 않고 요강을 놓고 일(?)을 봤다고 했다.

a  남매탑을 오르다가 한 컷.

남매탑을 오르다가 한 컷. ⓒ 이슬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전국에서 모인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산에 올랐다. 산길이 완만해서 올라가기 좋았다. 아빠와 나는 중간 중간 쉬면서 올랐다. 도토리도 몇 개 줍고 알밤도 주웠다. 지루하면 MP3로 노래도 들었다.

초등학생보다도, 아니 유치원생보다도 늦게 남매탑에 도착했다. 상신리 주차장에서 남매탑까지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막상 남매탑에 도착하니 정말 허무했다. 내가 생각한 남매탑이 아니었다. 나는 화려하게 색칠된 웅장한 절이 있고 그 옆에 탑이 아담하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탑만 달랑 서있는 것이었다. 생김새도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


그러나 순박하고 순수하게는 보였다. 약간 섬세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는 했다. 아담한 면도 있었다. 큰 절은 없었지만 작은 암자가 있었다. 단풍도 여기저기 많이 물들어 아름다운 가을을 뽐내고 있었다.

잠깐 동안 앉아서 남매탑과 주변 경치를 둘러보고 산을 내려왔다. 우리가 늦게 올라온 탓에 일행들은 모두 내려가 버린 뒤였다. 올라갈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산에서 내려올 때는 그렇지 않았다. 금방 내려왔다.


a  소박한 남매탑과 그 옆에 있는 암자.

소박한 남매탑과 그 옆에 있는 암자. ⓒ 이슬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닭도리탕과 도토리묵에다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분이 와서 "맛있게 먹어라"며 인사를 했다. 아빠께서 오마이뉴스 대표님이라고 하셨다.

그 순간 나는 깼다. 나는 오마이뉴스를 처음 만드신 분이어서 대단한 분일 줄 알았다. 나이는 좀 많이 들었고 단정한 머리에다 반듯한 안경, 그리고 깔끔한 양복에 세련된 넥타이, 광택이 나는 구두를 신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평범해 보였다. 점퍼 차림에다 머릿결은 제 맘대로, 또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체구는 보통이고 마른 체형이었다. 정말 놀랐다. 순박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냥 평범한 시골집 아저씨 분위기가 풍겼다. 친근하고 부담 없이 느껴져서 좋았다.

꼭 계룡산에서 만난 남매탑 같았다. 남매탑과 오마이뉴스 대표님 이미지가 너무 순박한 게 닮았다. 화사한 멋을 자랑하는 꽃보다, 요란한 색깔의 단풍보다 은은한 억새의 분위기 같은….

계룡산에서 여러 기자분들도 만났다. 직접 말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성격이 다 좋은 분들 같았다. 나한테도 친절하게 잘 해주었다. 그리고 나보다 산을 훨씬 잘 올라간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 존경한다.

a  남매탑에 오르기 전, 상신리 돌담길에서.

남매탑에 오르기 전, 상신리 돌담길에서. ⓒ 이슬비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남매탑 #계룡산 #오연호 #시민기자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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