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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린 어제 아침 집짓기가 한창인데 눈이 내려버렸다. ⓒ 전희식

▲ 눈 내린 어제 아침 집짓기가 한창인데 눈이 내려버렸다. ⓒ 전희식

"눈 온다~!"

50을 넘어선지 오래인 제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코흘리개 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늘 한번 쳐다볼 겨를도 없이 일만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려는데 하늘에서 눈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손바닥을 활짝 펴서 차가운 눈의 감촉을 확인했습니다.

"눈 온다 눈."

제소리를 듣고 방에 있던 사람들이 왈칵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생태 집짓기 체험에 온 사람들입니다.

"눈? 어어? 정말 눈이 오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우리는 낮에 일하느라 벌여놓은 연장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와 양말을 걷어내느라 바빴습니다. 흙벽돌 쌓아 놓은 곳은 합판과 비닐로 덮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눈이 밤새 내렸나 봅니다. 아홉 시 저녁뉴스도 못 보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오줌 누러 밖에 나와 보니 훤한 달빛 아래 온 세상이 눈이었습니다. 수은주는 영하 9도.

훤하게 밝긴 했지만 푸른기가 도는 새벽 달빛은 쓸쓸하고 야박 해 보였습니다. 전날 밤의 눈보라도 시치미를 뚝 떼고 가만히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음모라도 꾸미는 듯 바람은 한 점도 불지 않고 정적만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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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눈이 내리는 모습 첫 눈은 축복처럼 내렸다. ⓒ 전희식

▲ 첫 눈이 내리는 모습 첫 눈은 축복처럼 내렸다. ⓒ 전희식

집 짓느라 고생이 심하니 하루 푹 쉬라는 것인가 봅니다. 골목길 눈을 쓸면서 든 생각입니다. 잘 때 바셀린을 발라도 계속 갈라져서 피가 나는 손가락이 잘 구부려지지도 않습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는 "나무 껍데기만도 못하다"고 하십니다.

발 뒤꿈치도 자꾸 벗겨지고 어떤 곳은 굳은 살을 잘못 뜯어내다 상처가 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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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갈라져 터진 손 ⓒ 전희식

▲ 손 갈라져 터진 손 ⓒ 전희식

더 얼어붙기 전에 해 놔야 할 일이 쌓였지만 눈 덕분에 하루 참 홀가분하게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