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는 계승되고,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3회에 걸친 ‘촛불문화재’ 취재 뒷이야기

등록 2008.12.30 09:42수정 2008.12.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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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포스터(2008.05.09 서울 청계광장) ⓒ 조종안

이명박 대통령의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포스터(2008.05.09 서울 청계광장) ⓒ 조종안

 

마음이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던 2008년 무자(戊子)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대통령, 수석비서관, 장관, 대변인, 청장이 되어 온갖 권세를 누리는가 하면, 영하의 추위에도 거리에서 ‘삽질’과 ‘MB악법’에 항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뜬금없는 ‘어륀지’ 열풍과 ‘강부자’, ‘고소영’ 내각 출범을 보며 많은 국민이 우려했던 점을 생각하면 MBC노조 파업과 거리 시위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까지는 빼앗지 말았어야지요.

 

그래서입니다. 2008년 ‘올해의 단어’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된 국민 의식 수준과 성숙된 시위문화를 확인시켜주었던 ‘촛불문화제’, 나아가 ‘촛불’을 꼽고 싶습니다.

 

촛불은 효순·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됐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효순·미선이를 장갑차로 깔아뭉갠 미군들이 무죄판결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자 “미군 물러가라!”, “미국과 손잡은 김대중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난무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평화시위만큼은 보장했습니다.

 

당시 어이없는 재판결과는 2002동계 올림픽에서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데 분노해있던 국민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했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불평등하게 맺어진 SOFA가 합리적으로 개정되는 그날까지 계속 타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실용’과 ‘소통’을 외치며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나기 무섭게 미국으로 건너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검역의 빗장을 열어주는 쇠고기 협상을 맺었고 그에 분노한 국민은 쇠 파이프가 아닌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 의식 수준은 30년 전 군사독재 시절에 머물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지요.

 

이 대통령은 성숙된 시위문화를 보여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협상을 추진했어야 함에도 TV 카메라 앞에서는 사과문을 발표해놓고 뒤돌아서는 색깔론과 배후론을 들먹이며 어린 학생들까지 처벌함으로써 국민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사법처리를 강행한 검찰의 행위는 모순이 아닐 수 없고, 한나라당의 ‘친북좌파 배후론’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을 처벌하기 전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국민이 부르는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두 번이나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색깔과 배후부터 조사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이 대통령은 추가 협상 이후 명박산성을 쌓고 물대포와 분말 소화기, 방패, 곤봉 등으로 국민과 소통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몇이나 되었겠느냐는 것이지요.  

 

가관인 것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폭행당한 시민들이 검찰에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이 내년으로 연기되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폭행했다는 경찰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미뤄왔는데요. 권력의 눈치나 살피는 정치검찰의 진수를 검찰 스스로 보여주고 있어 고소를 금치 못하겠습니다.

 

유신군사독재를 방불케 하는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 주부들과 어린 학생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짓밟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역사와 촛불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이고 국정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3회에 걸친 촛불문화재 현장 취재

 

2008년은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는 해였습니다. 그러나 기자 입장에서는 ‘촛불문화제’ 행사장에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의 손에서도 타오르던 ‘촛불’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화의 상징이자 희망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허술한 청바지차림에 흰 머리카락이 대부분인 아저씨의 인터뷰 요청에 거리낌 없이 응해준 학생들과 시민들을 보며 아직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고, 명함도 없는 시민기자를 믿는 그들에게서 신뢰가 완전히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몸은 좀 불편하지만, 보람을 느꼈던 서울 청계광장과 부산 서면 로터리에서의 촛불문화제 장면을 촬영해놓고 올리지 못한 사진과 느낀 점들을 2008년을 반추하는 마음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 5월9일 서울 청계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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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가 더해가는 ‘촛불문화제’의 배후론과 괴담이 누구의 사주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리는 피켓(2008.05.09 서울 청계광장) ⓒ 조종안

열기가 더해가는 ‘촛불문화제’의 배후론과 괴담이 누구의 사주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리는 피켓(2008.05.09 서울 청계광장) ⓒ 조종안

 

서울 청계광장에는 행사 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광장 한편에 설치된 무대에서 슈퍼주니어 그룹이 서경석(개그맨) 씨에게 희망달리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터지는 함성이 열기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저물기 전부터 열기가 달아올랐던 서울 청계광장 ‘촛불문화제’는 저녁 7시쯤 개그맨이자 시사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노정렬 씨가 사회를 봤으며 비보이 공연과 퍼포먼스 공연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중·고생, 대학생, 시민단체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협상을 비판했는데, "좌파세력이란 말에 주눅 들지 말고 우리 의사를 당당하게 표현하자!"라며 무대 앞 카메라 기자들에게 "이왕 찍으려면 예쁘게 찍어주세요."라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던 당찬 목소리의 여학생이 기억에 남는군요.  

 

어머니와 함께 나온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미국 쇠고기도 걱정 없으니까 먹으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워요!"라고 외치던 차예진(9살) 양의 목소리도 귓가에서 맴도는 듯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는 학생들의 배후가 누구인지 꼭 밝혀야 한다면 여·야의 추천을 받은 특별검사가 조사하는 조건으로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관료주의를 지향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했던 이명박 대통령 책임도 크기 때문이지요. 

 

#6월10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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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한토마>와 <오마이뉴스> 뉴스를 즐겨본다는 인터넷 필명 ‘죽림마을’님,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 거주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반대하고 있었습니다.(2008.06.10) ⓒ 조종안

주로 <한토마>와 <오마이뉴스> 뉴스를 즐겨본다는 인터넷 필명 ‘죽림마을’님,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 거주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반대하고 있었습니다.(2008.06.10) ⓒ 조종안

 

이명박 대통령의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반대하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6월10일 행사는 다른 때보다 가족단위가 많았으며 교복을 입은 여중·고생들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약사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학생에게 토론 시간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이명박 대통령 다음에는 박정희와 전두환이 제일 많이 나온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까 “독재자들이기 때문일 거예요.”라고 해서 쓴웃음을 지은 적도 있습니다.

 

주로 <한토마>와 <오마이뉴스> 게시판을 드나든다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영남의 한 노동자’라고 소개한 인터넷 필명 ‘죽림마을’(62세)님은 60년이 넘도록 왜곡된 역사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세상이 되었다며 친일파를 고위직에 등용했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포크레인으로 온 나라를 뒤집어엎을라 카는 이명박이 노동자 출신이라며 잘 알아서 할 끼라고 하는데예, 그 사람은 벼락출세한 가짜 노동자 아입니까?”라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국민의 80% 가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데도 괴담을 들먹이며 배후세력이 궁금하다는 한나라당과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열을 올렸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건강을 염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는커녕 시위를 문화제로 승화시키는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의 참가 자제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와 가정통신문을 보냈던 것을 생각하면 ‘MB악법’은 진즉부터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6월13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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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사거리를 꽉 메운 부산 시민(2008.06.10 부산 서면) ⓒ 조종안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사거리를 꽉 메운 부산 시민(2008.06.10 부산 서면) ⓒ 조종안

 

6월13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이의 6주기이어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이날 행사는 효순·미선이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시작했는데, 무대에 오른 학생과 시민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부르며 서면 로터리를 잠시 흥겨운 잔치마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추모시 낭독과 자유발언을 마치고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따라 질서 있게 거리행진을 시작했는데요. 사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오며 사진을 찍는 걸 보니 말이 보호이지 검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열에서 “찍지 말라!”, “언론사 소속이 어디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도 비웃는 표정으로 계속 촬영하고 있었으니까요.   

 

행진을 하는데 승용차를 몰고 가던 어떤 시민이 대열로 파고들더니 차에서 내려 길을 막는다며 폭언을 하는 바람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이곳저곳에서 “수상하다!”라고 외치며 말리는 바람에 불행한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고 밤 11시 가까이 되어 행진을 무사치 마치고 자진 해산했습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탄핵 천국, 명박 지옥', '국민 기만 서민 말살 이명박을 탄핵하라!', '3개월이 백 년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미친 소 미친 정부 국민도 미치겠다.', '재협상 없으면 대통령도 없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전단지를 보며 민심이 얼마나 이반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의 단어’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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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의 손에서 타오르고 있는 촛불, 글자 그대로 촛불을 든 당신은 아름답습니다.(2008.06.10 부산 서면) ⓒ 조종안

젊은 부부의 손에서 타오르고 있는 촛불, 글자 그대로 촛불을 든 당신은 아름답습니다.(2008.06.10 부산 서면) ⓒ 조종안

 

미국은 쇠고기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해다 먹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기들이 기른 소는 왜 먹지 않고 한국에 수출할까요? 미국의 속내를 잘 파악해야 함에도 “미국산 쇠고기도 괜찮다.”, “아무리 반대해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라며 국민을 무시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쇠고기 협상은 졸속 외교였다는 게 다수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제 2의 고엽제를 들여온 대통령, 한·미 관계를 30년 전의 종속관계로 되돌려 놓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2008년은 ‘대운하’와 ‘오륀지’로 시작해서 ‘숭례문 화제’, '강부자', '고소영' 내각, ‘광우병 파동’, ‘경제불황’, ‘종교편향’, ‘금강산과 개성공단’, 김정일 와병설 등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1년 내내 발생했는데요. ‘올해의 단어’는 우리의 자존심과 건강을 지키고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었던 ‘촛불’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08년 ‘올해의 단어’는 응모글

2008.12.30 09:4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2008년 ‘올해의 단어’는 응모글
#촛불문화제 #촛불 #쇠고기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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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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