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목소리 제대로 담아낼 터"

[인터뷰] 송영순 '맹렬 부녀회장에서 옴부즈만으로'

등록 2009.02.03 09:52수정 2009.02.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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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필운 안양시장(좌) , 옴부즈만 송영순(우)

이필운 안양시장(좌) , 옴부즈만 송영순(우) ⓒ 안양시

이필운 안양시장(좌) , 옴부즈만 송영순(우) ⓒ 안양시

 

‘축하 합니다’ 라고 말을 건네자 “축하요! 점점 무거워지는 데요” 라고 답변했다. 2월2일 오전 10시, 안양시청 4층에 마련된 ‘옴부즈만’ 실에서 첫 출근한 안양시 최초 ‘옴부즈만’ 송영순(54) 씨를 만났다.

 

‘옴부즈만’ 은 스웨덴어로 권한을 부여 받은 자 (authorized agent)다.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행정기관의 부당해위로 손해를 입은 국민을 대변해서 권익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안양시는 2008년 조직개편을 통해 행정안전과 내에 민원 옴부즈만 팀을 신설하고 9월30일, 운영에 관한 조례를 12월14일에는 시행규칙을 제정 공포했다.

 

 민원옴부즈만 임기는 2년(연임 가능)이다. 시정조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장이 위촉한다. 직무를 수행하는 관할은 안양시 및 산하기관, 지방행정기관으로부터 행정권한의 위임·위탁을 받은 법인단체 또는 기관이나 개인까지다.

 

송 씨는 안양시장에게 옴부즈만 제의를 받고 처음에 거절했다. 지난 2008년 12월초에 시장 비서실 전화를 받고 그 날 오후에 이필운 시장을 만났다. 이 시장은 그 자리에서 옴부즈만이 돼달라는 부탁을 했다.

 

“우리나라는 스펙을 중요하게 보잖아요. 제가 경력이나 이력이 많이 부족할 것 같아서 걱정  스러웠어요. 그래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시장님이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기만 하면 된다며... 그래서 위촉받기 며칠 전에 수락 했어요.”

 

송 씨는 지난 1월29일 위촉장을 받고 ‘옴부즈만’ 이 됐다. 또, 당일 오전 10시20분에 시장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기자들은 우려 섞인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행정경력이 전무한 송영순 이란 인물이 과연 ‘옴부즈만’ 에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송씨는 기자들 질문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단순히 소개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인사 청문회를 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전문성, 행정능력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옴부즈만’ 은 행정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예요.”

 

송 씨는 ‘옴부즈만’을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굳이 전문성이나 행정능력은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 그래서 옴부즈만 은 평범한 시민들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는 ‘평범한 시민 송영순’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전문성 있는 사람을 뽑으려면 전직 안양시청 국장이나 구청장 출신이 옴부즈만이 돼야 할 텐데 그렇다면 ‘옴부즈만’ 이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시청에 고위 공무원 한명 더 앉혀 놓는 다는 의미 밖에는!” 

 

이필운 시장과의 까칠한 첫 만남이 ‘옴부즈만’ 하게 된 계기

 

a  송영순

송영순 ⓒ 이민선

송영순 ⓒ 이민선

송씨는 이필운 안양시장을 지난 2008년 1월경 만났다. 이 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 된 직후다. 이 시장은 전임 신중대 시장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시장 직을 박탈당한 이후, 재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됐다.

 

“신중대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어요.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 로 재판이 한창 진행 될 때라 바빠서 그런지 응하지 않았어요. 신 시장 재판이 끝날 때 쯤 ‘어느 분이 시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첫 면담은 송영순이 되게 해 달라’ 는 내용의 민원서를 민원실에 접수 했어요”

 

송씨 민원을 이 시장은 당선 직후 받아줬다. 실제 면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민원 내용은  ‘골치 아픈’ 것이었다. 

 

“박달동 대림 한숲 아파트 부녀 회장을 3년째 하고 있어요. 그 지역은 각종 혐오시설이 모두 모여 있는 곳 이예요. 도축장, 화학약품 냄새나는 페인트 공장 등. 어째서 이런 곳에 아파트 건설 허가를 내 주었느냐고 항의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 했어요. 무척 까칠한 이유 였지요. 많이 따졌어요. 지금이라도 환경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고요.”

 

당시, 이 시장은 까칠한 항의를 친절하게 들어 줬다. 또, 노력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주민 들 뿐만 아니라 도축장이나 페인트 공장 하시는 분들도 ‘똑같은 생각을 할 것‘ 이라는 말로 송씨를 설득했다. ’왜 이런 곳에 아파트 건축 허가를 내 주었느냐‘ 고.

 

“당시, 격한 감정으로 만났는데 면담을 하고 난 이후 많이 풀어졌어요. 생각해 보니 별 뾰족한 수가 없는 일 이었어요. 어쨌든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공장이 있었던 곳인데 안양시 에서도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날의 만남이 송 씨를 ‘옴부즈만’ 으로 만들었다. 이 시장은 지난 1월29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작년에 처음 만났다. 박달동 지역의 민원을 주민의 입장에서 전달하기 위해 왔는데 매우 인상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옴부즈만 송영순은 평범한 주부 이면서 기업인(동양 하우징 대표)이다. 또,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화가다. 작년6월에는 그동안 작업한 ‘유화’를 모아 개인전을 했고 올 4월에도 ‘동안문화관’에서 ‘그룹전’을 할 예정이다.  

 

안양시 일각의 우려대로 그의 이력에서 행정 경험이 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맹렬한 삶을 살았다는 흔적은 곳곳에 보인다. 기업을 운영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아파트 부녀회장직을 수행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 맹렬함을 밑천으로 훌륭한 ‘옴부즈만’ 이 되길 바란다‘ 며 인터뷰를 마쳤다. 송영순씨는 기자의 ’덕담‘에 “시민들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로 첫 출근했다“고 화답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9.02.03 09:5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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