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에 발목 잡힌 횡단보도 약속

횡단보도 설치놓고 갈등에 빠진 대구시

등록 2009.02.05 09:53수정 2009.02.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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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횡단보도 설치논란이 뜨거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논란에 현장인 한일극장 앞 차도 광경

횡단보도 설치논란이 뜨거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논란에 현장인 한일극장 앞 차도 광경 ⓒ 김용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논란'

대구의 중앙 도심지이며 상권이 밀집된 중앙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대현프리몰(구 중앙지하상가) 상인들과 14개 장애인·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아이러브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이하 아이러브)>라는 단체와의 첨예한 대립 속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12일(월) 대구시는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공고(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에 따른 에너지 위기, 국·내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저탄소·에너지 절감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대구시가 아시아 최초로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함으로 대중교통 중심정책에서 가장 선도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한 바 있다.

대구시가 지정한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그동안 2년 넘게 아이러브가 장애인 편의와 노약자·시민들의 자유로운 보행권을 요구하며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했던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가 빠진 것.

a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전용지구 모습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전용지구 속의 논란의 부분인 원과 원 사이의 모습이 한일극장 앞.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전용지구 모습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전용지구 속의 논란의 부분인 원과 원 사이의 모습이 한일극장 앞. ⓒ 김용한


대구시장의 약속은 물거품?

<아이러브>는 급기야 성명서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이러브>는 그동안 횡단보도 설치와 관련해 대구시장과 시민단체 대표자와의 간담회(2008. 7. 22)를 통해 2008년 내에 설치를 약속했는데 정작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를 2010년 10월 재논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이러브>는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지하상인 생업위협은 엄연히 다른 성격의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두 사안을 무리하게 연결시켜 결국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무산시키고, 시민의 보행권을 가로막으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a 한창 도로 단장인 동성로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꾸며지고 있는 동성로의 모습. 대구시는 2011년 대구에서 펼쳐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빌미로 노점상들을 강제철거한 바 있다.

한창 도로 단장인 동성로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꾸며지고 있는 동성로의 모습. 대구시는 2011년 대구에서 펼쳐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빌미로 노점상들을 강제철거한 바 있다. ⓒ 김용한


<아이러브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에 실무를 맡고 있는 대구DPI 서준호 사무국장은 “모든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횡단보도임에도 대구시는 시장이 약속한 내용조차도 중앙지하상가의 눈치만 보며 어정쩡한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러브>는 동일한 날 성명서(1. 12)를 발표를 통해 “중앙네거리 횡단보도 설치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포함된 계획이고,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는 ‘동성로공공디자인개선사업’에 계획된 내용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상인만 상인이고, 우린 상인 아닌가?"

대구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 7월경 시장과의 면담이 이뤄진 사항은 사실이나 지역경제가 어렵고 지하상가(대현프로몰) 상인들의 생계 및 영업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횡단보도 설치에 대해 극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대현프리몰 상인 대표 이동렬씨는 “횡단보도 설치는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데 어떻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항변하면서 “점포만 230여개 거기에 딸린 식구만 하더라도 2000여명에 달하는데 대구시가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a 교동시장(좌)과 대현프리몰 광경(우) 지상에 위치한 교동시장 상인들은 찬성하는 쪽이고, 지하상가에 위치한 대현프리몰(구 중앙지하상가) 상인들은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에 상권 위축을 염려해 반대하고 있다.

교동시장(좌)과 대현프리몰 광경(우) 지상에 위치한 교동시장 상인들은 찬성하는 쪽이고, 지하상가에 위치한 대현프리몰(구 중앙지하상가) 상인들은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에 상권 위축을 염려해 반대하고 있다. ⓒ 김용한


반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반기는 쪽인 교동시장상인연합회 손경석 회장은 “대구시가 지하상가만 중요하고 우리는 중요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면서 “우리도 1500여개의 점포와 3000여명의 식구들이 딸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회장은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면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가 가로막힌 것은 무슨 영문이냐”면서 “대구시가 분명한 태도로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을 펴면 좋겠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설치두고 고민에 빠진 '대구시장', 과연 어떤 결정? 

<아이러브>의 지속적인 항의방문 여파와 대구시장의 약속(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3745&yy=2008) 때문인지 시장과의 재면담(09. 1. 19)이 어렵게 성사된바 있다.

a 대구시청 앞에 그어진 횡단보도 모습 대구시청 앞에는 100m도 안되게 횡단보도가 2개나 설치되어 있으며, 시청 앞 네거리까지 포함하면 3개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청 앞에 그어진 횡단보도 모습 대구시청 앞에는 100m도 안되게 횡단보도가 2개나 설치되어 있으며, 시청 앞 네거리까지 포함하면 3개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 김용한


관련법령: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11조(횡단보도의 설치기준)


지방경찰청장은 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횡단보도를 설치하고자 하는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4. 횡단보도는 육교․지하도 및 다른 횡단보도로부터 200m 이내에는 설치하지 아니할 것. 다만,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된 구간인 경우 또는 보행자의 안전이나 통행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이 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장은 <아이러브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의 실무진과의 면담을 통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의 문제를 오는 10월 재논의할 것과 횡단보도 사용에 따른 의견수렴을 위한 용역발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중구청은 동성로공공디자인개선사업을 위해 수십 년간 장사를 해오던 노점상들을 철거한 채 동성로 단장에 한창이고, 대구시는 중앙로를 아시아 최초로 대중교통지구(버스전용 운영지구)로 선정하여 보행자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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