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61) 마인드

[우리 말에 마음쓰기 546] ‘환경보전 마인드’, ‘따뜻한 커피 마인드가 느껴지도록’

등록 2009.02.09 11:33수정 2009.02.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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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환경보전 마인드

 

.. 자연보전을 위해서는 정책판단의 주체가 되는 정치, 행정 분야가 지니고 있는 최소한의 환경보전 마인드가 관건이지만 보전논리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  《김수일-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지영사,2005) 91쪽

 

 “자연보전(-保全)을 위(爲)해서는”은 “자연을 지키려면”이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려면”으로 다듬습니다. “정책판단(-判斷)의 주체(主體)가 되는”은 “정책을 만들고 꾸리는”이나 “정책을 세워 이끄는”으로 손보고, “행정 분야(分野)가 지니고 있는”은 “행정을 맡은 사람들이 품는”으로 손보며, ‘관건(關鍵)이지만’은 ‘큰일이지만’이나 ‘눈여겨보아야 하지만’으로 손봅니다. ‘보전논리(保全論理)는’은 ‘우리 삶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으로 손질하고, “밀리게 되는 것이 엄연(儼然)한 현실(現實)이다”는 “밀리는 모습이 어쩔 수 없는 우리 모습이다”나 “밀리게 되는 일이 바로 우리 모습이다”로 손질해 봅니다.

 

 ┌ 마인드(mind) : ‘심리’로 순화

 ├ 심리(心理) :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

 │   - 사람의 심리란 참 묘한 거야 / 환자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

 ├ 최소한의 환경보전 마인드

 │→ 최소한이나마 환경을 보전하려는 생각

 │→ 조금이나마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

 │→ 조금이라도 우리 삶터를 돌보려는 뜻

 │→ 아주 작더라도 우리 삶터를 생각하는 넋

 └ …

 

 국어사전을 뒤적여 보면 ‘마인드’가 올림말로 실립니다(2005년까지는 올림말로 실렸으나 2009년에는 올림말에서 빠졌음). 그러면서 ‘심리(心理)’로 고쳐쓰라고 풀이합니다. ‘심리’를 다시 찾아보면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라고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마인드 = 심리 = 마음’인 셈입니다.

 

 ┌ 사람의 심리란 참 → 사람 마음이란 참

 └ 환자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 환자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 환자는 떨고 있다

 

 영어를 쓰는 사람한테는 틀림없이 ‘mind’입니다. 한문을 쓰는 사람한테는 어김없이 ‘心理’입니다. 한국땅에서 한글로 글을 쓰고 토박이말로 말을 하는 사람한테는 다름아닌 ‘마음’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 사람들은 자기 뜻과 얼을 담아내는 영어를 좀더 알맞게 잘 쓰도록 마음을 쏟을 일입니다. 한문을 쓰는 나라 사람들은 당신 생각과 넋을 실어낼 한문을 더욱 살뜰히 쓰도록 마음을 바칠 노릇입니다. 토박이말과 한글을 쓰는 이 나라 사람들은 우리 느낌과 삶을 한결 고이 펼쳐 보일 수 있게끔 마음을 기울여야 할 테지요.

 

 그렇지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조금이나마 마음을 두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ㄴ. 따뜻한 커피 마인드가 느껴지도록

 

.. 선명한 부분과 흐릿한 부분이 함께 공존하는 사진들이 묘한 매력을 풍기며 인기가 있던 시절, 마침 따뜻한 커피 마인드가 느껴지도록 해야 하는 이번 일에도 ..  《임병호-광고와 사진 이야기》(눈빛,2006) 12쪽

 

 보기글에 ‘흐릿한’이 나오니, 바로 앞에는 ‘선명(鮮明)’보다 ‘또렷한’이나 ‘밝은’을 넣으면 한결 낫습니다. ‘부분(部分)’은 ‘곳’이나 ‘자리’로 손질하고, “함께 공존(共存)하는”은 겹말이니 “함께하는”이나 “함께 있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묘(妙)한’은 ‘야릇한’이나 ‘그윽한’이나 ‘깊은’이나 ‘남다른’이나 ‘알 수 없는’으로 손보고, “매력(魅力)을 풍기며”는 “우리 마음을 사로잡으며”나 “우리 마음을 끌며”로 손보며, ‘시절(時節)’은 ‘때’로 손봅니다.

 

 ┌ 따뜻한 커피 마인드가 느껴지도록 해야 하는

 │

 │→ 따뜻한 커피 느낌이 나도록 해야 하는

 │→ 따뜻한 커피 느낌이 나야 하는

 │→ 따뜻한 커피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하는

 │→ 따뜻한 커피를 느끼도록 해야 하는

 └ …

 

 ‘커피 마인드’가 무엇일까 한참 생각해 봅니다. “책상 마인드가 느껴지도록”처럼도 쓸 수 있는지, “자전거 마인드가 느껴지도록”처럼도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글쎄, 고개를 갸웃갸웃 헤아려 보지만, 글쎄라는 말만 되풀이 나옵니다.

 

 ┌ 함께 공존하는 (x)

 └ 마인드가 느껴지는 (x)

 

 보기글에서 “함께 공존(共存)하는”은 겹말입니다. ‘공존’은 “함께 있음”을 뜻하거든요. “마인드가 느껴지는”도 겹말입니다. 보기글에서 가리키려는 ‘마인드’란 ‘느낌’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다만, “느낌이 느껴지는”처럼 적는다 하여 꼭 틀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각을 생각한다”라 할 수 있고, “잠을 잔다”라고 하니까요. 그러나 “쉼을 쉰다”라 하면 어설프듯, 섣불리 같은 말을 되풀이하기보다는, 한 마디로 단출하게 적거나 글흐름을 살릴 꾸밈말을 새로 넣어 주면 좀더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 커피 느낌이 나다

 ├ 커피를 느끼게 하다

 ├ 커피 냄새를 느끼게 하다

 └ …

 

 영어를 써서 얄궂다느니, 구태여 영어로 우리 마음을 나타내야 할 까닭이 있느냐느니 하기 앞서, 말씀씀이가 엉터리이고 글씀씀이가 뒤죽박죽입니다. 말다운 말을 제대로 가려쓰지 못했고, 글다운 글이 되도록 생각주머니를 알뜰히 여미지 않았습니다.

 

 ‘카피라이터’라 해야 좀더 그럴싸해 보이지 않습니다. ‘포토그래퍼’라고 해야 뭔가 훌륭한 사진을 찍는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베이커리’라 해야 맛있는 빵을 구을까요. ‘샵’에 가야 좋은 물건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생각을 살펴야 하고, 우리 삶을 돌아보아야 하며, 우리 마음씀을 추슬러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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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9 11:3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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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외국어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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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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