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절 길어지면 회복도 더뎌
 금강산관광 중단, 민족혼이 운다"

[인터뷰]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 추진 송훈석 의원

등록 2009.02.23 12:16수정 2009.02.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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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을 준비 중인 송훈석(무소속) 의원. ⓒ 송훈석의원실 제공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을 준비 중인 송훈석(무소속) 의원. ⓒ 송훈석의원실 제공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용주의라는데, 결국 과거 냉전시대로의 회귀죠. 이 정부가 과연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을 했는지 찾아보기도 어렵고…."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11호에서 만난 송훈석(58·무소속·강원 속초-양양-고성)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진정성이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로 한반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대화 창구조차 열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원도 접경지역이 지역구인 송 의원은 최근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을 준비해 동료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고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이후 끊긴 금강산 관광길을 다시 열어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송훈석 의원 "금강산관광사업, 하루 빨리 재개해야"

 

송 의원이 '결의안'은 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로 현재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질수록 대화가 필요하다는게 송 의원의 지론이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몇 명도 이미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에 서명했다.

 

송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강산관광은 한반도 평화를 가져다 준 기념비적 사업"이라면서 "하루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강산관광 중단의 직접적 계기가 된 고 박왕자씨 사망 사고에 대해 "북한은 유감 표명이라도 하고, 남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일종의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평화 정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 박왕자씨 사망 책임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금강산관광 재개를 반대하는 보수진영에게도 송 의원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강경책으로 나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강산관광 결의안 제출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서명운동이 마무리되면 다음 번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문인 고려대 법대 출신의 송 의원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부장검사를 지낸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정계로 진출한 3선(15대, 16대, 18대) 의원이다.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현재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다음은 송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금강산관광 재개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

 

-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로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을 준비하는 배경은 뭔가.

"금강산관광이 오래 전에 끊겼고, 또 미사일 발사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금강산관광길인 강원도 고성 등) 지역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서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하고 상호 신뢰회복도 해야 하지 않겠나. 지역 경제도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 동료 의원들이 서명에 많이 참여했나.

"그렇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참한 것으로 안다.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을 미룰 이유가 없다. 서명운동이 마무리되면 다음 번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

 

- 금강산관광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성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결의안을 준비하면서 민주당과는 협력하고 있나.

"사실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은 민주당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요즘 민주당을 보면 힘이 없는 것 같다. 조금 이상하기도 하고….(웃음)" 

 

"금강산관광재개 반대? 강경책으론 성공 못해"

 

- 금강산관광이 끊긴 것은 고 박왕자 피살 사건 때문이다. 북한의 사과가 없어 남한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북측의 사과가 없어도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생각인가.

"서로 양보하면 절충점 찾을 수 있지 않겠나. 대화를 나눠서 그 부분에 대한 타협을 해야지. 감정적인 부분도 개입돼 있는 것 같다. 만나서 대화하면 감정적인 문제도 해결되고, 서로 신뢰도 찾게 되지 않겠나. 북측은 나름대로 유감 표명하고, 남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 남과 북이 한발씩 양보해서 해결하자는 얘긴가. 

"그렇다. 이쪽에서는 (고 박왕자씨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에 간 잘못도 있고, 저쪽에서는 또 민간인을 쏜 잘못도 있다. 비무장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것도 잘못한 것이니까, 절충점 찾을 수 있지 않나 한다."

 

- 금강산관광재개를 촉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남북 대화를 시작하자는 의미인가.

"그렇다. 지금은 남북 대화가 시작돼야 하는데, 남북 관계가 풀리길 기다려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보다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서 남북 관계를 풀어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회창 총재는 금강산관광 재개 움직임에 대해 "한심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또 보수진영에서도 북한의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나는 거꾸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럴 때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서 남북관계 경색을 풀어야 하지 않나. 남쪽에도 시각차가 많은 것을 안다. 보수단체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북정책은 북한이든 남한이든 강경책으로 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 유연하게 나가야지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겠나."

 

- 금강산관광이 시기상조라는 여론 중에는 고 박왕자씨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재개만 된다면 재발방지책 같은 것 준비하지 않겠나. 현대아산이나 정부에서도 방지책을 세울 것이고, 북한도 자기 나름대로 대책을 세울 거라고 본다."

 

-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지면서 대북특사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금강산관광을 하려면 북한의 태도도 변해야 하는데, 대북특사를 보내 접촉해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빠른 시일 내에 대북특사를 보내 물밑 접촉으로 신뢰를 좀 쌓아야 한다. 전 정권에 북한과 통할 수 있는 인물이 많았는데, 그런 분들을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현 정부의 실세를 보내서 구체적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 장관, 금강산관광 재개 말하지만... 진정성 있는 노력 해야"

 

-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비핵 개방 3000'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용정책이라고 한다. 실용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옳지 않다고 본다. 이 정부가 과연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을 했는지도 찾아보기 어렵고, 대화 의지도 의심스럽다. 결국 과거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대화를 통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관계 단절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회복 기간도 더뎌진다. 정부 출범하고 지금 2년째인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간다면 걱정이 매우 크다."

 

-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아무래도 남북관계는 최고 통치권자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철학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 정부가 실용주의를 버리고 포용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독일의 경우, 정권이 바뀌더라도 꾸준히 포용정책을 추진한 결과 통일되지 않았나. 우리도 대북정책의 기조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진행돼야 하는데, 정권 바뀌면 기조가 바뀌니까 문제가 된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대북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안정 안 되면, 한반도가 안정이 안 된다. 북한이 안정되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 북한이 어려워지면 남북관계에 더 큰 짐이 된다. 경제가 어려운데, 평화가 (대결 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저쪽보다 여력이 크니까 '하나 주고 하나 받는다'고 해서는 안 되고...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은 해 주자. 평화를 잃어버리면 우리 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되고, 안보 지키기에도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게 된다."

 

-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금강산관광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남북화해와 교류의 기념비적 사업 아닌가.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루 빨리 재개해야 할 사업이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이산가족상봉도 어렵게 됐다. 지금 민족의 영혼이 울고 있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이 알아야 한다."

2009.02.23 12:16 ⓒ 2009 OhmyNews
#송훈석 #금강산관광재개 #금강산관광재개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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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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