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내가 바보였다

무지렁이의 자책

등록 2009.05.28 11:21수정 2009.05.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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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낮에 이어 어제도 밤에 서대전 시민광장에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대전 시민 추모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흡사 구름처럼 몰려드는 조문객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한 손으론 국화꽃을 들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또 한손에는 촛불을 든 이들로 인해 서대전 시민광장은 금세 인파로 가득찼다.

 

예정된 이런저런 행사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동영상으로 보여졌다.

그 바람에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같은 시간대에 수도 서울에서도 예정되었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서울 시민 추모제는 그만 무위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떠돌았다.

그 바람에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그같은 울분의 이구동성은

"뭐가 무섭기에 시위도 아닌 고인에 대한 추모행사를 막느냐?"는 것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이실직고인데 나는 대통령이 된

노무현이 얻은 유권자의 표 1201만 4277표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

 

그건 대통령이 되긴 하였으되 여전히 그를 폄훼하고

윽박도 모라자 심지어는 '조리돌림'까지 해 댄

일부 보수언론에도 시나브로 길들여진 때문이었다.

 

그랬다.

겨우 한줌밖에 안 되는 기득권층과 보수언론,

그리고 이른바 sky로 대변되는 소수의 특권층은

'기껏' 지방출신에 고졸학력 출신의 인권변호사이자

재야정치인이었던 노무현을 철저하게 '바보'로 밀어부쳤던 것이었다.

 

그 바람에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초기부터

수구언론과 한나라당 등과도 치열한 대립의 각을 세우고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이 무식한 필부는 몰랐었다.

 

당시도 이 무지렁이는 노 대통령을 늘 그렇게

무능력과 증오의 화신으로 깎아내리고 조롱하며

조리돌림까지 하는 보수언론의 작태에 부화뇌동하여 함께 놀아난 때문이다.

 

하지만 그제 고인의 분향소에 와 보고 어제도 시민 추모제에 와 본 뒤론

고인에 대한 나의 그간 편견과 사시(斜視)역시도 그야말로 180도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혹자는 '바보 노무현'이라며 비통해 했지만

실은 내가 바로 영락 없는 '바보 멍청이'였던 것이었다.

아울러 그가 실은 '바보'가 아니라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사실까지를 새삼 천착할 수 있었다!

 

주지하듯 지금 우리의 현실은 20 대 80의 사회를 거쳐

10대 90이라는 극단적 양극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잘 사는 자는 더 잘 사는 반면 없는 사람은 더욱 못 사는 구조적 함정에 함몰되고 있다.

마치 중세시대 농노는 거주와 이전의 자유조차 없는 구속된 신분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그러한 비극을 고리까지를 깨고자 했던

'서민의 친구' 노무현은 그러나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대전 시민 추모제를 보고

나오면서 느낀 하나의 반성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그의 사인(死因)엔 어쩌면 나같이 무지한 자도 일조를 했을 거라는 것이었다.

 

즉 그의 치세 내내 그를 곡해하는 바람에 그의 서민과

빈민 삶의 반전과 삶의 질 향상에도 도모한 충정에

그만 바지랑대(빨랫줄을 받치는 장대) 역할을 못했다는 그런 커다란 자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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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 보이는 대전 시민 추모제 행렬 ⓒ 홍경석

▲ 끝이 안 보이는 대전 시민 추모제 행렬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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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깃들수록 인파는 더욱 불어났다 ⓒ 홍경석

▲ 어둠이 깃들수록 인파는 더욱 불어났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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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의 경쟁도 불을 뿜었다 ⓒ 홍경석

▲ 언론사들의 경쟁도 불을 뿜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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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추모 인파 ⓒ 홍경석

▲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추모 인파 ⓒ 홍경석

 

덧붙이는 글 | ‘바보 노무현을 추모하며’ 응모 글입니다

2009.05.28 11:2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바보 노무현을 추모하며’ 응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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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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