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모였다 하면 여자이야기만 한다고 하지만, 정작 많은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서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은 모르면서, 도리어 몰라도 될 만한 이상한 것(?)들에만 신경쓰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산부인과를 공부하다 보니 신기한 것들이 한 둘이 아니고, 모르고 살았던 것도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남자가 여자의 모든 것들을 알 수는 없겠지만, 사랑받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 혹은 함께 살아가야 할 여자들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남자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이 있습니다.

남자는 겪을 수 없는 월경 전 증후군

월경 전 증후군이란 여성들이 주기적으로 겪는 월경으로 나타나는 기분 변화나 행동 변화를 말하는 것으로, 가임기 여성들은 대개 28일을 주기로 월경을 하는데 (설마 이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요? ) 그 과정에 많은 호르몬들의 변화가 오게 되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여러가지 증상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가임기 여성의 70-90%에서 월경 전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하고, 증상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서부터, 심한 경우 3-5% 정도의 여성에서는 일상생활을 거의 하지 못할정도로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월경 전 증후군에 나타나는 증상들 입니다.

1. 감정이 불안정하고 쉽게 기분이 변함

2. 지속적이거나 심한 노여움, 안절부절못함

3. 심한 우울증,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 감소

4. 심한 불안감, 긴장, 심계항진(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낌)

5. 변비, 심한 식욕 변화, 과식, 체중증가

6. 쉽게 피로를 느끼고 , 모든 일을 할 만한 기운이 없음

7. 두통과 객관적인 집중력 장애

8. 과도한 잠 또는 불면

9. 안면홍조

10. 유방통, 부종, 여드름

자기도 모르게 웃다가도 화가 나기도 하는 등 기분이 심하게 자주 변하고 초조하다가 또 갑자기 의욕이 사라지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고... 사실 저도 직접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이런 증상들을 겪는다고 생각만 해봐도, 여성들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울지 짐작이 갑니다.

문제는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월경을 하고 있고, 월경을 하게 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 월경 전 증후군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원하지 않게 위에 열거한 증상들이 동반 된 월경 전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월경 전 증후군에 대한 원인이 여러 호르몬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료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약들이 쓰이고 있지만, 교과서적으로 유일하게 효과가 증명된 것은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SSRI 하나 뿐입니다. 

그 대신 마음에 안정을 취하거나 여러가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으로 증상을 완화 할 수 있습니다.

1. 카페인 섭취제한

2. 금연

3. 규칙적인 운동

4. 규칙적인 식사 및 충분한 영양섭취

5. 적절한 수면

6. 스트레스 완화

물론 이런 생활 습관 개선이 모든 분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많은 분들이 효과를 보았던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해서 소개를 해 드리는 것 뿐이고, 사람에 따라서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보다는 많은 여성분들이 월경 전 증후군을 넘기는 자기 만의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사실 많은 여성들이 막연히 월경 전 증후군으로 생각하고 넘기는 증상들 중에서 실제로는 월경과 상관없는 다른 정신과 질환이나 신체질환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심한 증상들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한번쯤은 정확히 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자식을 죽이는 비정한(?) 어머니들

이번에는 결혼하신 남성들이 알아두면 좋은 상식입니다. 가끔씩 신문을 보다보면 심심치 않게 애 낳은 지 얼마 안된 산모가 자기가 낳은 아이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기사를 보고나면 자기 아이를 살해한 비정한(?) 어머니의 행동에 분노하시겠지만, 사실 잘못은 아이를 살해한 어머니에게만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 낳은 지 얼마 안된 산모가 아이를 죽이기 전에는 분명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그래서 지금 치료나 격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테고, 가족구성원 중에서 누구라도 그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려서 병원에 입원시켰더라면 그런 끔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애 낳은 산모에게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면 비극까지는 가지 않아도 되는 산후 정신병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산후 정신병은 대개 출산 후 1-2주 이내 , 늦어도 출산 후 8주 이내에 발병하는데 와해된 언어, 잘못된 지각, 불안정한 기분, 혼란,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합니다.

비교적 건강한 인격을 가진 사람에게서도 발병해서 처음 애를 낳은 산모에서는 50-60%, 애를 낳은 적이 있는 산모에서도 50% 의 빈도로 발병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치 아닙니까?!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산모에게 이미 정신분열병이나 기분장애 등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또 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산모에서는 어머니가 될 준비가 제대로 안되었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처럼 어머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갈등이나 남편과의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개 산후 정신병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혹은 애를 낳은 가족에게 이런 것들이 없는지 잘 봐 주십시오.

1. 피로, 불면, 안절부절, 울음이 북받치는 등의 정서적 불안정

2. 의식수준의 급격한 변화로 혼란, 당혹감, 또는 지남력 (시간이나 장소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 의 소실을 보임

3. 초조로부터 의식의 혼미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이면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함구증을 보임

4. 환각이나 가성환각, 오해나 착각을 일으키는 지각의 이상

5. 육아, 가사, 아기, 죽음과 연관된 망상(잘못된 믿음)이나 망상적 사고

6. 임상 양상이 쉽게 변한다

말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쉽게 생각해서 우울증세나 혹은 망상 즉 다른 사람이 자기의 아이나 자기를 해치지 않을까 생각하는 잘못된 믿음에 동반해서 의식의 변화나 기분의 변화 혹은 환각 증상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산후 정신병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산후 정신병은 산후 우울증과 감별할 필요가 있는데,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피로나 불안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세로 기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지만 보통 출산 후 수일 내에 발생해서 1주일이면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1주일 이내에 증세가 사라진다면 산후 정신병이 아닌 산후 우울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증상들이 1주일이 지나도록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면 꼭 산후 정신병을 의심해보고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산후 우울증의 경우 저절로 증상이 회복되지만, 산후 정신병의 경우 환자의 5%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환자의 4%에서는 자기가 낳은 아이를 살해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

1. 남자들은 모르지만 많은 여성들이 월경 전 증후군을 겪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관심이 없겠지만, 월경 전 증후군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다면 가끔씩 까칠한 여친을 조금만 이해해줍시다!

2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일 수 있는 비정한 어머니는 세상에 없습니다. 제때 치료하지 못한 산후 정신병만 있을 뿐입니다. 임신 기간 내내 부인에게 쏟았던 사랑과 관심의 반에 반만이라도 출산 후 부인에게 보여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