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앞두고 쫓겨난 시간강사들 "이유나 제대로 알자"

[보따리강사 이야기 17] 부산대, 70명 해촉 통보... 대학가 매서운 '해고바람'

등록 2009.08.29 12:28수정 2009.08.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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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 두 종류의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신종플루 확산바람과 4학기 이상 연속 강의한 시간강사 해고바람이 매섭다. 비정규직법 불똥이 애꿎은 시간강사들에게 튄 형국이다. 졸지에 '요주의 인물', '색출대상'이 됐다.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개강 일정을 연기한 대학들이 있다. 해외에 다녀온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대학들 중에는 학내 보건소에서 상담카드를 통해 스스로 감염 여부를 파악토록 하는 곳도 눈에 띈다.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학생들에게는 일주일간 등교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가 신종플루 비상 경계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간강사들,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건 해고바람"

a "우리 선생님을 돌려 주세요.." 지난 8월 21일 고려대 본관 앞에서 열린 비정규 강사 해고 규탄대회에 학생들도 참여했다.

"우리 선생님을 돌려 주세요.." 지난 8월 21일 고려대 본관 앞에서 열린 비정규 강사 해고 규탄대회에 학생들도 참여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고려대분회


하지만 각 대학 시간강사들에겐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바람이 엄습하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2년이 경과하면서 방학 전부터 불기 시작한 해고바람은 개강을 앞두고도 여전히 기세가 꺾일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다. 방학 내내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지곤 했다는 하소연은 끝이 아니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를 불안한 상황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방학이전 또는 방학 중에 고려대, 영남대, 성공회대 등에서 시간강사 190여 명이 해촉통보를 받은 데 이어 개강을 코앞에 두고 부산대에서도 시간강사 70명이 해촉통보를 받아 학교측과 맞서고 있다. 부산대는 연속해서 4학기 이상 강의를 했고, 한 학기에 5시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 가운데 박사학위가 없는 70명에 대해 올 2학기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분회장 유윤영)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시간강사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해고수단으로 악용돼 시간강사들의 생존권은 물론 인권과 교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며 "학교측의 일방적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대의 이번 집단 해촉은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을 경우 무기계약 또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한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임금 부담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박사학위 미소지자인 이들 70명에게 2학기 강의를 부여할 경우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예산부담은 물론 다른 박사학위자들의 강의 기회가 줄어들게 돼 역차별이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학생들의 2학기 수강신청이 모두 끝난 데다 개강 일을 불과 1주일 남겨놓고 대학 측이 집단 해고한 것은 단체협약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부산대 강사들 "학생들 며칠 후면 강의 듣게 되는데 해촉이라니..."


a 비정규교수 홈페이지  한국비정규교수 노조 홈페이지에 올려진 부산대 시간강사 해고철회 성명.

비정규교수 홈페이지 한국비정규교수 노조 홈페이지에 올려진 부산대 시간강사 해고철회 성명.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이에 대해 대학 측은 "단체협약에 따라 학기 개시 60일 전인 지난 6월 23일 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고 이들을 2학기 시간강사로 위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해촉이나 해고라는 노조측의 주장은 맞지 않다"면서 "폐강 과목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27일 오후 비정규교수 해고에 항의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부산대학교는 비정규교수 70명의 집단 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학은 '2학기 시간강사 위촉에 따른 업무처리 요령'이란 공문에서 4학기(2년) 이상 연속 강의한 박사학위 미소지 시간강사들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2학기 시간강사 위촉대상에서 모두 배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부산대학이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강사 위촉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대학에서 이러한 일이 자행되고 있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식으로 대학을 운영하라고 세금을 냈단 말인가?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국가의 법을 악용하는 중대한 행위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대한민국 시간강사들 중 한 대학에서 2년 이상 매 학기 1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들은 거의 없다,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시간강사들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런데 부산대학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단을 지켜온 그들이기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한 뼈아픈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제 며칠 후면 자신이 신청한 강의를 듣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해고된 70명의 비정규교수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자신이 신청할 때의 교수가 아니라 다른 교수가 들어오는 수업을 듣게 되거나, 자신이 신청한 강좌가 폐강이 되어 다른 강좌로 옮겨가야 한다. 이는 학교와 학생들 간의 공적인 약속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어기는 행위이다.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쥐꼬리 강의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논란 증폭시키더니

부산대학교와 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지난 2008년도 단체협약에서 '대학은 기존의 비정규교수와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학기 개시 60일 전에 그 사실을 본인에게 직접 통보한다'고 협의한 바 있다.

그런데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단체협약 위반이고,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이처럼 부산대학은 국가의 법을 악용할 뿐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더 부끄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부산대 비정규직 시간강사들은 강의료 일부를 받지 못했다며 총장을 상대로 지난 4월 노동부에 임금체불로 고소·고발했다. 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4월 29일 부산지방노동청 동래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대는 2000년부터 2007년 1학기까지 8년 동안 시간강사의 강의료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부산대는 매 학기 마지막 주 강의료는 시험감독료만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1시간 분만 지급했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과 관련된 시간강사 해촉은 다른 대학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12일 △4학기(2년) 이상 강의를 했고 △박사학위가 없으며 △55살 이하인 시간강사 88명을 해촉했다. 대학측은 역시 "7월부터 발효되는 비정규직법 때문에 2년 이상 강의를 맡기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므로 해촉했다"고 밝혀 시간강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 없는 대학 강사들, 해촉사실 본인도 잘 몰라

이에 앞서 영남대는 지난달 22일 시간강사 80여명을 해촉하려다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2학기 강의를 주당 5시간 이내로 줄이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지만 갈등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비정규교수 노조분회가 있는 대학의 시간강사 해촉 현황만 제대로 파악되고 있을 뿐, 그렇지 않은 대학에서는 비정규직법 저촉을 우려해 시간강사를 암묵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외부로 현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 분회가 설립된 대학은 경북대, 대구대, 영남대, 조선대, 전남대, 부산대, 성균관대, 성공회대 등으로 이들 대학 시간강사들은 복지, 연구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학교측과 단체협상을 벌이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 대학 분회는 소속원이 100명이 넘고 큰 분회는 4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이들이 그나마 앞장서 단체협약을 위반하거나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교수 노조가 없는 대학들은 단체교섭은 고사하고 본인의 해촉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학기 강의배정 통보를 학과로부터 받지 못한 시간강사들은 해촉 사실도 모른 채 다음 학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학교 강의를 찾아다니다 뒤 늦게 해촉된 사실을 알게 되는 황당한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은 법령상 제시된 '주당 15시간 미만의 근로자'와 '박사학위 소지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만 지침으로 내놓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 한 대학 내부의 비민주적, 소모적 악순환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 성명 전문>


부산대학교는 비정규교수 70명의 집단 해고를 철회하라!

부산대학은 지난 8월 24일 70명의 비정규교수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개강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 둔 시점이다. 해고된 비정규 교수들은 학사일정을 따라 강의계획서를 이미 입력하였고, 학생들은 수강 신청을 완료한 상태에서 벌어진 행위이다. 부산대학은 다른 대학들과 달리 그 이유를 떳떳하게 밝혔다. 부산대학은 '09학년도 2학기 시간강사 위촉에 따른 업무처리 요령'이란 공문에서 "4학기(2년) 이상 연속 강의한 박사학위 미소지 시간강사들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09학년도 2학기 시간강사 위촉대상에서 모두 배제"하라고 하였다.

부산대학은 통칭 말하는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강사 위촉을 하지 않았다고, 비정규직 보호법을 따르면 2년 이상 매 학기 15시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부산대학에서 말한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그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물론 일부 기업에서 이 법을 악용하여 비정규직 보호법을 사실상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우리도 알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도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대학에서 이러한 일이 자행되고 있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식으로 대학을 운영하라고 세금을 냈단 말인가?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국가의 법을 악용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대한민국의 시간강사들 중 한 대학에서 2년 이상 매 학기 1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들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시간강사들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런데 부산대학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부산대학은 2003년 서울고등법원이 강사 퇴직금 소송에서 대학 강의 1시간을 강의 준비 등을 포함해 3시간 노동에 준하는 것으로 판결한 것을 근거로 이번에 해고한 강사들을 위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산대학은 이 판례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위촉을 하지 않은 것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소송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심지어 5시간 미만의 강의를 맡길 경우에도 소송이 발생할 여지가 혹 있을까 싶어 그것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 1%의 가능성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철저함 뒤에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학문 연구에 몰두해 온 70명의 생계를 박탈하는 악랄함도 함께 있음을 부산대학은 진정 모르는가.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비정규직 교수들의 인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다.

학생들은 이제 며칠 후면 자신이 신청한 강의를 듣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해고된 70명의 비정규교수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자신이 신청할 때의 교수가 아니라 다른 교수가 들어오는 수업을 듣게 되거나, 자신이 신청한 강좌가 폐강이 되어 다른 강좌로 옮겨가야 한다. 이는 학교와 학생들 간의 공적인 약속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어기는 행위이다.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부산대학교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지난 2008년도 단체협약에서 "대학은 기존의 비정규교수와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학기 개시 60일 전에 그 사실을 본인에게 직접 통보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부산대학의 이번 결정은 단체협약 위반이고,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 이처럼 부산대학은 국가의 법을 악용할 뿐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위반하고 있다. 며칠 후면 개강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한국비정규교수 부산대분회는 이에 대학이 자신들의 위법하고도 비도덕적인, 비교육적인 결정을 신속하게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1. 부산대학교는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
1. 부산대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라!
1. 부산대학교는 단체협약 위반에 대해 사과하라!
1. 부산대학교는 국가의 법을 악용한 사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2009. 9. 27.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

#시간강사 #부산대 #비정규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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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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