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수터엔 직거래장이 선다

전남 광양 도선국사마을 사또약수터 옆 간이 농산물직거래장터

등록 2009.10.07 10:39수정 2009.10.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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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물 맛 좋기로 소문 난 광양의 사또약수. 몇 십리 밖에서도 사람들이 물을 받으러 온다.

물 맛 좋기로 소문 난 광양의 사또약수. 몇 십리 밖에서도 사람들이 물을 받으러 온다. ⓒ 이돈삼

물 맛 좋기로 소문 난 광양의 사또약수. 몇 십리 밖에서도 사람들이 물을 받으러 온다. ⓒ 이돈삼

물맛이 좋다. 오죽했으면 옛날 원님이 대대로 식수로 이용했을까. 하여 이름도 '사또약수터'다. 그 물을 받으러 동네사람은 물론 읍내에서도 온다. 몇 십 리 떨어진 순천과 여수에서도 사람들이 차를 타고 찾아온다. 그것도 몇 사람이 아니다. 부지기수다.

 

약수터 옆에는 조그마한 장이 형성됐다. 장옥 하나 없지만 바닥에 펼쳐진 농산물이 여러 가지다. 백운산에서 꺾어 말린 고사리며 콩과 팥, 감자, 호박, 가지, 고추 등이 보인다. 산에서 채취했다는 영지버섯과 햇밤도 눈에 띈다. 동네할머니들이 조금씩 가지고 나온 것들이다.

 

약수 뜨러 온 사람들이 값을 묻는다. "이 고사리 얼맙니까?", "밤이 맛있게 생겼네. 한 되만 주세요", "참 고추가 맵게 생겼네. 이거 많이 매운 거예요?", "이 영지버섯 좀 봐. 진짜 크다. 이런 건 얼마에 팝니까?"

 

"걱정 허덜 말어. 내가 여기 백운산에서 직접 꺾은 고사리야", "이 영지버섯은 우리집 양반이 백운산에서 딴 거여. 백운산에서 자란 진짜 자연산이제" "밤 좀 사가. 집에 가서 식구들끼리 한번 쪄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가. 아거들이 환장할 것이그만"

 

a  사또약수터 옆 직거래장터. 할머니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있다.

사또약수터 옆 직거래장터. 할머니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있다. ⓒ 이돈삼

사또약수터 옆 직거래장터. 할머니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있다. ⓒ 이돈삼

a  사또약수터 옆 직거래장. 장터는 비록 작지만 손님들은 심심찮게 찾아온다.

사또약수터 옆 직거래장. 장터는 비록 작지만 손님들은 심심찮게 찾아온다. ⓒ 이돈삼

사또약수터 옆 직거래장. 장터는 비록 작지만 손님들은 심심찮게 찾아온다. ⓒ 이돈삼

약수물이 받아지는 사이 전시된 농산물이 오고간다. 흥정하는 모습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도 바짝 다가선다. 한 할머니는 "요즘은 남자들이 물건값을 더 깎으려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가을 한낮의 약수터 직거래장이 정겹다.

 

약수터 옆에는 전통 손두부집이 모여 있다. 뭉퉁하게 썰어놓은 손부두에 동동주 한 모금이 허기와 함께 한낮의 갈증을 한꺼번에 씻어준다. 두부도, 김치도 푸짐한 게 마을사람들의 인심을 짐작케 한다.

 

a  약수터 옆 직거래장터는 여자보다 남자손님들이 더 많다. 한 할머니가 비닐봉지에 밤을 담아주고 있다.

약수터 옆 직거래장터는 여자보다 남자손님들이 더 많다. 한 할머니가 비닐봉지에 밤을 담아주고 있다. ⓒ 이돈삼

약수터 옆 직거래장터는 여자보다 남자손님들이 더 많다. 한 할머니가 비닐봉지에 밤을 담아주고 있다. ⓒ 이돈삼

a  약수터 옆 손두부집에서 맛볼 수 있는 손두부. 뭉퉁하게 썰어놓은 두부 맛이 그만이다.

약수터 옆 손두부집에서 맛볼 수 있는 손두부. 뭉퉁하게 썰어놓은 두부 맛이 그만이다. ⓒ 이돈삼

약수터 옆 손두부집에서 맛볼 수 있는 손두부. 뭉퉁하게 썰어놓은 두부 맛이 그만이다. ⓒ 이돈삼

날마다 약수터 직거래장터가 펼쳐지는 곳은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양산마을. 백운산 자락에서 토실토실 익어 벌어진 밤과 주황색으로 익은 대봉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른바 '도선국사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은 통일신라 말 고승이자 풍수지리 대가인 도선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곳. 자연도 자연이지만 역사와 전통의 맛이 살아있어 산촌을 체험하기에 맞춤이다. 50여 가구 140여 명이 살고 있으며,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돼 있다.

 

도선국사의 얼이 스며 있는 옥룡사지, 산세 수려한 백운산과 자연휴양림은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다. 옥룡사지에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도선국사가 심었다는 차나무도 있다. 야생차를 이용한 다도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도 그의 공력이다. 도선국사가 심은 참배나무도 한 그루 남아 있다.

 

a  사또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는 광양 도선국사마을 풍경.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사또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는 광양 도선국사마을 풍경.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 이돈삼

사또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는 광양 도선국사마을 풍경.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 이돈삼

a  도선국사마을에선 계절따라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테마마을운영위원회 사무장 박성애씨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천연염색체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도선국사마을에선 계절따라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테마마을운영위원회 사무장 박성애씨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천연염색체험도 그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도선국사마을에선 계절따라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테마마을운영위원회 사무장 박성애씨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천연염색체험도 그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마을에서 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손두부 만들기와 천연염색 등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테마마을운영위원회 사무장 박성애 씨와 함께 하는 천연염색도 눈길을 끈다. 숲속 계곡가에서 해보는 천연염색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도예공 조주현 집에서 하는 도자기 만들기도 재밌다.

 

벼 수확과 밤·감 따기, 고사리 꺾기, 찻잎 채취 등 계절에 맞는 농사일을 해보면서 땀방울의 소중함도 느껴볼 수 있다. 백운산자연휴양림에 가면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볼 수 있다. 숲속 통나무집도 있고 텐트 칠 공간도 넉넉하다. 하룻밤 묵으며 가재를 잡을 수도 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생활용품이 즐비한 '쉬어가는 박물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전망도 그만이다. 고로쇠 약수로 된장과 간장을 담그는 '나종년농장'도 지척이다.

 

제 철을 만난 전어와 참나무 숯을 이용해 구워내는 숯불구이는 광양의 별미. 고소하고 부드러워 마음속까지도 행복하게 해준다. 가을이 깊어가기 전에 한번 가볼만한 산골마을이다.

 

a  한 할머니가 밤을 가득 담은 고무다라를 머리에 이고 약수터 옆 직거래장터로 향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가지고 나온 밤을 다 팔고 집에 가서 밤을 더 가지고 나오는 중이다.

한 할머니가 밤을 가득 담은 고무다라를 머리에 이고 약수터 옆 직거래장터로 향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가지고 나온 밤을 다 팔고 집에 가서 밤을 더 가지고 나오는 중이다. ⓒ 이돈삼

한 할머니가 밤을 가득 담은 고무다라를 머리에 이고 약수터 옆 직거래장터로 향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가지고 나온 밤을 다 팔고 집에 가서 밤을 더 가지고 나오는 중이다. ⓒ 이돈삼

a  도선국사마을에 있는 한옥민박집. 백운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도선국사마을에 있는 한옥민박집. 백운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도선국사마을에 있는 한옥민박집. 백운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국도 광양나들목-옥룡면 소재지-도선국사마을

2009.10.07 10:39ⓒ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국도 광양나들목-옥룡면 소재지-도선국사마을
#도선국사마을 #사또약수터 #직거래장터 #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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