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륀지' 이경숙의 '황당한' 기억력

인수위 시절 '삼성장학재단' 통합 논의... 국감장에선 "모른다"

등록 2009.10.13 18:01수정 2009.10.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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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12일 오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12일 손병두(68) KBS 이사장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신임 이사장에 선출됨에 따라 국내 최대 민간장학재단의 국가 편입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손 이사장은 지난 8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 추천 이사로 삼성장학재단에 들어간 지 두 달도 채 안 돼 이사회를 장악했다.

당시 삼성장학재단 안팎에선 교과부가 손 이사를 이사장으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압력을 넣었다는 말이 떠돌았다.

교과부 고위관계자가 삼성장학재단 관계자를 만나 "손병두 이사를 이사장으로 만장일치 통과시켜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었다.(12일 <오마이뉴스>"8천억짜리 장학재단 갖고 올 수 있을 것", 청와대 '삼성재단 삼키기' 조직적 개입 의혹)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삼성장학재단은 이사회를 열어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손병두 이사장을 선출했다. 교과부의 삼성장학재단 장악 시도 의혹이 현실화 된 셈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국가장학재단' 설립 구상...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이사장'

사실 삼성장학재단의 국가 편입 논의는 지난 2008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의 192개 국정과제의 하나로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흩어져 있는 정부-민간 장학재단을 하나로 묶는 '국가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인수위는 또 국가장학재단 설립 재원 마련을 위해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정부출연분 3732억원), 학술진흥재단(860억원), 과학재단 등 관련기관 예산과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등 민간 기부금 등을 통합"(2008년 3월 3일 <내일신문>)할 예정이었다.

인수위가 구상한 '국가장학재단'은 올해 5월 한국장학재단이 탄생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국가장학재단 설립을 계획한 이경숙 전 인수위원장이다. 이경숙 이사장은 국가장학재단 구상 단계부터 삼성장학재단 통합 논의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비판이 일고 있는 삼성장학재단 국가 편입 시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불과 2년도 안 된 인수위 시절의 공약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인수위 시절 국가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편입할 계획이 있었는데, 전혀 무관하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문에 "전혀 무관하다"고 답했다.

또 "이주호(현 교과부 차관) 전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야 간사로부터 삼성장학재단 통합을 보고 받았죠"라고 묻자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국민일보> 인터뷰마저 '오보' 만든 이경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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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민주당 의원. ⓒ 권우성

안 의원을 더 황당하게 만든 것은 이경숙 이사장이 스스로 한 언론 인터뷰마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한 부분이다.

그는 지난 6월 1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민간장학재단은 우리 정보를 갖다 쓰면 되기 때문에 우리와 연계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한국장학재단에 수탁을 하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민간재단 이사장들도 만나고 있다, 물론 신인령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이사장도 만났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신인령 이사장을 만났느냐"고 묻자 이경숙 이사장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에 가 본 적도 없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안 의원이 계속 추궁하자 그는 "신인령 이사장을 행사 리셉션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장학기금) 수탁을 위해 신인령 이사장도 만났다"고 말해 놓고, 국감장에서는 "리셉션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전혀 다른 답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리셉션에서 만나 '수탁' 얘기를 나눴을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앞뒤가 전혀 다른 문답이다.

안 의원이 "그럼 국민일보 기사가 사실이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무언가 그 기사가 잘못됐다"고 아예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경숙 이사장은 또 삼성측 관계자들을 만나 삼성장학재단의 정부 편입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장학재단 공간이 필요한데, 삼성생명 본관이 비어있다고 해서 찾아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민석 의원은 교과위 국감이 끝난 13일 새벽 별도로 기자회견문을 발표해 이경숙 이사장의 위증 의혹과 삼성장학재단에 대한 정부 장악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안 의원은 오는 22~23일 교과위 확인감사를 통해 삼성장학재단 문제를 또 한번 추궁할 예정이다.
#삼성장학재단 #이경숙 #인수위 #안민석 #한국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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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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