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장흥은 이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마동욱 작가의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전

등록 2009.12.11 11:14수정 2009.12.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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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농부 마동욱 씨의 사진전시회의 액자를 다시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농부 마동욱 씨의 사진전시회의 액자를 다시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 마동욱

▲ 농부 마동욱 씨의 사진전시회의 액자를 다시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 마동욱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빛이 없으니 그림자도 없는 서울 인사동 골목길 처마를 우산 삼아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를 보기 위해 인사아트센터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마동욱씨(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의 사진 전시회를 찾은 이유는 20년 동안 고향 사진에 매진해 온 작가의 열정이 담긴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추억할 수 있는 수몰 지역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의 고향은 희미한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나지막한 동산과 과수원, 황금물결이 춤을 추던 논과 밭, 한겨울이면 썰매를 타던 논,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쓰던 공동 우물이 있던 곳은 아파트단지가 거만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편으로 마을 형님이나 누님들 중에서 단 한사람도 고향의 옛 모습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남겨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섭섭했다.

 

"고향사진전, 영락없는 졸업앨범이네"

 

a 사진작가 마동욱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전을 열고 있는 작가, 그의 따사로운 고향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진전이다.

사진작가 마동욱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전을 열고 있는 작가, 그의 따사로운 고향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진전이다. ⓒ 김민수

▲ 사진작가 마동욱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전을 열고 있는 작가, 그의 따사로운 고향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진전이다. ⓒ 김민수

오는 15일(화)까지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장에서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전을 갖고 있는 마동욱씨. 그는 1998년 '아, 물에 잠길 내 고향'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펴냈다. 이 사진집은 수몰지역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 수몰지역의 풍물과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국내 최초의 수몰지역 사진집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년 동안 그가 카메라에 담아온 장흥의 산하와 장흥 땅, 장흥 사람들에 대한 기록 중 일부다. 전시장에는 약 80여 점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풍경사진뿐 아니라 인물사진과 노동의 현장을 담은 사진에 마을 행사 관련 사진까지 전시되어 있다.

 

첫 느낌, 그것은 마치 졸업 앨범을 보는 듯했다. 저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졸업앨범'을 보는 순간 어떠한가? 단순히 인물만 배열해 놓았음에도 수많은 추억들이 줄줄 엮어지고, 스냅사진들을 보면 사진을 담을 때 서로 주고받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들려오지 않는가! 나의 고향은 장흥이 아니지만,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나는 나의 고향을 본다.

 

a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20년간 담은 수만장의 사진 중 엄선한 수천장의 사진이 들어있다. 
제작 출판 : 호영  페이지: 382 올컬러 가격 : 10만 원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20년간 담은 수만장의 사진 중 엄선한 수천장의 사진이 들어있다. 제작 출판 : 호영 페이지: 382 올컬러 가격 : 10만 원 ⓒ 호영

▲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20년간 담은 수만장의 사진 중 엄선한 수천장의 사진이 들어있다. 제작 출판 : 호영 페이지: 382 올컬러 가격 : 10만 원 ⓒ 호영

마동욱씨는 전시회가 열린 어제(9일) 사진집 출판기념식도 가졌다.

 

지난 20년간 담았던 몇 만장의 사진들 가운데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진들이 엄선되어 실려 있다. 사진집에는 상실된 고향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으며, 정남진 장흥의 읍면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관산읍, 대덕읍, 부산면, 안양면, 용산면, 유치면, 장동면, 장평면, 장흥읍, 회진면에 속한 마을이 총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이미 댐 건설로 사라져 버린 마을의 모습과 주민들의 모습도 담겨 있으며, 사진의 주제가 된 마을 출신들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구구절절 들어있다.

 

위에서 나는 사진 전시회장에서 처음 받은 느낌이 '졸업앨범'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380쪽이 넘는 제법 무거운 사진집. 부슬거리며 내리는 겨울비를 바라볼 수 있는 전통찻집 창가에 앉아 국화차를 마시며 사진집을 보기 시작했다. 영락없는 졸업앨범이다. 사진집에 실린 마을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얼굴들은 작가가 그들과 어떤 관계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a 전시관 일부 사람과 고향의 모습, 우리 모두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전시관 일부 사람과 고향의 모습, 우리 모두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수

▲ 전시관 일부 사람과 고향의 모습, 우리 모두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수

개인적으로 사진의 마지막 단계에서 담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바로 인물사진이다. 몰래 찍는 사진이 아니라 사진의 주인공과 절대 교감하는 가운데, 사진 속 모델이 조금의 가식적인 모습도 짓지 않는 그런 사진을 담고 싶은 것이다. 이미 몇 차례 시도해봤지만, 몰래 카메라가 아닌 이상에는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그런데 마동욱씨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연스럽다.

 

"20년 가까이 고향사진을 담는다고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까 마을 분들도 그냥 그러려니 무심하게 모델이 되어주신 겁니다. 속으로는 '미친놈!'할겁니다. 돈도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모습이 온전하게 보일 리 없었겠지요."

 

그랬다. 전시회장을 둘러보기 전에 작가와 사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진뿐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무명작가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많은 희생을 감내하면서 자신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에 투신하고 있는가! 그러나 돈이 곧 능력이 된 사회에서 무영의 작가들이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과정을 감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몰카'가 아니어도 자연스러운 사진이 가능한 이유

 

a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집에서 그의 사진집은 마치 졸업앨범을 보는 듯 하다. 그리하여 우리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며,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가 자연스럽다.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집에서 그의 사진집은 마치 졸업앨범을 보는 듯 하다. 그리하여 우리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며,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가 자연스럽다. ⓒ 김민수

▲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사진집에서 그의 사진집은 마치 졸업앨범을 보는 듯 하다. 그리하여 우리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며,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가 자연스럽다. ⓒ 김민수


나는 그의 작업과 그의 시도와 그가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는 고향에 대한 따스한 시선에 박수를 보낸다. 위기의 고향을 사진으로 담는 일, 그것은 그 누구보다도 고향사람들이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년 동안 고향사진을 담아왔고 앞으로도 셔터를 누를 힘이 있는 한 고향땅을 담아낼 사진작가를 가진 정남진 장흥은 행복하다.

 

마을마다 동네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향과 그곳 사람의 일상을 담아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도 했다. 그런 소중한 일들을 개인에게 맡겨두고 방관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국가가 이 땅에 대한 예의를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허긴, 수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나 지역의 문화유산 등에 대한 배려 없이 밀어붙이기식 국책사업을 강행하는 정부에 이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몽상일지도 모르겠다.

 

중앙대학교 한국화가 김선두 교수는 그를 가리켜 "그리운 잡풀 같은 사람, 마동욱"이라고 하며 "남이 알아주지도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도 없는 사진 일에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자신의 철학과 고집으로 해오는 걸 보면 그렇다. 이 부박한 시대에 마동욱 같은 고집쟁이들이 그립고, 그들이 있어 좋다"라고 말한다.

 

이번 달 15일(화)까지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그 곳에서 따스한 고향을 만날 수 있다. 꼭 고향이 장흥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의 고향의 느낌이 고스란히 그곳 액자에 들어있다.

덧붙이는 글 전시회 기간 : 12월 9일(수) - 12월 15일(화)
장         소  :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관(02-736-1020)
전시회 명칭 :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마동욱 #사진전 #정남진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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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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