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의 긴 세월, 19컷으로 깨어나다

[포토에세이] 필름카메라의 또다른 느낌

등록 2009.12.12 19:26수정 2009.12.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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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구 10년간 긴 잠을 자던 필름카메라가 아버님이 사용하시는 이런저런 공구들을 첫작품으로 담았다.

공구 10년간 긴 잠을 자던 필름카메라가 아버님이 사용하시는 이런저런 공구들을 첫작품으로 담았다. ⓒ 김민수


십년만에 꺼내든 카메라, 그러나 필름장착을 잘못해서 단 한 장도 건지지 못한 굴욕(?) 끝에 재도전을 했다. 필름장착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앞에서 몇 컷 담은 사진을 포기할 생각으로 필름이 장착된 카메라를 열기까지 했다.


필름장착은 잘 되었다. 그러나 앞에 찍은 사진은 날라갔을 것이다. 사진을 다 찍고 필름을 감는데 여간 뻑뻑한 것이 아니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Pentax ME'가 장식용이 된 계기가 필름감기에 문제가 생겨 중요한 행사필름을 찢어먹은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때를 맞춰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완전자동 필름카메라 등등은 그를 장식품으로 몰아내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 조건들이었던 것이다.

a 공구함 쓸모없는 것 같아도 필요할 때가 있다. 수동필름카메라도 이렇게 십년만에 다시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구함 쓸모없는 것 같아도 필요할 때가 있다. 수동필름카메라도 이렇게 십년만에 다시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김민수


그리고 그야말로 고이 장식품으로 모셔왔던 필름카메라, 옛것에 대한 향수같은 것들이 그를 꺼내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에는 필름이 찢어지고 상한 가운데서도 무려 19장이나 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름 하단부분이 찢어진 어머니의 사진과 공구사진이 대분이다. 풍경 사진도 몇몇 있지만 그닥 쓸만하지는 않다. 물론, 공구사진들 역시도 작품이랄 것은 되지 않는다.

필름스캔한 것을 유심히 살펴본다. 디지털과 필름의 차이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포토샵처리를 하면 디지털카메라로 담은 것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원본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a 공구 36장을 담았지만 이상하게도 공구사진들만 온전하게 나왔다. 자기를 온전하게 수리해서 사용하라는 뜻일까?

공구 36장을 담았지만 이상하게도 공구사진들만 온전하게 나왔다. 자기를 온전하게 수리해서 사용하라는 뜻일까? ⓒ 김민수


옥상에는 부모님이 쓰시는 이런저런 공구들이 제법 많다. 녹이 슨 흙손에서부터 거의 없는 것이 없다고 해야할까, 나름 정리를 해놓긴 하셨지만 정작 쓰려고 찾으면 잘 찾을 수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쓸모없는 것은 없으니 조금 지저분하게 느껴져도 여전히 보관을 하고 있다.

간혹 '없는 것 하나도 없지만 있는 것도 별로 없는'이라는 말로 부모님의 이런저런 공구들을 비하시키는 불효를 저지르지만, 언젠가는 꼭 쓰임새가 있는 것들이고 부모님의 손떼가 뭍은 것들이니 차후에라도 잘 보관할 것이다.


a 어머니 오래된 사진마냥 담겼다. 아래 검정 부분은 필름이 감길 때 찢어진 흔적이다. 그 카메라가 장식용이 되었던 계기였다.

어머니 오래된 사진마냥 담겼다. 아래 검정 부분은 필름이 감길 때 찢어진 흔적이다. 그 카메라가 장식용이 되었던 계기였다. ⓒ 김민수


어머니는 사진에 담기시는 것을 것을 쑥스러워하신다. 필름값이 든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지만 여전히 그것도 돈이 든다 생각하시고 모델이 되어달라면 '그것 뭣하러 낭비하니?'하신다.

십년 만에 'PENTAX ME'는 훌륭하게 인물사진을 소화해 냈다. '찰칵!'하는 그 순간을 필름에 그려낸 것이다. 십년만에 깨어나 첫 인물 포스팅인 셈이다. 아쉽게도 필름을 감을 때 아랫부분이 찢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모습을 또렷하게 담아냈으니 조금 손만 보면 그럭저럭 고전의 기운이 담긴 사진을 무리없이 담을 수 있을 것도 같다.

a 공구 하수구가 막히면 뚫어주는 공구, 모든것이 막힘없는 세상이면 좋겠다.

공구 하수구가 막히면 뚫어주는 공구, 모든것이 막힘없는 세상이면 좋겠다. ⓒ 김민수


필름카메라에 대한 관심으로 몇몇 필름카메라 중고품들을 살펴보았다. 비싼 것들은 여전히 비싸고, 파노라마를 담을 수 있는 모회사의 TX-1인가는 중고가격이 그 당시 출고가격과 다르지 않다. 필름카메라 마니아들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있었지만, 중고 필름카메라 가격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십년만에 깨어난 주인공은 얼마일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그것보다 약간 상위기종이 대략 15만 원 선이다. 그러니 아마 중고시장에서 10만 원선일 것이다. 필름되감는 기능만 고치면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머지않아 수리를 해서 간혹은 필름사진을 담으며 속도전에서 벗어나야겠다.

십년의 긴 세월 침묵을 깨고 다시 깨어난 필름카메라, 용하기도 하고 며칠동안 36장을 담을 때의 남다른 느낌은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줄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36장을 찍어 달랑 19장, 그것도 작품성있는 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그 사이에 담긴 어머니의 사진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35mm 필름 36장 짜리 기준으로 현상과 스캔을 해서 CD에 담아주는데 약 5천 원이며, 1시간 정도면 메일이나 웹하드로도 받아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35mm 필름 36장 짜리 기준으로 현상과 스캔을 해서 CD에 담아주는데 약 5천 원이며, 1시간 정도면 메일이나 웹하드로도 받아볼 수 있다.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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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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