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에게 물었다,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만난 제임스 캐머런 "경쟁자는 나 자신 뿐"

등록 2010.05.15 12:27수정 2010.05.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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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3일 제임스 카메론이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인기가 많은 탓에 뒷자리에 앉아 멀리서 그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13일 제임스 카메론이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인기가 많은 탓에 뒷자리에 앉아 멀리서 그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 조재환


서울디지털포럼의 이목 제임스 캐머런에게 쏠려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은 끝났다. 그러나 그 뒷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뒷이야기의 주인공. 올해 서울디지털포럼은 <아바타>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인물이 한국에 온다니, 대한민국 영화산업은 그의 방한에 관심을 기울였다. 3D 영화로 성공을 거둔 그에게 향후 3D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그의 방문. 지난 13일 오전 8시 반부터 시작한 그의 연설을 들으려 워커힐 호텔 비스타 홀을 찾았다. 예상대로 연설장은 초만원. 강연시작 한시간 전부터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좀 더 그의 강연을 잘 듣기 위해 앞자리를 물색했으나 이미 예약석으로 꽉찼다. 어쩔 수 없이 뒤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a 3D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강연중인 제임스 캐머런

3D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강연중인 제임스 캐머런 ⓒ 조재환


캐머런 감독 "3D 영화관 투자 필요성 강조"

누구나 다 봤다는 <아바타>.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영화를 못 본 나는 그만큼 캐머런 감독의 연설에 욕심이 났다. 과연 그의 3D 기술이 흥행을 일으키기 충분했는지, 사전 강연 전 하이라이트로 그의 영화를 3D안경을 쓰고 봤다. 영화를 본 후 나는 '역시 캐머런 감독이다'라고 느꼈다.

거의 수년 간의 제작과정을 거쳤다는 <아바타>에 그의 노력이 얼마나 담겨있는지 잠깐동안 본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다만 그런 감동을 뒷자리에서 지켜봤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캐머런 감독의 강연 내용은 '3D 영화관의 투자 필요성'과 '3D는 다양한 콘텐츠 마켓에도 적용이 가능한가'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질문시간. 질문은 아쉽게도 앞자리에 위치한 유명 초대자들에게 맞춰졌다. 맨 뒤에 있는 나는 질문하기 힘들었다. 진행을 봤던 SBS 김소원 앵커 시야에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질문을 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인가? 한정된 질문시간이 원망스러웠고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라 장시간 강연을 못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연이 끝난 후 그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려고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던 것. 카메론 감독은 예상외의 반응인듯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특유의 침착성으로 팬들의 촬영에 응했다. 잠시 궁금했던 질문을 하지말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들려온 희소식, 바로 이어 캐머런 감독 기자회견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a 여기 좀 봐요! 제임스 캐머런(맨 오른쪽)사진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13일 그 순간

여기 좀 봐요! 제임스 캐머런(맨 오른쪽)사진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13일 그 순간 ⓒ 조재환


"매우 한국적인 질문이네요"


a 기자회견의 열기 13일 오전 9시 40분에 열린 그의 기자회견

기자회견의 열기 13일 오전 9시 40분에 열린 그의 기자회견 ⓒ 조재환


기자회견장도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초만원이었다. 프레스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였다. 질문의 대다수가 한국영화의 지식이나 3D 산업에 집중됐다. 한번에 5명 이상의 기자들이 손을 들었고, 자리가 없어서 서있던 나도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손을 거의 5번 가까이 들었을까? 진행자는 겨우 나를 쳐다보고 질문의 기회를 줬다. 바로 이 한 마디 질문하려고 2시간 반을 기다린 셈이다.

"당신의 진정한 경쟁자는 누구입니까?"

3D에 대한 질문이 아닌 인간적 질문을 선택했다. 그의 시간을 고려해 되도록 짧은 질문을 직접 영어로 전달했다. 질문하면서도 걱정이 됐던 것은 그가 이런 쉬운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것.

"아주 한국적인 질문이에요!"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는 크게 웃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그에게 '한국적인 질문'이라고 평가받으니 그 의도가 어떤지 궁금했다. 바로 이어진 그의 말에 궁금증은 해소됐다. 그는 "I love it(맘에 드는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a 그건 이렇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중인 캐머런 감독

그건 이렇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중인 캐머런 감독 ⓒ 조재환


캐머런 감독은 이어서 이런 말을 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자는 없습니다. 경쟁자는 제 자신일 뿐입니다. 저는 다른 감독들과 서로 도우며 3D 영화산업을 돕고 싶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기준이 영화에 부합될 때까지 끝까지 저는 자신과의 싸움을 할 것입니다."

그의 대답은 다른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보다 짧았지만, 큰 의미를 남겼다. 그의 작품제작에 담긴 철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내 질문에 대한 캐머런 감독의 반응을 실시간 기사로 내보냈다.

a 거장다운 모습이란 바로 이것? 통역가(왼쪽)가 그의 대답에 통역을 하는 사이. 그는 내 카메라쪽으로 포즈를 잡았다.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난 후의 모습. 그는 질문한 나를 처다본 것일까?

거장다운 모습이란 바로 이것? 통역가(왼쪽)가 그의 대답에 통역을 하는 사이. 그는 내 카메라쪽으로 포즈를 잡았다.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난 후의 모습. 그는 질문한 나를 처다본 것일까? ⓒ 조재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카메론 #서울디지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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