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론이 우파 담론? 이의 있습니다

[주장] 성장과 분배 제대로 좀 알고 싸우자

등록 2010.08.27 13:44수정 2010.08.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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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진영에서 진보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효석 의원이 관련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한국에서 복지를 얘기하면 가장 먼저 대두되는 문제가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이분법이다. 마치 성장을 이야기하면 분배를 못하고 분배를 말하면 성장을 못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성장론은 보수주의의 논리고 분배론은 진보 좌파의 논리라고 단정한다. 쉽게 말해 성장을 얘기하면 신자유주의 보수꼴통이고 분배를 얘기하면 좌파로 매도 당한다. 과연 이 공식은 합당한가?

처음 뉴민주당 플랜을 선보였을 때 두 가지의 반응이 나왔다. 먼저 하나는 민주당 내에서 제기된 '뉴민주당 플랜'은 성장론이라는 비판이었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보수주의 정책이라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한나라 2중대 정책'이라고까지 매도했다. 참 어이 없는 비판이었다. 사실이지 이런 분들은 보통 '뉴민주당 플랜'을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몇 개 단어를 문제 삼아 비판했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뉴민주당 플랜은 처음부터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제대로 읽어봤다면 이런 코미디 같은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뉴민주당 플랜을 놓고 나온 또 하나의 반응, 즉 급진 진보세력들의 반응을 살펴본다면 내 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분들의 주된 반응은 "과연 민주당이 이런 정책까지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놀라움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리 핵심정책들을 빼앗아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 이런 모순된 반응이 함께 나올까? 이유는 앞서 말한 '성장과 분배에 관한 이분법적 사고' 때문이다. 뉴민주당 플랜을 처음 소개할 때 나는 우리 사회는 분배가 중요한 만큼 성장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내가 말한 성장이란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 일부만을 위한 성장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성장, 파괴적인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의미했다.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게도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친서민 일자리 성장, 복지가 성장과 선순환을 이루기 때문에 복지확대가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돕는 친복지 성장, 그리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서 성장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전해서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손들에게도 맑고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친환경 성장, 이런 것들이 내가 주장한 성장의 내용이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떤가?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성장 즉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없고 분배 즉 나누어 먹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민주당을 찍으면 성장이 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오해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런 오해를 갖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 자신이 자꾸만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에 빠져서 마치 민주당은 성장을 도외시하는 것처럼 발언하고 행동해 온 것이다.

뉴민주당 플랜에 임해서 나는 국민의 오해를 불평하기 전에 민주당 스스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우선 제대로 된 성장 담론을 만들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은 어떤 성장을 원하고, 어떻게 성장을 이루고, 어떻게 분배와의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민주당이 한나라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강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뉴민주당 플랜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열강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은 총성 없는 경제전쟁 시대다. 미국과 유럽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무역전쟁에 이어 통화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지금 같은 세계화시대에 개방은 불가피하다. '우리 식으로' 만을 고집하다가는 하루아침에 낙후되고 만다. 또 우리는 지금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일본은 신기술로 앞서가려 하고 중국은 싼 노동력으로 잠식하려 한다. 자칫하다가는 국제시장에서 우리의 설자리가 사라져 버린다. 중남미 많은 나라들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오히려 후퇴했던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성장이니 분배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을 멈춰야 한다. 성장이 분배고 분배가 성장이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중시하는 것은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마찬가지다. 어떤 성장이고 어떤 분배를 중시하는 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떻게 성장과 분배를 이룰 것인가 그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주당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분배와 함께 성장을 말해야 한다. 그 성장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실현가능하고, 보수정당의 성장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야 한다.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보라. 선진국 진보정당 가운에 지금 성장을 중시한다고 말하지 않는 정당이 어디 있는가? 또 선진국 보수정당 가운데 분배를 강조하지 않는 정당이 어디 있는가? 우리도 이제는 성장, 분배라는 말만 갖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을 멈추자. 우리도 성장과 분배의 내용을 갖고 경쟁해 보자.
#김효석 #성장과분배 #뉴민주당플랜 #민주당 당대표 #뉴민주당그거대한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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