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역습, 이 재앙을 어찌할꼬

100여년 만의 폭우를 겪으며 새로운 지도자를 대망한다

등록 2011.08.02 21:51수정 2011.08.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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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우면산 기슭이 무너져 예술의 전당 앞 도로부터 사당사거리 사이 남부순환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우면산 기슭이 무너져 예술의 전당 앞 도로부터 사당사거리 사이 남부순환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 유성호


예부터 나라에 큰 재앙이 내려 백성들이 곤경에 빠지게 되면 나라의 임금된 자는 누구보다도 앞서 자기의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였다. 지난날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깊이 한다. 자기가 치적을 잘못하여 하늘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나라와 백성들이 괴로움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겸허히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어 농사가 안됐을 때라든지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홍수피해가 극심하였을 때 임금님은 궁 밖에 제단을 높이 쌓고 목욕재계한 다음 머리 풀고 소복하고 올라가 몇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직접 하늘에 사죄와 용서를 비는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나라의 곳간을 풀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배불리 공양하였다. 그것이 임금된 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요 예의이었다. 적어도 옛 선인들은 자연재앙을 인재(人災)의 탓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 태종대왕은 형제를 여럿 물리치고 임금 자리에 올라 한동안 뛰어난 치적을 올렸으나 후년에 연3년째 3남 지방이 가뭄에 시달려 농작물의 생육이 제대로 안되는 대기근에 직면하였다. 태종은 자기가 부덕했던 소이라고 반성하며 단을 쌓고 소복하고 머리 풀어 근 열흘이 되도록 식음을 전폐하며 하늘에 죄를 빌었다.

"하늘이여, 하늘이시여, 과인이 불민하고 부덕하나, 제발 우리 어린 백성들을 어여삐 살펴 보시사 제 목숨을 바치오니 이 땅에 부디 단비를 내려 주소서"라고 빌고 빌다가 쓰러졌다. 그 날이 음력 5월10일이었다. 기진맥진 실신한 태종대왕의 눈물이 비가 되었는지 온 나라에 흠뻑 단비가 내렸다. 지금도 파종후 생장기간의 음력 5월10일 날 내리는 비를 가리켜 사람들은 태종우(太宗雨)라고 부른다.

이상에 인용한 짧은 고사(故事)가 국가 재난에 임할 국가 최고지도자가 보여줄 최소한의 의무요 예의라고 본다. 이런 정도의 폭우가 내렸으면 다른 어느 나라 도시도 성치 못하고 그 피해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투의 가벼운 변명의 말씀보다는 행정이 미흡했고 불민하여 이렇게 큰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국민에게 안겨드렸노라고 인간적으로 미안해하는 언행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단을 쌓고 머리 풀고 소복하며 식음을 전폐하며 기도하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마음가짐만은 그동안의 치적과 행적을 반성하면서 수해방지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죄를 기도를 통해서나마 하늘에만이라도 빌었기 바란다.

왜냐하면 100년 빈도의 폭우가 하필이면 이 정부가 가장 애호하는 대한민국의 부자와 고관들이 많이 산다는 강남·서초지역에 인명, 재산 피해를 집중시킨 하늘의 뜻이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 지도자라면 이와 같은 대자연의 역습과 보복에 대하여 뭔가 지난 행적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껏 어용 언론을 동원하여 '불가피성'만 되뇌이는 지자체장과 최고 지도자님들의 행태는 피해국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게 보익 때문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범지구적인 기후, 에너지, 식량 위기의 세기에 들어섰다. 그런대도 아직까지 국가예산차원에서 반환경적이고 반기후적인 대단위 토목건설(예, 4대강)과 원자력 개발투자에 올인하고 있는 나라는 과문이지만 우리나라 뿐이다. 서울을 비롯 한반도 도처가 온통 개발, 개발 투성이다. 재벌기업과 토건(토목 건축)족만 살판이 났다.


이명박 정권 들어 대한민국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결핍, 식량부족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떠오르고 있는 객관적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세기 세계 평균의 두 배 수준에 가깝게 우리나라 기온이 상승하였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혹독한 겨울이 40여일이나 짧아지고 온난한 봄과 가을 기간이 흐지부지 사라지는가 하면 여름철 장마와 폭우 폭풍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경제를 살린다면서 국민경제 기초인 생명농업을 업수이 여기는 정권


우리나라는 어느덧 세계 5위의 에너지 소비국, 제3위의 화석석유 수입국, 그리고 세계 제2위의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이 되었다. 어언 세계 제9위의 이산화탄소(CO2) 배출국, 기온 상승도 제1위국, 대기오염도 세계 제일의 나라로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뿐인가. 석유에너지생산 제로(0) 국가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효율성은 세계적으로 아주 불량한 국가로 분류되어 인근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포함한 에너지 자급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식량(곡물)자급율 역시 26.7%로서 OECD(경제개발협력체)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질적으로 우리나라 식량사정이 가장 높은 수입의존도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중국 일본에 다음가는 아주 높은 해외의존도를 만성화하고 있다. 올들어 세계식량가격 지수는 공급 부족이 가장 심했던 2008년을 훨씬 뛰어 넘는 위험수준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덩달아 육류, 낙농제품, 유지류, 설탕 등의 국제가격 상승세 역시 멈출줄을 모르고 있다. 지구촌의 이상기후 현상과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의 식물성 연료 오일로의 전용으로 세계 주요국가들의 식량수급 기능에 차질이 빚어 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기상이변에 따른 채소 과일 등의 수급불안정과 가격급등락 현상이 극심한데다가 구제역 파동에 따른 사상최대의 살처분 매몰로 인해 육류생산이 지극히 저조하여 가격파동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주요 사료곡물 생산국들의 계속되는 생산저조와 가격상승 현상은 90% 이상 수입곡물로 농후사료를 조달해 온 한국 축산업(사료산업)의 미래 전망을 아주 불투명하고 불안하게 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이미 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제3위와 6위를 기록하였으며, 식품물가 상승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의 4.2배나 뛰었다.

최저 자원빈국에 초과다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는, 그런데도, 이 정부 들어 전국토 대부분의 토지와 농지 산지 및 주요자원들이 도시투기자본과 많이 가진자들에 의해 과점되어 난개발과 막개발 그리고 사회 양극화 현상이 눈덩어리처럼 사태를 악화 시키고 있다. 행정, 사법, 입법, 언론, 교육계를 막론, 높은 자리에 오르는 자의 기본 덕목의 하나가 토지투기가 필수자격 요건이 될 정도이면 더 말해 무엇하랴. 실상이 이러하니 정부의 기후대책, 에너지대책, 농지․농업대책등이 공허하게 메아리치며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말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으면서 유기농가와 산림 등을 까부수고, 전국토는 난개발로 얼룩져 늘어나는 원전개발 앞에 전국민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녹색이면 녹색이지 성장과 개발은 또 무엇인가. 말로만 4대강을 살린다면서 전국의 지·하천과 서울 강남 일대에 때 아닌 물난리사태는 무엇인가. 무수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에 대하여는 속수무책이지 않은가. 이런 엄청난 대자연의 역습(보복재앙)을 보고도 깨달음이 없다면 그는 도저히 지도자도 신자(信者)도 아니다. 또 말로만 사회양극화를 해소한다면서 중소상공인, 노동자, 농민, 빈곤층의 몰락과 확산억지 대책은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이어서도 미래가 없다. 사탕발림만 난무하고 내실이 없다. 뭘했다고 세계인들은 그 분을 '녹색성장의 어버이'라고 부르는지, 아니 정말 누가 그렇게 호칭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각종 정부정책에는 그야말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한국사람들은 이마팍이 깨지고 피가 터져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했던가. 재벌과 대기업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유리한 짓만 골라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해댄다. 수십조원을 들여 강파기에 골몰하면서도 민생복지는 영 '아니올씨다'이다.

경제를 살린다 하면서도 국민경제의 첫번째 기초산업인 생명농업을 업수이 여긴다. 가난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을 깔아뭉개고, 부자들을 더 부자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아, 시간의 길고 짧음의 차이만 있을 뿐 종국에는 높은 분들도, 부자들도 모두 하늘이 내린 자연재앙과 에너지 식량난 사태 때는 모두 희생자가 될 것이 뻔한데도 왜들 자기들만 자기 조직만 살아남을 환상에 젖어 있을까. 장차 지구촌과 한국호의 대붕괴가 올 때 자기들만 예외가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누가 이러한 난국을 타개할 지도력을 발휘하여 생명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민들의 열정을 극대화할 것인가가 앞으로 우리 앞에 부여된 국민적 과제이다. 확실히 말해 이제까지 해 온 행적으로 볼 때 이 정부의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설익은 CEO식 행정으로는 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서울과 전국에 또다시 때아닌 물난리가 나서 뭇 생령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서울 초등학생 의무급식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한심한 결의를 한 초거대 여당과 대권주자들도 결코 아닐 것 같다.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비젼으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기획 운영하려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야겠다. 그러한 인물, 그러한 날들이 하루빨리 나타나기만을 대망(大望)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입니다.
#환경역습 #장마 #물난리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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