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그동안 여러 정책대안이 제시되었고 시행되고 있으나 출산율이 뚜렷하게 상승하지 않자, KDI가 저출산 해법의 일환으로 유럽의 사례를 들어 동거와 혼외출산을 용인해야한다는 제안을 한 가운데 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동거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혼외출산이 문제가 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동거와 혼외출산 문화의 확산은 여성의 지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페미니즘의 등장과 함께 이중적인 성윤리구조가 타파되면서 성적 억압에서 남녀 모두가 해방되었다. 이러한 성적해방은 여성들의 사회 경제적인 독립이 뒷받침되면서 정착하였다.
이에 따라 비용과 절차가 따르는 결혼제도보다는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동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이러한 동거 과정에서 자녀들이 탄생하고 이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특히 동거 남녀 사이에 혼외출산의 두려움이 없어지게 된 과정에는 보편적인 사회복지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동거하다 헤어지는 경우 어머니가 주로 자녀를 키우게 되는데,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주거 장소를 제공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자녀 수당(child benefit)은 물론, 어머니가 아이 양육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경우 수당이 지급된다. 1990년대 중반 영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홀어머니에 대한 수당지급을 중단하자는 논란이 일었으나 히드 전수상이 이에 대해 비판하면서 논란을 잠재운 적이 있다.
KDI가 제시한 것과 같이 동거와 혼외출산의 용인이 출산률을 높일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나라에는 이중적인 성윤리구조가 엄연히 존속하며,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결혼 제도 내에 태어난 아이들도 부모들이 키우기 어려워 허덕이고 있는 현실에서 혼외에서 태어난 자녀를 부모가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동거 남녀가 결별할 경우 홀로 자녀를 키우기 어려워 자녀를 포기하기 쉽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아동의 대부분은 혼인관계가 파탄 난 경우다. 특히 동거의 경우 주변 가족들의 도움도 얻기 어려워 아이가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실에서 혼외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더 많은 불행한 아이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혼외출산을 장려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한부모가 홀로서도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사회 제도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떠한 경우에도 부모 그늘 아래서 크는 것이 가장 좋다. 한해 9천명의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진행되는 해외입양은 물론 국내입양도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차선책에 불과하다. 청소년 한부모 뿐 만 아니라 동거를 하다 한부모가 된 성인을 위한 사회 경제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결론적으로, 동거와 혼외 출산을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은 여성에 대한 성 억압의 문화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철폐하지 않으면 여성을 더욱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 방안이다. 또 혼외 출산한 아이가 동거 부모가 헤어졌을 때도 온전하게 클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불행한 아이만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문제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 사회복지 제도의 미비, 공교육의 부실화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 비용, 양극화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다 총제적인 사회문제로 바라보고 그 해답을 찾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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