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밝히는 변호사, 살인자를 변호하다

[리뷰] '미키 할러 시리즈 2 편', 마이클 코넬리 <탄환의 심판>

등록 2012.05.25 10:35수정 2012.05.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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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탄환의 심판> 겉표지

<탄환의 심판> 겉표지 ⓒ 랜덤하우스

2011년에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원작은 미국 작가 마이클 코넬리가 2005년에 발표했던 동명의 소설이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에서 '미키 할러'라는 이름의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미키 할러는 주로 살인범이나 마약사범 같은 강력범죄자들을 의뢰인으로 받아서 그들을 변호한다.


미키 할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원칙 중 하나는 '많은 수임료를 내는 의뢰인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법정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의뢰인이 무고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인물이 살인혐의로 기소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미키는 A가 실제로 사람을 죽였는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다. 미키의 임무는 검찰이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A를 기소했는지의 여부를 파헤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 검찰이 합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했는지, 검찰 측의 증인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조금이라도 헛점이 보이면 법정에서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배심원들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왜곡 또는 파괴'라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속물 변호사의 귀환

미키는 그동안 수많은 강력범죄자들을 법정에서 구해냈기 때문에 범죄자들에게는 구세주처럼 보이지만, 형사들의 눈에는 범죄자와 비슷한 인간으로 보인다. 미키는 할리우드의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고급저택에서 살고 있다. 한 형사는 미키의 집을 둘러보고나서, "쓰레기 같은 놈들을 변호해주고 이 집을 산거요?"라고 묻는다.


미키가 하는 일이 올바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루어두자. 어쨌거나 미키는 나름대로 매력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이 있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무섭게 몰두한다. 논리와 직관 거기에 자신감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법정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정도면 범죄소설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키는 배에 총을 맞고 병원에 입원한다. <탄환의 심판>은 그로부터 2년 뒤에 시작된다. 부상 때문에 그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미키는 이제 다시 형사사건 변호사로 돌아가려고 한다. 때마침 많은 일거리가 한꺼번에 미키에게 찾아온다.


미키의 친구이자 역시 변호사인 제리 빈센트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제리는 자신에게 변고가 생길 경우, 자신이 맡고 있던 사건은 모두 미키에게 넘긴다는 법적인 문서를 작성해 두었다. 그래서 미키는 제리가 맡고 있던 31개의 사건을 떠맡게 된다.

그 중에는 대박이 예감되는 사건도 있다. 갑부 영화제작자인 월터 엘리엇이 자신의 부인과 그녀의 정부를 살해한 혐의에 대한 사건이다. 엘리엇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제리에게 엄청난 사건 수임료를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 그 돈은 고스란히 미키의 몫이 된다. 미키는 흥분속에서 조금씩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변해가는 미키 할러

작품의 제목인 '탄환의 심판'은 작품 속에서 '총알 평결'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글자 그대로 총알로 범죄자에 대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정의의 실현을 느긋이 기다릴 수 없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때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정의를 실현하려고 권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는데, 용의자는 시궁창 같은 미국식 사법 체계 내에서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는 시쳇말로 꼭지가 돌아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작품 속에서 미키도 고민에 빠진다. 20년 동안 범죄자들을 변호하면서 엄청난 부를 누렸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까 그동안 자신이 범죄자들에게 이용당해 온 것만 같다.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장기판의 '졸'이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시궁창 같은 사법 체계 안에서 20년 동안 뒹굴다보니까 자신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사람이 한 순간에 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탄환의 심판> 마이클 코넬리 지음 / 김승욱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덧붙이는 글 <탄환의 심판> 마이클 코넬리 지음 / 김승욱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


#탄환의 심판 #미키 할러 #마이클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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