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매춘부였을까, 예수의 제자였을까

[서평] 캐슬린 맥고완 <사랑의 책>

등록 2012.05.30 11:48수정 2012.05.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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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랑의 책> 겉표지

<사랑의 책> 겉표지 ⓒ 문학수첩

캐슬린 맥고완의 2009년 작품 <사랑의 책>(문학수첩 펴냄)은 작가가 2006년에 발표한 <선택받은 자>의 후속편이자 '막달레나 마리아 삼부작'의 두번째 편이다(관련기사).

'막달레나 마리아'는 신약성서의 인물이다. 4대 복음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 여인은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죽음을 지켜본다. 또한 부활한 예수를 처음으로 만난 인물이기도 하다.


마리아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전통적인 견해는 그녀가 '회개한 매춘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기 591년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마리아를 매춘부로 단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에 발견된 성서의 외경에서는 마리아를 예수의 제자로 바라보고 있다. 캐슬린 맥고완의 삼부작도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마리아를 예수의 연인이자 아내이며, 수제자이면서 후계자로 묘사하고 있다.

마리아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이후에 예수의 자식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고, 그곳에서 예수가 남긴 성물을 간직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손들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을 것이다.

막달레나 마리아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전편인 <선택받은 자>에서 주인공인 여기자 모린 파스칼은 마리아가 직접 써서 남겼다는 '막달레나 마리아 복음서'를 찾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베랑제 싱클레어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남성을 만나서 함께 모험을 벌인다. 모린은 결국 마리아 복음서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고, 그 복음서를 사촌인 피터 할리 신부를 통해서 교황청에 맡기게 된다.


<사랑의 책>은 그로부터 약 2년 후에 시작된다. 모린은 복음서를 발견한 이후에 <세상에 맞선 진실 : 마리아 막달레나의 비밀 복음>이란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다.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모린은 언론의 회의적인 시선을 견뎌야만 했다. 사람들은 악의 섞인 조롱을 했고 어떤 사람은 예수의 신성을 모독했다면서 그녀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모린은 그래도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그녀는 토크쇼에 출연하고 인터뷰 자리를 가질때 마다 말한다. 예수와 마리아는 합법적인 부부였으며 두 사람의 아이를 낳았고, 함께 성직자 생활을 하며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예수의 신성을 조금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모린에게는 또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꿈에 예수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수는 자신의 신성한 손으로 쓴 비밀의 책을 그녀가 찾도록 예정되어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그것을 '사랑의 책'이라고 불렀다. 꿈속에서 경험한 일은 깨어 있는 동안에도 모린을 괴롭혔다.

결국 모린은 '사랑의 책'을 찾기 위해서 또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그녀는 <선택받은 자>에서 자신과 함께 여행했고,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베랑제 싱클레어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다.

매춘부로 전락한 마리아... 1500년 뒤 되찾은 이름

예수의 후손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며 밤마다 꿈속에서 예수와 만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크게 보아서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람을 대단한 예언자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약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보거나.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를 발표한 이후로,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물론 2000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관련 자료도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무엇이 진실인지는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외경에서 예수의 제자라고 밝히고 있는 막달레나 마리아를, 교황청에서 단순한 '매춘부'라고 단정지었다면 거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가 모든 역사는 남성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회의 역사에서 여성을 배척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아니면 예수가 죽은 이후에 베드로와의 권력다툼에서 마리아가 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쪽이건 간에 마리아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매춘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전의 예수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교황청에서는 1969년에 이와 관련된 오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1500년이 지난 후에야 마리아는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모린이 말했던 '세상에 맞선 진실'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사랑의 책> 캐슬린 맥고완 지음, 이선혜 옮김, 문학수첩 펴냄, 1만4800원, 2012.05.11


덧붙이는 글 <사랑의 책> 캐슬린 맥고완 지음, 이선혜 옮김, 문학수첩 펴냄, 1만4800원, 2012.05.11

사랑의 책 - 막달레나 마리아의 후손 이야기

캐슬린 맥고완 지음, 이선혜 옮김,
문학수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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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행복을 찾아서

#사랑의 책 #막달레나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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