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본 사람은 알지...그 고통을

실천하는 치과위생사들의 구강건강교육 자원봉사활동 체험기

등록 2012.06.09 18:38수정 2012.06.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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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유아 구강건강교육 치아에 이로운 음식들을 설명하는 중. 충치균의 활력을 떨어지게 하는 자일리톨. 이 닦고 먹어요~

영유아 구강건강교육 치아에 이로운 음식들을 설명하는 중. 충치균의 활력을 떨어지게 하는 자일리톨. 이 닦고 먹어요~ ⓒ 정민숙


6월 9일은 구강보건의 날이다. 한 살 때 입었던 옷을 여섯 살이 입지 못하는 것처럼, 영유아 시기에 사용하고 있는 치아는 그 크기나 기능에 있어 어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다. 만6세가 되면 아이들 입 안 제일 뒤쪽에서 새싹이 나오듯이 어금니가 하나 나오는데, 바로 그 것이 첫 번째로 얼굴을 내미는 영구치다. 한 번 태어난 영구치는 평생 써야 하니 그 소중함을 기념하기 위해 <6세 구치(어금니)>의 '6'과 '구'와 소리가 같은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해 치과계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를 한다.


앞니가 새로 나올 때도 아이들 얼굴은 작은데, 윗니 앞니 크기는 대문짝만하게 크다. 새로 나오는 영구치들의 크기와 어울리는 얼굴은 성인의 얼굴이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새로 나오며, 턱의 크기도 커지는 변화를 거치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시절의 얼굴은 미완성이지만, 성인이 된 20대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a 영유아 구강건강교육 6월9일 구강건강교육

영유아 구강건강교육 6월9일 구강건강교육 ⓒ 정민숙


얼굴의 아름다움을 완성시켜주고, 음식물을 씹어 건강을 유지시켜주며, 바른 말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치아건강을 위해 치과위생사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 북한이탈주민과 보육원, 초등학교, 타인을 위해 상담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6월 4일 하나원-나 혼자 활동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하나원 내에 위치한 치과에서 스케일링과 잇솔질 교육을 했다. 치과원장님과 그 곳에서 근무하는 치과위생사는 업무수행을 하면서 교육까지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나는 그 곳에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데, 약속된 환자의 스케일링을 진행한 후 지참하고 온 칫솔과 치약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잇솔질 교육을 한다.

교육시간은 5분에서 7분 정도이며, 치약 사용법과 칫솔 사용법, 잇솔질 방법을 알려준다. 나무에 톱질하는 듯한 방법을 금하고, 제일 뒤 치아 닦는 법과 손목을 돌려가며 닦는 회전법과 치아 한 개 한 개를 닦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물로 입 안을 헹군 후 칫솔 세척하여 보관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나면 긴장한 얼굴에 웃음을 보인다. 그 웃음 하나면 피로가 모두 가시며 나도 웃는다. 이곳에 잘 정착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6월 5일 불교상담개발원 상담봉사자들_반갑다 연우야 구강보건교육팀(진여화, 대각화, 자원봉사자 두 분과 함께)

a 어르신들의 교육후 소감문 멋진 필체의 교육 후 소감문

어르신들의 교육후 소감문 멋진 필체의 교육 후 소감문 ⓒ 정민숙


<반갑다 연우야>의료봉사단체로 구강건강교육요청이 왔다. 이 분들은 주로 '(사)자비의 전화'에서 전화 상담을 하는 분들로 50대 후반에서 80대 연령이다. 구강에 관한 전반적 이해와 칫솔질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받은 적은 드물어 신청하였다고 한다.


교육은 노년기 어르신들에게 맞는 내용으로 틀니 관리법, 노년기 구강관리법, 구강기능향상을 위한 입체조, 잇솔질 실습 등으로 구성 했다. 1시간 10분 정도의 시간으로 이론 교육과 실습을 적절히 시행했는데, 이미 구강병의 고통을 겪어보신 분들이라 정말 열심히 집중하고 참여했다.

그 중 69세, 68세, 81세 어르신의 소감을 옮겨본다. 

69세 어르신: 평소 치과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데 말로만 받던 치아관리법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니 새로운 기분으로 좀 더 확실한 잇솔질을 배웠다. 감사합니다.

68세 어르신: 이닦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이가 많이 상해 있었는데, 실습을 통해서 배우게 되어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런 실습 교육을 많이 홍보하여 주면 국민건강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1세 어르신: 그동안 치약을 많이 썼다. 앞으로 실천할 것이다. 좋은 치아를 유지하고 싶다. 좋은 것을 배운 것 같다.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의 얼굴 표정은, 교육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끝났을 때 많이 흐뭇해하고 고마워한다. 그 분위기와 따뜻함, 고마움 등이 느껴지면 그 순간 피곤함이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적어준 '교육 후 소감'을 읽으며 피드백을 한다. 혹 다음에 다시 교육을 할 때 들어가야 할 내용과 빼야할 내용을 미리 구성하기도 한다.

6월 8일 성동구 금호초등학교_한양여대 치위생과와 함께

성동구의 '쓱쓱싹싹 333 사업'을 위해 한양여대는 양치시설 전·후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나는 한영여대 치위생과를 도와 학생들의 구강상태가 얼마나 위생적인지 지수를 내는 활동을 했다. 오전에 5학년 세 개 반과 1학년 두 개 반에서 활동 했다. KBS와 MBN에서 황윤숙 교수님과 한양여대 치위생과의 활동을 촬영해 갔다. 사진 한 장 찍을 순간이 없이 부지런하게 진행했다.

6월 9일 혜명보육원_치과위생사 안세연, 최미경과 함께

a 영유아 구강건강 교육 혜명보육원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 건강한 치아 만들기 활동

영유아 구강건강 교육 혜명보육원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 건강한 치아 만들기 활동 ⓒ 정민숙


<반갑다 연우야> 구강건강교육팀으로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교육을 했다. 30여분 5명의 아동들에게 동화구연판으로 교육을 했다. 어찌나 씩씩하고 잘 하는지 세 치과위생사는 얼굴에서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슬라이드 사진에는 아이들 얼굴이 안 나오지만, 그 순진한 표정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9시 40분부터 11시까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35명의 학생들에게 불소도포를 시행했다. 보건지소에서 근무 중인 최미경 치과위생사와 동남보건대학 치위생과 교수인 안세연 치과위생사와 나는 불소의 효능과 사용방법에 대해 잘 아는지라 안전한 방법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중 어느 아이는 입 안에 무엇인가 들어간다는 거부감으로 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3분 20초가량 불소겔 트레이를 입에 물고 뱉어낸 후 30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주의사항을 잘 지켰다.

이러한 활동은 구강보건의 날에만 하지 않는다. 일 년 열두 달 전국 곳곳에서 실천하는 치과위생사들이 많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왜 그렇게 힘들게 무료자원봉사를 하십니까?" 물론 강사료를 받고 나가는 교육현장도 많지만, 치과위생사로서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행위는 구강건강 교육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언제나 구구절절 사연도 많아 계속 갈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 고민도 많지만, '가지고 태어난 치아의 수명연장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오늘도 보람찬 치과위생사의 하루를 보내고 왔다.
#반갑다연우야 #혜명보육원 #구강보건의날 #치과위생사 #구강건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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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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