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는 먹을 게 없으면 자기 꼬리도 먹는대"

[서평] 우리 바다 물고기 128종이 담겨있는 <바닷물고기 도감>

등록 2013.03.21 17:51수정 2013.03.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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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바닷물고기 도감> 표지

<바닷물고기 도감> 표지 ⓒ 보리출판사

"현아, 갈치는 먹을 게 없으면 자기 꼬리도 잘라 먹는다고 하더라…. 진짜 무시무시하지 않니?"
"진짜? 엄마, 책에 그렇게 나와?"
"응. 재미있는 거 많아."

사실 책 <바닷물고기 도감>(보리출판사)을 펼치기 전에는 '도감'이라서 재미 없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읽어보니 꽤 재미있었다. 우리 바다에 사는 물고기 중 128종이 이 책에 실렸다. 물고기들은 세밀하게 그려졌고, 책의 글 또한 딱딱한 문체가 아닌, 아이들에게 친숙한 입말이 쓰였다. 내용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큼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던 설명은 갈치에 대한 설명이다.


갈치에 '갈 자는 칼을 뜻하는 옛말이야. 생김새나 몸빛이 기다란 칼처럼 생겼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어… (중략) 먹을 게 없으면 자기 꼬리도 잘라 먹고 서로 잡아먹기도 해. 딱딱한 먹이는 이빨이 다칠까 봐 먹지 않는대.(본문 35쪽)

갈치 꼬리에 신경이 연결돼 있지 않아 자기 꼬리를 잘라 먹는 걸까? 이제부터는 갈치를 살 때 꼬리가 잘렸는지 살펴봐야겠다. 갈치는 몸을 세우고 헤엄을 친단다. 물 속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꼿꼿이 서 있고 그 모습으로 잠까지 잔단다. 신기하다. 또한, 갈치의 몸에 붙어 있는 은빛 가루를 긁어서 가짜 진주를 만들거나 화장품에 넣기도 한단다. 반짝반짝 빛나는 펄이 들어 있는 색조화장품에 갈치의 은빛 가루를 넣는가 보다. 그럼 화장품에서 비린내는 안 나려나?

웃기게 생긴 물고기가 이렇게 많다니

a  <바닷물고기 도감> 목록. 이름만으로 물고기를 찾는 게 아니다. 이름과 함께 이 물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바닷물고기 도감> 목록. 이름만으로 물고기를 찾는 게 아니다. 이름과 함께 이 물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 보리출판사


물고기 중에는 웃기게 생긴 물고기가 많다. 가시복도 그중 하나다. 가시복은 고슴도치처럼 몸에 가시가 돋아있다. 그래서 이름이 가시복이다. 가시복은 몸에 독이 없어서 대신 가시를 몸에 붙이고 산다. 그랬다가 겁을 먹으면 몸을 풍선처럼 부풀리면서 가시를 세운다. 그러면 큰 물고기들도 가시복을 어쩌지 못한다. 가시복의 가시를 세운 모습이 정말 웃기다. 사람들도 가시복이 그물에 잡혀도 먹지 않고 버린단다. 맛이 없어서 그런가 먹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걸까?

감성돔은 짝짓기를 한 뒤 10만에서 20만 개 정도의 알을 낳는단다. 알을 무척 많이 낳는다. 그런데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죄다 수컷이다. 그리고 5년쯤 지나면 죄다 암컷으로 바뀐다. 암컷으로 바뀐 감성돔의 크기는 60~70cm 정도 된다. 알을 낳은 뒤의 감성돔은 맛이 없다. 그래서 '6월 감생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단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이빨이 개처럼 났다'며 '견아려'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있다. 무엇일까. 바로 바닷장어인 갯장어다. 이 물고기는 성질이 아주 사납단다. 사람 손을 깨물면 손가락에 구멍이 날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128종의 우리 바닷물고기 중 내가 직접 먹어 본 물고기는 얼마나 될까. 궁금한 마음에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봤다. 겨우 10여 종일 뿐이다. 대구탕 속에서 본 대구와 책 속의 대구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하얀 속살이 맛있던 아귀찜의 아귀 역시 엄청 못생겼다. 김치 담글 때 까나리 액젓에 들어가는 까나리는 크기가 5cm에서 15cm. 까나리는 모래에 들어가 여름잠을 잔다. 여름 내내 밥도 안 먹고 잠만 잔단다.


우리 집 간장에는 가다랑어를 넣어 맛을 냈다는데 가다랑어를 보니 가다랑어 생선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깃대돔이나 두동가리돔·세동가리돔·나비고기는 색과 모양이 화려하다. 이렇게 화려한 물고기들이 우리 바다에도 산다니…. 이런 화려한 물고기들은 따뜻한 바다에만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직접 보면 얼마나 멋질까. 궁금한 게 참 많아졌다.

아이들이 커서도 이 물고기들 볼 수 있다면

a  <바닷물고기> 중 일부

<바닷물고기> 중 일부 ⓒ 강정민


사실 이 책과 같은 도감을 출판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사진이 아닌 그림이 실린 경우에는 더욱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과학책은 일본책을 번역해 내는 경우가 많다. <바닷물고기도감>은 정성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이런 책을 만든 보리출판사가 무척 고맙다.

하지만 이런 고마운 책이 나와도 우리가 바다를 깨끗하게 지키지 못한다면 수십 년 뒤 이 책에 실린 물고기들은 '옛날 우리 바다에 살던 물고기'로 분류될지 모른다. 자연을 잘 보존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도 바다에서 이 책에 실린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바닷물고기 도감 (보급판)

조광현 그림, 명정구 글,
보리, 2016


#보리출판사 #바닷물고기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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