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홍준표 지사 나빠요, 병원 문 닫게 했잖아요"

온 가족이 '진주의료원 지킴이 생명텐트촌'을 찾았습니다

등록 2013.06.08 17:53수정 2013.06.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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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주의료원 생명텐트 입촌식 모습

진주의료원 생명텐트 입촌식 모습 ⓒ 김동수


경상남도민은 올봄 두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2월 26일 취임 두 달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103년 역사를 지닌 진주의료원 폐업 선언을 한 일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STX그룹 유동성 위기입니다. STX그룹은 2001년 창립된 그룹으로 종업원 7만 명에 지난 2012년 4월 기준 자산순위 재계 11위(공기업제외)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STX그룹 위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2004년 STX보다 매출이 더 큰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한 것처럼 '공격적 M&A'와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조선경기 불황까지 덮쳐 12년의 화려했던 그룹 역사가 종말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STX그룹이 공중분해되면 경남 경제는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룹 본사가 경남에 있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지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급한 불을 꺼야 했습니다. 경남도가 지난달 2일 STX의 협력업체에 경영안정자금 300억 원을 긴급 융자지원하고 지방세 납부를 1년간 유예해 주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시 홍 지사는 "대기업들이 대부분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STX는 도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도 힘만으로 될 수는 없지만 다같이 힘을 모아 도와야 한다"면서 "채권은행단에도 도지사 명의로 협조 요청서를 보냈고 지방에서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며 STX를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STX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던 홍준표 지사, 의료원은?

a  진주의료원 살리기 생명텐트 입촌식 모습

진주의료원 살리기 생명텐트 입촌식 모습 ⓒ 김동수


경남도민으로서 경남도가 STX협력업체에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도민 중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럼 진주의료원도 폐업이 아니라 어떻게해서든 살려야 합니다. STX 살리기에는 수백 억 원을 긴급지원하면서 진주의료원 살리기에는 아예 귀를 닫아버렸습니다. STX는 사기업이고,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입니다. 홍 지사가 STX 살리기에 나서는 그 마음의 100분의 1만이라고 진주의료원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면 폐업을 밀어붙일 수 없습니다.


진주시민으로서 화나고,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분노만 하면 병만 듭니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8일 진주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온 나라에서 사람들이 진주의료원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생명텐트가 있는 진주의료원을 다녀왔습니다.

a  '돈보다 생명'. '진주의료원 지킴이 생명텐트촌' 모습

'돈보다 생명'. '진주의료원 지킴이 생명텐트촌' 모습 ⓒ 김동수


a  생명텐트

생명텐트 ⓒ 김동수


진주의료원 앞마당은 원래 환자들이 보호자와 함께 답답한 병실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와 햇살을 벗삼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 환자와 보호자는 없고, 생명텐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가 손잡고 다시 앞마당을 걷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빠 홍준표 나쁜 사람이에요."
"왜?"
"진주의료원을 폐업시켰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아니에요.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이에요. 아픈 사람이 가는 병원을 문 닫으면 그게 나쁜 사람이에요."
"생각해보니 그렇네. 우리 막둥이 이제 다 컸다."
"돈 안 된다고 문 닫으면 경남도도 문 닫아야 해요."
"뭐라고! 누가 그런 말을 했니?"
"아빠가 저번에 그러셨잖아요. 경남도 재정이 적자라고. 그리고 가난한 사람도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해요."

"막둥이가 아빠보다 낫다."

'홍준표 규탄한다'는 작은 손팻말을 들고 막둥이는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홍준표 지사를 비판했습니다. 막둥이도 다 압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경남도지가 이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a  아내와 아이들이 홍준표 규탄한다고 외쳤다.

아내와 아이들이 홍준표 규탄한다고 외쳤다. ⓒ 김동수


땀을 많이 흘려 여름을 제일 싫어하는 막둥이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집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기를 바랐지만 홍준표 지사를 규탄하기 위해 진주의료원까지 찾았습니다. 정말 홍준표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홍준표 지사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면 멈춰야 합니다.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습니다.

a  가난한 사람도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도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 김동수


a  홍준표는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한다.

홍준표는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한다. ⓒ 김동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펼침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홍준표 퇴진'입니다. 그 뒤로 저멀리 '진주의료원'이 보입니다. 정말 문 닫아야 할 곳은 진주의료원이 아니라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고, 폐업을 밀어붙인 홍준표 지사인지도 모릅니다. 독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 목소리를 듣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이 독재입니다. 홍 지사는 '돈보다 생명'이 더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잊는 순간 그가 바라는 국가지도자는커녕 도백 자격도 없습니다. 홍 지사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진주의료원을 살려야 합니다. 온힘을 다해서.

a  '홍준표 퇴진' 펼침막 뒤로 '진주의료원'이 보인다. 문닫아야 할 곳은 진주의료원이 아니라 홍준표다

'홍준표 퇴진' 펼침막 뒤로 '진주의료원'이 보인다. 문닫아야 할 곳은 진주의료원이 아니라 홍준표다 ⓒ 김동수


#진주의료원 #생명텐트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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