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새마을운동? 슬레이트 지붕부터 철거하라

등록 2013.06.30 09:11수정 2013.06.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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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 / 살기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가꾸세."

1973년 국민학교(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 만큼 많이 외우고 불렀던 '새마을 노래'다. 하지만 국민교육헌장을 머리에서 지웠듯이 새마을 노래도 잊혀진 노래였다. 아니 '새마을'이란 말 조차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뉴새마을운동'이란 구호가 나오더니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제2새마을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인수위 보고에서 "농어촌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주민 역량을 결집해 마을 발전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2011년부터 추진 중인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지난 2월 4일 충청지역 국회원들과 오찬자리에서 "새마을 운동을 국민 정신운동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다"고해 새마을운동을 국민 정신운동으로까지 승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머물지 않고 새마을 운동을 아프리카 발전을 위해 힘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4일 아르만도 게부자(Armando Guebuza) 모잠비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아프리카 등에서 도입한 품종을 기반으로 통일벼 품종을 개발하고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을 개혁함으로써 식량자급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의 농촌 발전 경험과 새마을운동 정신은 모잠비크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협력을 약속했다.

제2새마을 운동에 대한 여론 역시 좋다. '새마을 운동 전도사'로 불리는 최외출 영남대 교수(지역및복지행정학과)가 회장으로 있는 글로벌새마을포럼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실시한 '새마을운동 학문화와 세계화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2새마을운동과 새마을정신의 계승 발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82.9%(매우 필요 28.3%, 어느 정도 필요 54.6%)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15.6%)보다 휠씬 높았다.

특히 83.4%는 제2새마을운동이 추진되면 참여(적극 참여 19.3%, 참여 64.1%)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역별·성별·연령별 인구비례를 고려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신뢰수준은 95%,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3.1%p다.


정부도 제2새마을 운동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7일 '제2새마을 운동' 추진을 위해 안행부는 지역상생협의체를 신설해 수도권과 지방, 시·도 단위내 발전지역과 낙후지역 등의 상생 방안을 논의한다. 또 지역발전협의회(가칭 새마을운동본부)를 구성해 세부 실천전략의 수립 및 추전·점검에 나선다고 보도했었다.

기업체도 정부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대한상의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혁신운동 3.0 출범식'를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혁신운동 3.0은 대기업과 1차 협력사가 2·3차 이하 중소기업의 공정·경영·생산기술 등의 자발적 혁신을 지원하는 운동"으로 "1970~80년대 공장새마을운동(1.0)의 자조정신을 계승하고, 대기업-1차 협력사 중심의 성과공유제(2.0)를 발전시켜 2·3차 협력사 중심의 동반혁신 활동을 민간 자율로 전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반성장 패러다임이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다닐 때처럼 "새벽종 울렸네 아침이 밝았네"를 우리 아이들이 직접 부르지는 않겠지만,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새마을 운동 정신을 "국민 정신운동"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다. 국민을 상대로 정신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어긋난 일이다.

a  고향은 '슬레이트' 천국 아니 지옥입니다.

고향은 '슬레이트' 천국 아니 지옥입니다. ⓒ 김동수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슬레이트'다. 슬레이트는 새마을 운동 상징이다. 새마을 운동 전까지만해도 시골은 거의 초가집이었다. 초가지붕에서 살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 한 가지 단점은 해마다 볏짚을 엮어 다시 이어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초가집에서 살았다. 정말 그 때가 좋았다.

박정희는 초가지붕을 밀고 슬레이트로 바꿨다. 무려 100만동에 다다랐다. 한 마디로 슬레이트는 '꿈의 건축 자재'였다.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정도로 슬레이트는 아주 익숙한 '동무'(?)였다. 하지만 이제 슬레이트는 꿈의 건축자제가 아니라 '1급 발암 물질'이다.

박근혜 정부가 제2새마을 운동을 추진하려면 새마을 운동이 남긴 많은 비극 중 하나인 '슬레이트 지붕'부터 나랏돈으로 다 철거해 주어야 한다. 현재 철거비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60%만 지원해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슬레이트 철거비용만 지원할 뿐, 새지붕은 주인몫이다. ㎡당 철거비용이 2-3만원 가량 든다. 철거비용 40%를 자부담에 새지붕까지 얹으려면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은 잡아야 한다.

a  박근혜 정부가 제2새마을 운동을 추진하려면 새마을 운동 비극의 상징인 슬레이트 철거부터 나랏돈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제2새마을 운동을 추진하려면 새마을 운동 비극의 상징인 슬레이트 철거부터 나랏돈으로 해야 한다. ⓒ 김동수


박근혜 정부는 제2새마을 운동 추진만 생각하지 말고, 박정희가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 농촌 지붕을 재앙으로 만든 슬레이트 철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비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슬레이트는 1급 발암 물질만 아니라 정부가 '00운동'을 주도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을 국민정신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히 우려스럽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가 국민 정신 운동을 이끄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다.
#새마을 운동 #슬레이트 #제2새마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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