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님, 헌법소원 꼭 하세요!

동성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제도는 위헌인가?

등록 2013.07.15 13:43수정 2013.07.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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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님! 안녕하세요? 지난 5월 결혼 발표 소식을 들었습니다.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9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사랑으로 맞이한 배우자와 관공서에 가셔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셔야 할 텐데요, 우리나라 혼인신고서는 남편(부)과 아내(처)만 기록할 수 있죠. 그래서 남성과 여성만 혼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 직원도 신고서류를 접수하지 않고 반려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음에도 국가가 혼인신고를 접수받지 않으면 서운하실 텐데요, 혼인신고가 반려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실 예정이라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혼인신고 없이 그냥 가정을 이룬다면 여러 가지 법제도적으로 차별을 받습니다. 당장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도 신청 못하죠. 한 명이 다치거나 죽어도 국민연금법이나 공무원연금법상 유가족 연금도 못 받습니다. 꼼꼼하게 따지면 세법상 배우자 공제가 안 돼서 소득공제도 안 되며, 배우자 사망 시 상속세 납부에서도 불리합니다. 이처럼 동성혼자는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법제도의 현재까지의 태도입니다. 국가의 관점에서는 동성혼을 원하는 국민이 없다고 여기는 거죠.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미 1989년 덴마크에서 세계에서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대부분 국가는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2001년 독일에서도 동성간 동반자등록법(The Registered Partnership)이 제정되었습니다. 2002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성 간에도 결혼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상의 혼인과 가정에 대한 특별보호 조항에 합치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립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결혼을 발표한 이후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도 2013년 5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합법화, 더 나아가서 일정한 경우에는 자녀 입양도 허용하는 동성결혼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올 6월에 동성혼에 대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동성혼인자들이 다른 가정과 달리 일정한 사항(세금 등)에서 차별당한 것은 수정헌법 제5조에서 보장한 평등권을 침해받은 것이라고 했죠. 그래서 이러한 차별을 담고 있던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을 위헌이라고 선고(United States v. Windsor)했습니다.


'동성혼인 차별 위헌' 미국 연방대법원 "결혼제도 본질과 평등 의미 반영"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합니다(헌법 제36조).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법제도는 동성혼과 이성혼을 차별하는 평등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리고 동성연애자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지난 1997년 동성동본(同姓同本) 사이는 혼인신고를 접수하지 못하는 민법 규정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는 결정했습니다(1997. 7. 16. 95헌가6 내지 13(병합)). 당시 결정문을 비추어 보면, 감독님이 청구할 예정인 헌법소원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결정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민법은 이제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했다. 아울러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의 태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입법부는 조속히 동성혼을 인정하는 법제도를 마련하고, 행정부는 법 개정전이라도 동성혼을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

현재 미국의 오바바 대통령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 등 정치지도자들이 동성혼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로 볼 때, 동성애자에게 어떤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2013년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 동성혼에 대한 시각을 밝힌 법정 견해문(United States v. Windsor)을 소개합니다. 동성혼과 이성혼을 차별하지 않고, 동성혼을 원하는 자를 존엄하게 여기는 것은, "공동체가 깊이 생각한 결혼제도의 역사적 본질과 발전된 평등의 의미를 이해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It reflect both the community's considered perspective on the historical roots of the institution of marriage and its evolving understanding of the meaning of equality)라고 판시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리며, 김조광수님뿐만 아니라 동성혼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좋은 소식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헌법재판소 #동성혼 #연방대법원 #동성연애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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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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