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하는 이유

등록 2013.07.19 18:12수정 2013.07.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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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수능 필수화 하지 말자구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왜 이 주장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정말 몰라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건가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그냥 이대로 가자는 말인가요?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아닌 다른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요?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비판하는 시각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는 정말 잘못된 주장들입니다.

1. 입시 부담이 가중된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맞습니다. 최근들어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쉬워졌고, 공부해야 하는 과목도 언수외와 사탐 2과목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예체능계열인 경우에는 수학을 안 해도 됩니다. 과거 난이도 높은 언수외와 문이과 상관없이 사과탐 16과목을 모두 치렀을 때에 비해서는 객관적인 상황이 매우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묻겠습니다.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을 지향했다고 해서 과거에 비해 입시 열기가 수그러들고, 학생들의 실질 공부 시간이 줄어들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쉬운 수능으로 전환하고, 과목수가 줄어들수록 1문제 차이로 등급이 바뀌고, 지원 가능 대학이 바뀌는 현실에서 오히려 입시 제도는 더욱 각박해지고 고3이나 재수생들의 학습 시간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의 입시 제도는 본질적으로 사회 진출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모두들 명문대를 선호하는 과열 경쟁 구조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부할 과목 수를 줄인다고 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량이 줄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현재 거의 모든 시간을 짜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즉,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최선의 시간이 모두 활용되는 상태에서 과목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재의 구조로는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현재의 언수외 집중 구조에서 한국사 과목이 하나 더 생겼을 때 또다른 변별력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지나치게 수학과 영어 중심적입니다. 이걸 못하는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과목이 다양화되고, 평가 기준이 조금이라도 다양화되는 것은 입시 부담의 가중이 아니라 입시 변별력의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당장 새로운 과목 하나를 더 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을 뿐이지 실재로 새로운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한국사 때문에 사교육 문제가 심각해진다구요? 생각해보십시요. 이명박 정부 들어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부의 지상과제가 되면서 사회탐구 2과목으로 줄이고 집중이수제 도입했고, 입학사정관제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언수외 집중구조 만들었는데 실질적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나요? 사과탐 16과목 모두 필수로 하던 시절에도 사과탐 때문에 과외비 부담된다던 부모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본질적으로 암기 과목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과목이 어떻게 사교육비 부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2. 토론, 참여 탐구형 수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좋은 말입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 구조에서 이런 식으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의미있는 교육 개혁의 방향이겠지요. 하지만 과연 이런 고상한 주장이 과연 실효성이 있기나 한가요?

당장 수학능력시험을 통한 입시 구조 자체가 모든 교육의 수렴점으로 운용되는 상황에서 역사 선생님들이 양질의 참여형 수업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역사 교육의 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니, 본질적으로 그간 역사 선생님들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건 가치가 있는 주장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주장들입니다.

왜 수능한국사 필수 얘기가 나왔습니까? 좋은 '역사 인식'이나 '역사에 대한 시각'을 기르자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기본적인 지식 자체의 부재, 아무것도 모름, 더구나 문과 내에서조차 연간 4만명 밖에 하지 않는 소수자의 과목. 상황이 이러기 때문에 여야가, 그 이전에 국민들이 스스로 수능 필수화 카드를 들고 나온거 아닙니까?

생각해 보십시요. 좋건 나쁘건 현재의 한국 교육 구조에서 유일하게 먹히는게 주입식이고, 가장 강력하게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하는 기간 동안의 치열한 공부입니다. 그것 말고 국가가, 또한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국민들에게 역사 지식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효율성과 효과를 고려해서 접근하자면 유일한 방법이 수능 한국사 필수 말고 어떤 대답이 있을까요?

자격증 제도는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한두 달 몰아서 공부하고 끝내버리면 그만인 게 자격증 아닙니까. 더구나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이 공무원이나 임용고시 시험제도와 결부되면서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조정된 상태에서 자격증 제도 정도로 상황을 개선하려는 생각 자체가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토론, 참여 탐구형 수업을 넘어서 역사 교육 전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많이 외워야 하고, 재미없는 암기 과목이라는 오명도 떨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역사 교육 일반에 관한 문제이고, 현재 수능 한국사 필수를 얘기하는 것은 최소한의 역사 지식 자체의 유통 때문입니다. 고상하게 말한다고 그게 모두 옳은 것은 아니겠지요.

3. 여러 교과를 통합하는 사고를 요구하는 수능 취지와 반대된다고?

이쯤되면 수능 문제 한 번 안 풀어본 교수님의 현학적인 말놀림에 불과합니다. 과목을 넘어서는 수능 통합형 문제는 96학년도 수능에서 단 한 차례 있었을 뿐입니다. 한국사는 한국사 내에서, 윤리와 사상은 윤리와 사상 내에서, 사회문화는 사회문화 내에서 수리 추론 능력으로 문제를 풀 뿐이지 언제 통합 교과형 사고의 문제가 출제가 된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가면 정말 어려운 수능이 된다는 말인데 이건 지난 수년간 해왔던 정부 교육 정책과 완전히 반하는 주장 아닙니까?

왜 이런 주장이 전교조나 교육학 교수들에게서 나오는지 전혀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상황의 시급성과 그 시급성에 대응하는 노력에 대해 그럴싸하면서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이것이 과연 진보적이고 대안적이며 미래적인 실천인가요? 그럼 지난 시간 이런 식의 엉망인 교육 제도를 왜 하나도 고치지 못하고 이제와서 갑자기 이런 고매한 말들을 늘어놓는 건가요?

사회과 선생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이건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사회과가 위축된다면 사탐 3과목제를 주장하던지, 역사과를 별도 과로 분리하면서 2과목 내에서 사회-지리-윤리의 독점 구조를 만들던지 해야하는 것이 정상적인 태도입니다. 이게 질투하고 위협을 느끼며 그래서 이전투구의 밥그릇 싸움으로 만들어가야 할 문제입니까?

차라리 역사과를 앞세워서 과목 다양화 전략을 통한 언수외 중심의 입시 구조의 재편 같은 생산적인 대안들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사회과나 윤리과의 교과적 책임 아닌가요? 지난 기간 사회문화로 재미보고, 이제 윤리과도 생활과 윤리로 재미보는데 역사과가 갑자기 물을 흐리니까 짜증난다 뭐 그런 건가요? 이렇게 이기적인 태도가 어떻게 교사들의 입에서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생분들. 한 과목 늘어난다고 짜증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과목이 늘어난다고 공부할 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습니다. 부담되는 것은 심리적 환상일 뿐 오히려 새로운 변별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십시요. 부담되니까 못하겠다 자체가 참으로 나쁜 마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지적 소양에 대한 문제이고, 독도, 역사 왜곡, 동북공정, 5·16, 5·18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갖춰야할 시민적 소양의 문제인데 고작 2과목에서 1과목 늘어난다고 투덜대는 것 자체가 참으로 유치하고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나요?

모두에게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소한의 기틀을 만들고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생산적인 교육적 이슈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정부에게 맡겨두던 구조가 아니라, 이번 수능 한국사 문제처럼 아래로부터, 옆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요구가 나와서 정책에 반영되는 그런 교육 구조가 이 사회에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학 서열화, 학력 사회, 반값등록금 등등! 교육 이슈에 대한 다양한 도전들이 일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소한의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 조차도 밥그릇 투쟁, 허상의 주장들이 난무한다면 대체 언제 이 땅의 교육이 바뀌고 변화될 수 있을까요?
#한국사 #수능 #한국사수능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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