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부담 해결한다고 직원 연봉 20% 삭감?

[인터뷰] 유재우 서울과학기술대 공투위 위원장

등록 2013.09.06 08:29수정 2013.09.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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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투위가 건 현수막

공투위가 건 현수막 ⓒ 오주석


대학교 방학 동안 교내를 걷다 언젠가부터 눈에 밟히기 시작한 현수막은 "교육부는 급여보조성 경비 일방적인 폐지 즉각 중단하라"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현수막을 건 이들은 국공립대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국공립대 직원들이었다.

지난 2일, 개강을 맞아 대학본부를 찾았을 때, 대학본부 로비 내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검은색 리본을 매달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붉은색 종이 위에는 검은 글씨로 '공투위 농성장'이라 적혀 있었다. 그들은 지난 8월 29일부터 천막농성장을 설치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공립대 직원들이 뿔났다.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다.

교육부는 지난 7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국·공립대 총장 회의를 개최해 국립대학 교직원에 대한 기성회 회계 급여보조성경비 지급 관행을 개선하라고 요청했다. 1963년 기성회가 생긴 이후로 국립대학 기성회는 ▲ 사립대학 직원과의 보수 격차 완화 ▲ 대학 직원들의 교육·연구 성과 제고 등을 이유로 그들에게 기성회 회계에서 각종 급여보조성 경비를 지급해왔다.

문제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기성회가 생긴 이래로 급여 명목과 동등한 수준의 '급여보조성 경비'를 9월 1일부터 완전 폐지하겠다는 데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직원 생존권 사수와 고등교육재정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아래 공투위) 유재우 위원장을 만났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국공립대 직원만 수당에서 제외

a  지난 4일 유재우 위원장이 대학본부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4일 유재우 위원장이 대학본부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오주석


- 최근 교내에 설치된 현수막들을 봤다. 왜 설치한 것인가.
"직접적으로 발단이 된 원인을 예시를 들어 설명하겠다. 동사무소를 생각해보자. 동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동사무소의 본연의 업무는 팩스 처리·주민등록교부·민원상담 등을 처리한다. 공무원들은 이런 민원이 정해진 일임에도 이를 수행하고 '민원 수당'이라는 것을 받는다. 감사를 하는 공무원들은 마찬가지로 '감사 수당'이라는 것을 받는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국립대다. 따라서 나를 포함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국립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성회 수당'이란 것을 받는다. 앞서 설명한 동사무소의 예와 비슷하게 말이다. '기성회 수당'은 기성회가 생긴 1963년부터 지속적으로 지급돼왔다.


그런데 최근 대학등록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지난 7월 25일 교육부는 국공립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기성회 수당'을 등록금 부담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이 수당을 9월부터 완전 폐지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기성회 수당'은 대학 직원뿐만 아니라 조교와 교수도 받는 수당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 직원에게 지급되는 '기성회 수당'만을 폐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교수·조교는 '기성회 수당'을 그대로 받는 것인가.
"국공립대 직원만이 '기성회 수당' 제외 대상으로 지목됐다. 교수에 대해서는 연구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국공립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기성회 수당'을 깎아 대학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평균치를 냈을 때, 학생 1인 당 한 학기 등록금 부담금이 평균 5만1000원 정도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성회 수당이 등록금 부담 가중? 틀렸다"

a  한 공무원이 대학본부 로비에 붙인 종이

한 공무원이 대학본부 로비에 붙인 종이 ⓒ 오주석


- 결국 '국공립대 직원들의 월급을 깎아 등록금을 내려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인가.
"그렇다. 그런데 교육부의 주장은 '기성회 수당이 등록금 가중의 원인'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직원·교수·조교에게 지급되는 모든 '기성회 수당'이 폐지돼야 맞는 논리 아닌가. 더욱이 1963년부터 국공립대 직원들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기성회 수당'을 급여의 일부처럼 받아왔다. 이것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면 한 명의 공무원이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혹은 한 명의 사람으로서 심적·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게다가 교육부가 '기성회 수당'이 등록금 부담 가중의 원인이라고 짚은 부분은 틀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경우 2000년부터 지금까지 국공립대 직원에 대한 수당이 동결 상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2000년 이전부터 교육부·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꾸준히 받아왔는데 '더 이상 기성회 수당을 늘리지 말고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그 사항을 14년 동안 이행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마자 교육부 내부에서 어떻게 원인 분석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등록금 가중의 원인이 기성회 수당에 있다'는 지적이 갑자기 나왔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직원들이 학생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선 업무 현장에서 교수와 학생간의 학사업무·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놓고 과연 학교의 발전을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기존 기성회 수당은 얼마 정도 받았나.
"직급에 따라,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연간 평균치를 내면 대략 1인당 700~1000만 원 사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그만큼의 '기성회 수당'이 깎이게 됐다. 국공립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연봉이 평균 20%씩 감봉되는 것이다.

앞에 말한 것처럼, 국공립대 직원도 가장이고 가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나도 고등학교 1학년 딸 하나가 있따. 곧 다가올 명절에 부모님도 뵙는다. 어떤 이는 10~20년 동안 기존 '기성회 수당'을 포함한 봉급을 기준으로 가계를 꾸린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대출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연봉의 20%를 깎아라'는 명령을 시행하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딸이 '아빠 월급 깎여?'라고 묻는데 가슴이 아팠다.

더불어 사립대와 비교해봤을 때, 업무량과 종류는 비슷한데 국공립대 직원 임금은 '기성회 수당'을 제외하면 사립대의 약 70% 정도다. '기성회 수당'을 포함한다고 해도 사립대의 87~90% 수준으로 열악하다. 국공립대 직원들에게 '기성회 수당'을 주지 않으면 사기가 꺾이는 정도를 너머 업무의 질에 영향을 미칠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사립대와의 임금 수준 차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교육재정 늘리는 게 국가의 역할"

a  대학본부 로비에 설치된 천막농성장 전경

대학본부 로비에 설치된 천막농성장 전경 ⓒ 오주석


- 이 정책이 예고된 시기가 올해 7월이었다. 준비 기간이 따로 없었나.
"처음 예고가 나온 시기가 7월 말쯤 될 것이다. 이후 8월 한 달 동안 절차를 밟고 9월부터 완전 폐지가 시행됐다."

- 농성장에 설치한 피켓 중 '반값등록금을 실현하자'는 구호도 보인다.
"국공립대 직원들도 처음에는 이 건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단순히 교내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반값등록금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총학생회도 그렇고, 21세기한국대학생연맹(한대련)과 반값등록금운동본부의 주장도 그렇다. 앞서 언급한 단체 측에서도 (교육부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등록금 부담 가중의 원인 규명은 둘째 치더라도, 그 해결 방법에 있어서 공무원의 임금을 깎아 해결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고의 교육재정을 GDP 6~10%수준으로 확충하고, 그에 맞춰 학생과 학부모가 갖는 기성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예고없이 등록금 부담 가중 원인을 해결하겠다고 2개월도 안 돼 공무원들의 연봉을 깎으면 독재 정부 아닌가. 국가가 교육재정을 늘리고 이를 활용해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게 국가로서의 역할이라고 본다."

-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하다.
"교내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직원만이 아니라, 교수·학생·조교와 함께 연합할 생각이다. 이미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가 이번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성명서를 냈으며 곧 총학생회와도 접촉해 연대할 생각이다. 더불어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대학본부 앞에서 집회도 진행하고 있다(집회가 끝나면 바로 업무로 복귀). 지속적으로 교내외로 연대하는 것, 지금은 그게 최선인 것 같다."

지난 4일 공투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남궁근 총장과 40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공투위는 ▲ 9월 17일에 정상적인 수당을 지급할 것(지급 방법은 사무국을 통하지 않고, 기성회 회계를 통해서 지급되도록) ▲ 서울과학기술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학생·교수·직원이 모여 이번 조치에 대한 토론회를 할 것 등을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의 일부는 서울과기대신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교육 #대학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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