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좋은 기운' 듬뿍? 이름도 특이한 '까끔길'

[한국의 아름다운 숲 32] 전남 완도 난대림 푸른 까끔길

등록 2013.10.11 13:57수정 2013.10.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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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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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상록활엽수림 전경. ⓒ 생명의 숲


완도의 3분의 1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바로 '국내 최대 난대림 자생지' 완도 수목원이다. 무려 600만 평이다. 규모가 2050ha라고 하는데 정말 크다. 이 광활한 수목원 안에 특별한 길이 하나 있다. 일명 '푸른 까끔길'이다. 이 숲길 걸어보니, 장난 아니다. 

피톤치드, 음이온이 다른 숲길에 비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길이라고 한다. 완도 수목원 해설사는 "까끔길에 해당하는 구간은 약 1.5km 정도인데, 이 숲길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완도 난대림 푸른 까끔길은 2011년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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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난대림 푸른 까끔길은 2011년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 ⓒ 신원경


기자가 까끔길을 찾은 지난 5일, 벤치에 누워 삼림욕을 즐기고 있는 아저씨 한 명을 만났다. 선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 깨우진 못했다. 그 아저씨를 보니 이 길이 '좋은 길'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까끔'은 전라도 사투리다. 동네 앞의 나지막한 산을 가리켜 까끔이라고 한다. 까끔의 약간 경사 진 길을 까끔길이라고 부른다. 완도 수목원의 까끔길도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산 중턱의 평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숲길은 예전에 완도 사람들이 나무를 해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어 시원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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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까끔길의 모습. ⓒ 신원경


까끔길에 들어서자마자 나무 향이 진하게 밀려왔다. 기자가 삼림욕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신이 날 정도였다. 다양한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졌다. 식물의 다양함에서 오는 향이었다. 실제 이 구간에는 붉가시, 동백, 구실잣밤, 콩짜개덩굴 등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가 하늘을 가렸다. 떨어진 나뭇잎을 밟으니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낸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한발 한발 천천히 걸었다. 이유는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복식 호흡을 해보라"고 어디선가 배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한 식물의 향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고~.


곳곳이 까끔길, 완도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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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구름길. ⓒ 신원경


완도 수목원에는 까끔길 만큼이나 좋은 길들이 많았다. 까끔길이라고 명명된 구간 외의 길들도 모두 까끔길의 성질을 가졌다. 동백나무길, 푸른 구름길 등이 그랬다. 푸른 구름길은 하늘을 보며 걷는 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길에서는 위로는 하늘, 양 옆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열매들을 보게 된다. 중간 중간 새소리도 들리는데, 그 소리를 이 기사에 담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까끔길, 푸른구름길 각 끝에서 1전망대로 오르는 길을 만나게 된다. 완도 수목원에는 난대림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3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1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약간의 운동량을 요한다. 1전망대에 오르는 경사가 약 15분 정도 지속되는데, 그 경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자연풍이 기다리고 있다. 금세 땀은 식고, 기분은 상쾌해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수목원의 전망이 상쾌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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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망대에서 바라본 완도 수목원. ⓒ 신원경


바다가 보이고, 바다를 둘러싼 봉우리가 보인다. 산과 바다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더욱 값지다. 완도를 들어올 때 보며 감탄했던 달마산도 멀리 보였다. 아름다웠다. 완도 수목원에는 크게 상황산, 봉두산, 학운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겨울에도 푸르러 '푸른숲'

난대림은 연평균 14도 이상인 남해안에 분포한다. 따뜻한 기온과 난류의 영향으로 형성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상록활엽수(늘푸른넓은잎나무)림을 난대림이라고 부른다. 완도는 우리나라 대표적 난대림 지역이다. 완도 수목원 해설사는 "완도 수목원의 가을단풍은 11월 20일경에 물든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보다 한 달 정도 늦은 편이다.

완도 난대림 식물들은 대부분 사시사철 푸르다. 이유는 상록 참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 겨울에도 푸른 숲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많이들 놀란다고 한다. 또한 외국수목원, 녹나무과원 등 완도 수목원 내에 수목원이 30군데나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수목원 찬찬히 둘러보려면 3시간 소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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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박물관의 모습이다. 전시공간에는 다양한 난대수종과 야생 동·식물·곤충 표본, 난대림 문화와 목공예품 등을 볼 수 있다. ⓒ 신원경


완도수목원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3가지 정도다. 각각 1시간, 1시간 반, 2시간 코스 등이다. 하지만 기자가 둘러본 시간은 이보다 더 길었다. 기자가 이날 걸었던 코스는 2가지다. 하나는 동백나무길→푸른구름길(청운로)→청운교→1전망대→외국수목원→녹나무과원→희귀식물원→아열대온실→산림전시관(2시간 30분) 코스였고, 다른 하나는 산림박물관→푸른 까끔길→1전망대→아열대온실→계곡쉼터(1시간) 코스였다. 사람마다 소요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숲길이나 박물관 등을 천천히 둘러보면 예상시간을 초과할 수도 있다.

수목원을 걷다보면 곳곳에 난대림 생태탐방로가 보인다. 또한 탐방로 중간 중간에 위치한 산림박물관이나 아열대 온실에서는 색다른 경험도 가능하다. 주로 난대림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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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난대림 수목원에서 특이한 향을 내는 나무를 만났다. ⓒ 신원경


처음 보는 나무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꽃들, 눈에 익지만 이름을 몰랐던 식물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붓순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 황칠나무, 굴거리나무, 홍가시나무, 삼지탁나무, 쥐똥나무, 속새, 골병꽃, 꽃댕강나무 등 이름과 모양도 다양해 모두 기억에 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완도 수목원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식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다. 평상시 길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몇 알을 주워 자세히 보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들꽃도, 들풀도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주변 식물을 자세히 보게 되는 시간, 향에 이끌리는 시간을 제공하는 완도 난대림 숲길을 추천한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이름 모를 향을 내뿜던 '주황색 나무'가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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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위에 얹어진 빨간 단풍잎. ⓒ 신원경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완도 수목원 #푸른 까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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