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악안' 철회해야

[주장]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반인권적·비교육적

등록 2013.12.31 10:43수정 2013.12.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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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개포고에서 한 학생이 학교 담벼락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자, 학교에서는 대자보를 철거하고 학생들을 징계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자보를 붙였다 뜯긴 중·고등학생 4명과 청소년 단체들은 개포고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인권위에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자보를 철거한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부모까지 소환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현재 서울시교육청(이하 교육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생인권의 현주소이다. 

교육청은 2013년을 이틀 남긴 30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학생인권조례)을 입법예고 하였다. 그동안 교육청은 법적 논란을 핑계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탄압을 해왔지만, 최근 11월 28일, 대법원의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각하 판결로 법적 논란은 종식되었다. 더이상 법률적으로 제동을 걸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그 대안으로 조례를 개정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인권 시계 거꾸로 돌리는 반인권적 수정안 제출

교육청은 이번 개정안이 학생인권조례를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인권의 기준을 후퇴시킨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명백한 '개악안'이다. 

우선, 학생인권조례의 상징이었던 두발 자유 조항에 규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생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반인권적 생활지도가 부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는 13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2000년도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두발 규정을 정하라고 한 교육부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의 의무에 학칙 준수조항을 삽입하여 반인권적인 학칙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학칙의 의무를 따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 밖에도 차별금지 조항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을 배제함으로써, 성소수자 및 미혼모 학생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으며, 일괄적 소지품 검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규제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학생인권옹호관의 독립적 지위를 부정함으로써, 학생인권구제의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다.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다. 학생인권조례 43조(학생인권영향평가) 2항에 보면 '교육감은 조례안 정책을 입안할 경우 학생인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1항에서는 '학생인권위원회는 교육감이 제정, 입안하려고 하는 조례나 정책 등이 학생의 인권 및 인권 친화적 교육문화 조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또한, 37조(학생참여단) 4항에서는 '참여단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4항 2호에서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의 개정에 관한 의견 제시'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인권위원회나 학생참여단의 의견이 반영이 되지도 않았다. 즉, 절차를 어겨가면서 개정안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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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관련 기자회견 인권에는 여야와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기싸움과 소모전을 종식시켜야 할 교육감이 오히려 이를 조장, 증폭시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중적 약자이다. 수직적, 권위적 사회에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을 받고 있고,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학생들의 인권과 목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김형태


교육학자 출신 교육감, 지금이라도 학생인권 신장 앞장서야

인권에는 여야와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기싸움과 소모전을 종식시켜야 할 교육감이 오히려 이를 조장, 증폭시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중적 약자이다. 수직적, 권위적 사회에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을 받고 있고,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학생들의 인권과 목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존재하는 것인데, 교육감이 학생인권의 신장과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분리된 삼권분립국가이다. 조례 제정은 입법부인 의회의 고유권한임에도 그간 단 한 번도 의회와 협의나 상의가 없었다. 이것은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이며, 다시 말해 천만시민을 무시하는 것과 똑같다.

사법부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무력화를 시도했던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는가?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을 무시하면서까지 왜 이런 '언론플레이'를 할까?

이제는 문용린 교육감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교육자적 양심은 어디에 버리고, 정치인들보다 더 정치적인 행보를 걷는 모습에 가슴 아프다. 교육감이라면,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학생을 가장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문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교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정말로 교권을 보호 의지가 있다면, 이미 제정된 교권보호조례부터 수용해야 할 것이다. 교권보호조례를 재의 요구도 부족하여 대법원에 제소까지 한 교육당국을 보면서 누가 그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이런 교육당국을 보면서 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덧붙이는 글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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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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