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10·4, 안철수는 솔직하게 말하라

[주장] <안철수의 생각>에는 언급조차 없어... 자신의 정체성 확실히 밝혀야

등록 2014.03.20 12:11수정 2014.03.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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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이메일 형태의 보도자료를 통해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정강정책 분과회의를 전후해 뜻하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며 "새정치연합이 정강정책 전문에 "'4·19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바람직하지 않은 혼선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이 보도자료에서 이러한 보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거의 만 이틀 가량 이른바 새로 추진하는 통합 신당에서 불거진 정강 정책 논란에 대해 숱한 언론들과 기자들은 소설 같은 허위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 됩니다.

이 점은 굳이 필자가 반론을 하지 않더라도 해당 관련 기자들이 너무 많으니 진실은 가려질 것입니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른바 안철수 측의 새정치연합이 6·15와 10·4 공동 선언만 빼자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8일 자 <연합뉴스>는 아래와 같이 보도했습니다.

발단은 새정치연합이 이날 민주당에 전달한 '강령·정강정책' 초안에 DJ와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인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의 계승' 부분이 제외되면서 불거졌다. 새정치연합의 초안에는 민주당의 기존 강령의 '전문' 첫 문장에 담긴 '4월 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6월항쟁을 비롯한 민주개혁운동'에 대한 승계 문구도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 역사를 가지고 있다"로 대체됐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니 안철수 의원의 정체성을 모르는 민주당이나 민주 세력들은 상당히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바로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 역사"라는 문구입니다.

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 역사"를 넣으려 했을까?

그렇다면 왜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의 현행 강령을 보면 5·18, 4·19를 비롯한 여러 사건이 나열돼 있다. 회고적으로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18일,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 발언)는 핑계를 대면서 이러한 문구를 넣으려 했을까요?


필자는 이미 <오마이뉴스>에 <안철수 '새정치'의 정체성, 아직도 궁금하세요①> 라는 주장글을 썼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생각을 밝힌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인권이나 민주화를 무시했던 산업화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화의 성과를 부정했던 민주화 논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글에서 필자는 "이러한 인식은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에 바탕을 둔 제3세계 독재자들의 과거 역사 인식과 거의 궤도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렇게 안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보수 기득권 세력임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도 국민 대다수는 때로 너무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안철수 의원 측의 새정치연합이 새로 구성할 신당의 정강 정책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빼고 두리뭉실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역사"를 모두 넣자고 주장한 것은 단순히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자는 것이었다는 새정치연합의 핑계가 아니라 역사 인식 여부는 별도로 하더라도 <안철수의 생각>에 반영되어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오히려 이렇게 안철수 의원 측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철학을 분명히 드러내며 그러한 남북한 간의 공동선언을 정강 정책에서 빼자는 태도에 놀라움이 아니라 이제는 분명한 정체성을 보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에 불거졌습니다.

19일, 안철수 의원은 위에서 언급한 배포 보도자료에서 "저의 역사 인식은 확고하다"며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명확한 역사의 평가가 내려진 한국 현대사의 성과이자 이정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6·15 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역시 마찬가지"라며 "저는 대선 전부터 6·15와 10·4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왔으며, 새정치연합의 정신 역시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6·15, 10·4 공동선언 계승 누차 천명해 왔다"... 사실일까?

다시 말해 이런 확고한 정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닌 바람직하지 않은 혼선(보도)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최근 2일간의 사건(논란)은 이를 입증할 기자분들이 많을 것이니 접어두기로 하고, 안 의원이 "6·15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을 계승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 왔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불행하게도 필자가 이미 지적했지만, 안철수 의원의 철학을 정리했다고 알려져 있는 <안철수의 생각>에는 6·15와 10·4 공동 선언의 계승은 고사하고 언급조차도 없습니다. 이는 이미 지난 2012년 8월 12일, <사람일보>의 박해전 회장이 '안철수 원장에게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안철수의 생각>에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 선언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어 "저자는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하다'며 '복지, 정의, 평화의 시대적 과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제 이를 가능케 하는 6·15, 10·4 선언의 이행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이어 "2012년 대선은 식민과 분단체제를 극복 청산하고 6·15 자주통일 10·4 평화번영 체제로 대전환해야 할 사명을 안고 있다"며 "모든 대선후보들은 6·15 10·4 선언 완수를 핵심공약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당시 자신의 책에서 6·15와 10·4 공동선언에 관해 계승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는 분명한 나름대로 철학이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공동선언 계승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분명한 철학인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 역사"와 관련한 내용은 그의 책 다섯 군데 이상에서 분명하게 언급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이번에 불거진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그 증거로 보도자료를 통해 "어제 새정치연합이 마련한 정강정책 협의안 초안 전문에는 '민족화해와 평화정착의 노력을 통해 '하나 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룩해 나간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정체성 밝히는 것이 국민과 역사에 대한 도리

한국에서 보수진영의 '새누리당'이든 진보 진영의 당이든 '민족화해' '평화정착' '평화로운 한반도'를 강조하지 아니하는 정당은 없습니다. 당의 정강정책이란 이러한 큰 명분하에서 바로 실천하고 계승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넣는 것임에도 안 의원은 또 특유의 두루뭉술함으로 이번 파문의 비난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노선이 있어야 합니다. '새정치'라는 미사여구로 잠시 국민을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지나간 정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오히려 안철수 의원이 더 이상 비난에 파묻히지 말고 근대 산업화론에 기반을 둔 자신의 보수적인 철학과 노선을 분명히 하여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나서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국민을 속이지 않는 길이며 역사에서도 비난을 받지 않는 행동입니다. 부패한 극보수 진영이 판을 치는 한국에서 이를 바로 잡아줄 '건강한 보수'의 등장은 어쩌면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바람을 안고 계속 양 진영을 줄타기하는 기쁨을 즐기면서 이것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밝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두 진영 모두에게 버림받고 추락할지도 모릅니다. 소신을 밝히지 않고 횡설수설을 거듭하면서 이런 날을 앞당기는 어리석음을 안 의원이 범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 분명한 자기 철학과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이기에 앞서 역사와 국민 앞에서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 #거짓말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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