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하는데 사이렌 울리고 욕설... 말이 안나온다"

세월호 참사 추모 미 50개주 동시집회... LA에서는 보수단체 맞불집회

등록 2014.05.21 18:38수정 2014.05.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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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후 무능한 대응을 보인 박근혜 정부와 진실 규명의 책무를 저버렸던 한국 언론을 질타하는 미주교민들의 주장이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로 실린 후, 미국 각 도시에서는 지난 18일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 집회가 열렸다.

<뉴욕타임스> 광고가 막상 현실화되자 미국 내 보수한인단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미국 각지에서 한인신문에 <뉴욕타임스> 광고와 집회를 비난하는 반박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고, 여러 도시에서 열린 추모집회 장소에 나타나 맞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관련기사 :   미국 교민들의 세월호 추모시위가 '망신'이라고요?).

보수단체, 사이렌 울리고 호루라기 불며 맞불집회

a  지난 5월 18일 미국 LA에서 열린 추모집회

지난 5월 18일 미국 LA에서 열린 추모집회 ⓒ Ben Huh


a  보수단체의 한 회원이 '반정부 시위'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는 문구를 붙이자 "세월호 희생자와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겁니다!"라고 맞받아 쳤다.

보수단체의 한 회원이 '반정부 시위'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는 문구를 붙이자 "세월호 희생자와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겁니다!"라고 맞받아 쳤다. ⓒ 남관우


보수단체의 방해가 가장 심했던 곳은 LA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오후 6시로 예정된 추모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이 먼저 집회장소였던 총영사관 앞 공간을 선점했다.

초와 꽃이 놓여있는 '생환기원소' 탁자를 밟고 올라가 "반정부 시위 -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고 쓰인 종이를 붙인 것을 시작으로 방해시위는 계속되었다.



이들은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묵념을 올리고 집회를 시작하자 사이렌을 울리고 호루라기를 불었고, 여성 참가자들과 아이들에게까지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이 나와서 정리를 하고 추모집회 측이 침묵행진을 시작하면서 충돌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 사람들에겐 커다란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6학년 (중1)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엄마 아빠가 매일 한국 뉴스를 보면서 우는 모습을 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늘 엄마하고 같이 여기 나와서 일도 돕고 하늘나라로 간 언니 오빠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나왔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들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니까 너무 무섭습니다."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태우고 나온 한 주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말 많이 슬픕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어떻게 이리 다른 주장을 하는지. 그 분들도 자식을 키우고 손자 손녀를 키우셨을텐데, 어떻게 분향소 책상을 신발을 신은 채로 올라가고 묵념을 하는데 사이렌을 울리죠? 이건 현 정권을 지지하고 비판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나온 어린 아이들 면전에서 어떻게 그리 저속한 욕설을 해대는지, 정말 말이 안 나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럴수록 집회에 더 나와야겠다고 덧붙였다.

보수단체는 시끄러운 방해집회를 열어서 사람들을 소극적으로 만들어 더 이상 항의집회에 나오지 않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졌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날 집회에는 500여 명이 모여 그동안 열린 LA의 추모집회 중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

"광주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 했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냐"

a  어바인 집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집회 참석자들이 메세지를 적은 노란종이배를 장식하고 있다.

어바인 집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집회 참석자들이 메세지를 적은 노란종이배를 장식하고 있다. ⓒ Clint Lee


a  어바인 집회 사진 및 포스터 전시회

어바인 집회 사진 및 포스터 전시회 ⓒ Clint Lee


한편, LA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어바인에서 열린 집회는 LA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대형 쇼핑센터의 광장에서 열린 이 집회는 처음부터 타인종들과 함께하는 집회를 기획했다.

이들은 사진 전시회와 함께 노란 배에 메시지를 써서 나무가지에 붙여 전시하였으며, 유가족에게 편지쓰기 등을 사전행사로 진행했다.

쇼핑센터를 찾은 많은 미국인들이 전시물을 보고 질문을 했으며 함께 집회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집회를 준비한 자원봉사자들은 초 100개와 리본 400개를 준비했는데 일찌감치 동이 났고, 어바인에서 이렇게 한국인들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다.

한국 전통 살품이 춤과 북 공연을 준비하여 희생자를 위로했고, 같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한국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규탄했다.

a  5월 18일 어바인에서 열린 추모집회 모습

5월 18일 어바인에서 열린 추모집회 모습 ⓒ Clint Lee


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의 발언을 소개한다.

"오늘이 5·18이잖아요. 30여 년 전 광주에서 큰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독재정권은 광주를 완전히 고립시켰지만,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 거라고 믿고 많은 분들이 계속 희생하면서 운동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시간이 흐르고 이젠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다르잖아요. 아무리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막아도 우리에겐 인터넷도 있고, SNS도 있잖아요. 광주에서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했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냔 말이죠."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아프게, 그러나 힘차게 불렀다.
#세월호 추모집회 #미 50개주 동시 집회 #박근혜 정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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