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딱하기도 하죠. 손자 녀석이 자기 백일에 자다 울다, 울다 자다, 고작 그것만 한 거예요.
김학현
모두 당사자를 위하여 종은 울린다고 말합니다. 제 손자 백일도 제 손자를 위해 있었을까요? 제 손자 녀석 서준이 백일잔치(잔치를 한 것은 아니니 '백일기념일' 정도가 맞는 표현입니다)가 지난 달 20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손자 녀석 서준이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진행됐답니다.
누구를 위한 백일잔치인가요? 네, 간단히 그걸 말하려는 건데 너무 거창하게 시작했나 봅니다. 서준이가 이 세상에 나온 지 기어이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서준이로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날이었던 겁니다. 어른들만 신났던 서준이의 백일, 그걸 고발하려고요. 하하하.
딸내미(서준 애미)는 이미 지난달에 친정에 와서 서준이를 야외로 데리고 다니면서 단련을 시켰었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사위가 글쎄 '탄생 100일이 지나기 전에는 외출금지'를 선언했다지 뭐예요. 혹 아이도 그렇고 산모도 그렇고 건강에 해로운 일이나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해서 그런 거죠.
그것만이 아닙니다. 딸아이 친구들이 아이 보러 온다고 해도 백일 지나면 오라고 미루고, 가족들도 백일 지나고 보자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서준이 모자는 정말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지난 달 아기가 세상에 나온 지 80일쯤 되었을 때 친정에 와서 쉬다 갔거든요.
그때 우리 내외는 사위의 그런 '보호하심'에 아랑곳없이 마구 밖으로 데리고 다녔답니다. 딸내미에게 옛날 고려짝 이야기 듬쑥하게 하면서 말입니다.
"예전엔 낳은 지 3일 만에 논으로 밭으로 나가 일했어. 낳은 지 세 달이나 됐는데 걱정할 거 없어. 옛날 아이들은 애미애비 들에 나간 새 닭똥 쥐어먹고도 잘도 컸단다."하하. 이러면서 딸내미와 서준이를 강하게 다뤘답니다.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그런데 아이도 외출을 하고 들어오는 날이면 밤에 잠도 더 잘 잤습니다. 첫날 외출한 밤에는 글쎄 6시간이나 깨지 않고 잤답니다. 한 시간이 무섭게 깨는 아인데 말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고무되어 딸내미는 자꾸 외출을 하자는 겁니다. 그래 맘껏 모자를 데리고 다녔답니다.
딸 가진 죄인, 이런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