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친 당신, 둥근 달을 바라보세요

김성용 작가 개인전 <위로하는 빛>

등록 2015.06.22 17:56수정 2015.06.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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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 김준희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 김준희


"어느날, 다툼이 있고나서 집을 나왔어요. 그리고 밤바람을 맞으면서 거리를 걷다가 하늘을 봤는데 환한 보름달이 떳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니까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고 비워지는, 그리고 제가 위로를 받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달을 찍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거죠."

김성용(42) 작가는 <위로하는 빛>이라는 제목으로 달과 풍경을 함께 촬영한다. 그의 사진에는 달과 함께 건물에서 나오는 빛이 공존하고 있다. 좋은 사진은 빛을 담는다고 하지 않던가. 김 작가는 그 빛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도시를 돌아다닌다.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작가는 졸업 후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며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약 10년 전에. 김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방배동 갤러리토스트(관장 이도영)에서 6월 19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 개막일인 19일 오후 갤러리에서 김 작가를 만나보았다. 공학도가 어떻게 사진가가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인생을 한 번 살잖아요. 근데 한 번 살면서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뭘 할까 생각했죠. 스포츠도 있고 음악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하자고 결심한 거죠."

김 작가는 예전에 대학시절에도 사진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단체전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예쁜 사진, 보기 좋은 사진을 주로 찍으려고 했단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달빛을 찍는 사진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다.

빛을 담고 싶은 작가의 카메라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 김준희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 김준희


"달빛이 있고 그 아래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서 나오는 빛이 있잖아요. 저는 그 두 가지를 함께 담고 싶었어요. 달빛 아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 저 사람들도 나랑 같은 사람들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거죠. 나만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구나, 다 같이 이렇게 살고 있구나 라고 느꼈던 거예요."


김 작가의 작품에는 달빛과 건물에서 나오는 빛이 공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 창문에서 나오는 빛이다. <성냥팔이 소녀>에서 처럼 창문에서 나오는 빛은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빛이 이번 전시회의 제목인 <위로하는 빛>이다.

김 작가는 주로 달이 뜰 때 그리고 달이 질 때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그 작업을 위해서 삼각대를 놓고 높은 동네에 올라다니며 작업을 한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카메라가 대세인 요즘에도, 그는 필름 카메라를 고집한다.


"필름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색감이 저한테는 더 좋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대형으로 인화하려면 아무래도 필름 카메라가 더 좋다는 생각이에요. 제 작업에 적합한 필름을 구하기가 힘들기는 한데,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동안에는 계속 필름 카메라로 작업할 계획이에요."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둥근 달의 모습

구체적으로 어떤 기종의 카메라를 사용했는지, 카메라의 모드를 어떻게 설정해 놓고 작업했는지가 궁금했지만 그 부분은 굳이 캐묻기가 어려웠다. 그날 날씨가 어떤지, 어떤 장소인지 등에 따라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혼자서 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누군가와 함께 작업하면 리듬이 안 맞아서 그만큼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 시간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보통 달이 뜰때 2~3시간, 또는 달이 질때 2~3시간 정도의 시간을 노려서 촬영을 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몫.

"저는 <위로하는 빛>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관객들이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사진이 예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 정도 사진은 나도 찍겠다'라고 느낄 수도 있죠. '무슨 이런 사진을 찍었어'라고 볼 수도 있구요. 작품을 감상하고 바라보는 것은 관객들의 몫인 것 같아요."

장마철과 무더위가 다가오는 요즘, 한 밤에 둥글게 뜬 달을 바라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밤에 보름달을 보기 힘들면, 김성용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보면 어떨까. 작은 동네 위로, 화려한 도심지 위로 떠오른 달. 그 달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근심들을 잠시라도 잊어보면 좋겠다. 흔히 말하는 '힐링'의 역할이다.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위로하는 빛> 김성용 작가 개인전 ⓒ 김준희


덧붙이는 글 김성용 작가 개인전 <위로하는 빛>
서울 방배동 갤러리토스트 (www.gallerytoast.com)
6월 19일 - 7월 7일, 월요일 휴관
#김성용 #갤러리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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