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서울시 정보기획관
권우성
"지난해,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엄청 싸웠잖아요. 서울시가 이미 아파트 관리비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어요. 회계사의 재능 기부를 받는다면, 아파트 관리비의 이상 흐름이나 회계 부정을 찾아낼 수 있어요."최영훈 서울시 정보기획관의 말이다. 정보통신기술 그중에서도 빅데이터를 다룬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영화 배우 언급은 다소 의외였다. 김부선씨는 지난해 자신의 아파트 관리비 부정을 사회 문제로 부각시켜, 국토교통부와 각 자치단체의 주요 현안이 된 바 있다(관련기사:
김부선 "연예인, 억울한 사람들 위해 싸워야 한다").
최영훈 기획관의 말은 빅데이터가 자기가 겪는 문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한 사례였다. 김부선씨가 제기했던 것과 같은 문제를 서울시가 공개한 아파트 관리비 데이터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 의식을 가진 시민과 관리비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개발자와 회계사의 결합. 이것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열게 될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다.
최영훈 기획관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나 빅데이터 캠퍼스의 활용 계획과 전망을 짚었다. 최 기획관은 NHN이 만든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 'NHN 넥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3월, 서울시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공무원이 된 후, 박원순 시장의 '데이터 기반 사회 혁신을 방안' 요구에 그 답을 만든 것이 빅데이터 캠퍼스다.
캠퍼스는 서울시와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융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전용 컴퓨터, 대학 빅데이터센터 전문가를 지원해 일반 시민도 데이터를 활용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캠퍼스는 내년 5월 서울 상암동 시 IT콤플렉스에서, 11월 서울 개포동 디지털혁신파크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최 기획관은 빅데이터 캠퍼스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푸는 용광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 의식을 가진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해낼 전문가들이 캠퍼스에서 머리를 맞대는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 과정에 시민 참여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민들이 직접 겪고 있는 사회 문제, 그중에서 풀어볼 만한 문제를 캠퍼스에 프로젝트로 제안하면 된다"면서 "출퇴근 버스가 왜 늦게 오는지를 분석해, 버스 노선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영훈 정보기획관 한 일문일답이다.
"빅데이터는 쌀과 같다... 미래의 필수불가결한 자원"
- 공무원이 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서울시에 와서 기대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충족됐는지 궁금하다. "점수로 평가하자면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0이다. 플러스가 된 부분은 서울시의 정보화 위상은 생각보다 높았다. 시가 하는 일의 파급 효과가 다른 도시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미국 럿거스대학교의 전자 거버넌스 연구소가 낸 '세계 대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서울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위를 기록했다. 2위가 뉴욕, 3위가 홍콩이다. 1등을 유지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웃음)
마이너스가 되는 점은 규제가 많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은 속도가 생명이다. 하지만 규제는 정보통신기술의 속도와 조화되지 않고 있다. 행정 규제와 제도, 그리고 이것에 길들여져 있는 조직 문화에서 비효율성을 느낀다."
- 빅데이터를 흔히 21세기의 원유라고 부른다. 최영훈 기획관이 보는 빅데이터에 대한 관점이 있다면? "빅데이터는 쌀과 같다고 생각한다. 기름이 없다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지만 쌀이 없으면 인간은 죽게 된다. 식량 주권이라는 말처럼 빅데이터는 미래 사회에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쌀처럼 데이터도 그만큼 흔하지만 일상적이라는 말이다.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데이터에 의존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업무에 효율성을 높이면 좋겠다."
- 그동안 서울시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했다. 올빼미 버스 노선 선정에서부터 택시 매칭 서비스 등 시는 빅데이터 사업을 선도하는 자치단체로 꼽힌다. 그런 과정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안 돼있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우리 생활에 쓸모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가 쉽게 생산되면서 양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의 훈련은 부족하다.
또 사회적 합의가 안 돼있다. 내가 지하철을 이용함으로써 생기는 데이터가 있다. 거기서 생산된 데이터의 주인은 누굴까? 지하철공사일까, 아니면 이용자인 나일까? 이 데이터를 가공, 공개 여부와 사용 여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안 돼있다. 사람들이 쓰는 신용카드 데이터도 돈을 주고 사야했던 시기가 있었다. 한 통신사는 이용자 데이터를 시가 공공목적으로 쓰겠다고 했는데, 1년에 1억 원의 비용을 요구했다."